1. 서 론
Stolt Groenland호 폭발사고는 반응성 화물인 Styrene Monomer(SM)의 중합폭주(Runaway Polymerization)와 항만 정박 환경이 결합되어 대규모 폭발 및 화재로 이어진 대표적인 해상 위험물 사고이다. 영국 해양사고조사국(MAIB, Marine Accident Investigation Branch)의 조사보고서는 사고의 직접적인 물리적 원인과 운항상의 문제점을 제시하였으나, 화물 계획 수립, 화물 적부 설계, 운송, 정박, 가열 운전, 온도 모니터링, Inhibitor(TBC, 4-tert-Butylcatechol) 관리, 하역에 이르는 전 운용 과정에서 수행된 주요 운용 요소들이 어떠한 구조적 상호작용을 거쳐 사고로 발전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시스템 차원의 분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특히 이송 상태에서의 가열 화물인 Hexamethylene diamine(HMD)와 SM 탱크 간의 열적 상호작용, 모니터링 및 대응체계의 시간적 한계, 조직적 위험평가의 미비 등은 기존 조사보고서에서 개별 요인으로만 제시되었을 뿐, 이들 요인이 기능 간 상호작용 구조 속에서 어떻게 결합·증폭되었는지에 대한 해석은 제한적으로 다루어졌다.
이와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본 연구는 사고를 구성하는 개별 운용 요소들을 ‘기능(Function)’ 단위로 재해석하고, 이들 간 상호작용 구조를 통해 사고 전개 메커니즘을 규명할 수 있는 시스템 사고 분석 기법인 기능공명분석법(FRAM, Functional Resonance Analysis Method)을 적용하였다. 특히 본 연구는 정상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예측적 분석이 아니라, MAIB 공식 사고 조사자료를 기반으로 사고 발생 과정을 사후적으로 재구성하는 ‘사고 기반 FRAM(Forensic and Retrospective FRAM)’ 접근을 채택하였다(Patriarca et al., 2017).
본 연구의 목적은 Stolt Groenland 사고를 기능 중심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사고 전·중·후의 운송·정박·감시·조직 운영 과정에서 수행된 주요 기능들을 도출한 후, 이들 간 상호작용 구조를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사고 발생을 유발한 기능 변동성(Variability)과 기능 간 공진(Resonance)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있다. 더 나아가 본 연구는 단순한 후향적 사고 원인 나열을 넘어, 반응성 화물 운송 과정에 내재된 시스템적 위험요인을 기능 구조 차원에서 정식화함으로써, 향후 화학물질 운반선 및 항만의 위험물 관리체계 개선과 사고 예방 전략 수립에 기여하고자 한다.
2. 사고 개요 및 조사보고서 검토
2.1 사고 개요
Stolt Groenland는 2019년 9월 28일 울산항 염포부두에 정박 중이었으며, 9S 탱크에 적재된 SM는 장기간에 걸쳐 가열 운전이 지속되면서 탱크 내부 온도가 점진적으로 상승하였다. 이 과정에서 SM의 중합 억제 기능이 저하되고, 결과적으로 탱크 내부에서는 자가촉진적 중합반응이 가속화되는 중합폭주 현상이 발생하였다. 중합반응의 급격한 진행으로 인해 탱크 내부 압력과 온도는 단시간 내에 급격히 상승하였으며, 설계 압력을 초과한 내부 압력에 의해 탱크 상판 및 인접 격벽 구조가 파단되었다. 이로 인해 고온·고압의 SM 증기 및 분해 생성물이 외부로 방출되었고, 방출된 증기는 사고선박과 접현계류 상태로 Ship-to-Ship(STS) 이송 작업을 수행 중이던 선박 및 부두 주변으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확산된 가연성 증기는 인접 구역의 점화원과 접촉하면서 폭발 및 대형 화재로 이어졌으며, 그 결과 Stolt Groenland 자체뿐만 아니라 인접에 정박 중이던 케미컬 운반선과 울산항 염포부두의 교량 구조물에도 화염 및 폭압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였다(MAIB, 2021).
2.2 기존 조사보고서 분석
MAIB 조사보고서는 Stolt Groenland 폭발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SM 탱크의 장기간 온도관리 실패, TBC의 소모속도에 대한 체계적 관리 부재, 가열 화물과 반응성 화물의 인접 배치에 따른 스토우지(Stowage) 설계상 취약성, 그리고 이상 징후 발생 이후 경보에 대한 대응의 시간적 한계 등을 핵심 요인으로 제시하였다. 특히 SM 탱크 내부 온도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상승하였으나, 운용자는 이를 장기 추세로 인지하지 못하였고, 이에 따라 중합반응의 진행 가능성이 사전에 식별·차단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MAIB 보고서에서는 TBC가 정상적으로 투입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탱크 내부 온도상승에 따른 TBC의 실제 소모속도(Consumption Rate)에 대한 정량적 예측과 잔존 효과 평가가 수행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TBC가 ‘존재한다’는 사실에만 의존한 관리 방식이었을 뿐, 반응속도 증가에 따른 억제 효율 저하를 동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한계로 해석된다.
화물 적부 설계 측면에서도, 가열 운전이 지속되는 HMD 탱크와 반응성 화물인 SM 탱크가 구조적으로 인접 배치됨에 따라, HMD 탱크에서 발생한 지속적인 열 부하가 SM 탱크로 전달되는 열 간섭(Thermal Interaction) 조건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기존 조사보고서는 이러한 열전달 현상에 대해 개념적 가능성 수준에서만 언급하였을 뿐, 탱크 간 전도·복사·대류에 따른 실제 열전달량, SM 탱크 내부 온도상승 기여도 등에 대한 정량적 열해석은 수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열전달 메커니즘이 중합 폭주 조건 형성에 어느 정도 기여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정밀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FRAM을 적용하여 열전달 영향이 기능 간 상호작용을 통해 사고로 증폭되는 구조를 분석하였다. 다만 열전달에 대한 정량적 평가는 데이터 기반 해석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본 연구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판단하여 향후 연구 과제로 제시한다.
경보 및 대응체계 측면에서는 SM 탱크의 이상 온도 경보가 발생한 이후에도, 선원 및 조직 차원의 의사결정이 즉각적인 공정 중단, 냉각 전환, TBC 집중 투입 등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시간 지연이 누적되면서 위험이 임계 상태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경보 신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경보 이후의 대응 절차와 권한 구조, 그리고 조직 차원의 위험 인지 체계가 충분히 기능하지 못한 운영적 한계를 반영한다.
요약하면, MAIB 조사보고서는 탱크 온도관리 실패, TBC 관리 한계, 적부 설계 취약성, 경보 대응 지연 등 사고를 구성하는 주요 기술적(Technical)·운영적(Operational) 요인들을 비교적 상세히 규명하였으나, 이들 요인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중합폭주–압력 급상승–구조 파단–증기 방출–착화–폭발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시스템 붕괴 과정으로 증폭되었는지에 대한 기능 간 상호작용 구조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였다.
특히 열전달에 대한 정량적 평가 부재, 온도 추세 기반 위험 인지 실패, 항만 차원의 복합 위험 시나리오(STS 이송, 가열 화물 동시 운용, 점화 환경 등)의 미반영은 개별 요인 분석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시스템적 취약 영역에 해당하며, 이러한 한계는 기능 간 상호작용과 변동성, 공진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사고를 재구성하는 FRAM 기반 시스템 분석의 필요성을 뚜렷하게 시사한다.
3. 연구 방법론
3.1 FRAM 개요
FRAM은 복잡한 사회기술시스템(Socio-Technical System)에서 사고가 단일 원인이나 선형적 인과관계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기능들이 본래 허용 범위 내에서 가진 변동성이 상호작용을 통해 비선형적으로 결합되면서 공진을 형성한 결과로 사고가 발생한다는 관점에 기반한 시스템 사고 분석 기법이다(Hollnagel, 2012).
전통적인 사고분석 기법이 원인·결과의 직선적 연결에 초점을 두는 반면, FRAM은 실제 현장에서 수행되는 작업(Work-as-Done)을 기능 단위로 모델링하고, 개별 기능의 정상적인 변동이 특정 조건에서 결합되면서 예기치 않은 사고로 증폭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데 강점을 가진다(Hollnagel et al., 2015).
FRAM에서 각 기능은 입력(Input), 출력(Output), 제어(Control), 선행조건(Precondition), 자원(Resource), 시간(Time)의 여섯 가지 측면(6 Aspects)으로 기술된다. 이 여섯 측면은 기능이 언제, 어떤 조건과 자원을 바탕으로, 어떤 제어 하에서 수행되어 어떤 출력을 만들어내는지를 구조적으로 표현하며, 한 기능의 출력은 다른 기능의 입력·제어·선행조건으로 연결되면서 기능 간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러한 기능 간 연결 구조에서 개별 기능의 작은 변동성이라도 시간 지연, 자원 부족, 제어 실패 등의 요인과 결합될 경우 공진을 일으켜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급격히 저하시킬 수 있다(Diop et al., 2022).
일반적으로 FRAM은 사고 이전의 정상 시스템을 대상으로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한 분석 도구로 활용되지만, 최근에는 실제 사고 조사자료를 기반으로 사고 발생 과정을 사후적으로 재구성하는 사고 기반 FRAM 접근 역시 항공, 철도, 화학공정, 해양사고 분야에서 널리 적용되고 있다(Patriarca et al., 2017). 본 연구 역시 이와 같은 사고 기반 FRAM 접근을 채택하여 Stolt Groenland 사고의 시스템적 원인을 기능 중심에서 규명하고자 한다.
3.2 분석 절차
본 연구에서는 Stolt Groenland 폭발사고의 발생 메커니즘을 기능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하여, 사고 기반 FRAM 절차를 다음과 같은 단계로 수행하였다.
첫째, 사고 관련 자료를 기반으로 핵심 기능을 식별하였다. MAIB 조사보고서에 인용·요약된 항만 입출항 정보, 화물 적재 및 배치 정보, 탱크 온도 변화 경향, 운항 및 운전 기록에 대한 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사고 전·중·후의 운송, 적부, 가열 운전, 감시, 조직 운영, 비상 대응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주요 기능(F1~F10)을 도출하였다. 이 과정에서 기능은 단순한 작업 단위가 아니라, 사고 전개 과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시스템적 행위 단위로 정의하였다.
둘째, 각 기능에 대해 FRAM 6 Aspects(Input, Output, Control, Precondition, Resource, Time)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각 기능이 어떤 입력 조건에서 어떤 자원과 제어 하에 수행되며, 어떤 출력을 생성하는지 구조적으로 모델링하였다. 특히 시간(Time) 측면에서는 가열 지속 시간, 온도상승 속도, 경보 인지 지연 등 사고 전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시간적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반영하였다.
셋째, 각 기능에서 발생한 변동성(Functional Variability)을 도출하였다. 변동성은 기능이 실패한 경우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 수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 조건, 운전 조건, 조직적 판단의 차이 등으로 인해 기대와 다른 출력이 생성된 모든 경우를 포함한다. 본 연구에서는 열전달 과소평가, 온도 상승 추세 미인지, TBC 소모 속도 과소평가, 대응 지연 등 사고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기능 변동성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넷째, 도출된 기능 변동성을 바탕으로 기능 간 상호작용 구조를 모델링하였다. 각 기능의 출력이 다른 기능의 입력·제어·선행조건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도식화하여, 열전달–모니터링–TBC 관리–이상 대응–비상 대응으로 이어지는 사고 전개의 기능적 연결 경로를 체계적으로 재구성하였다.
다섯째, 기능 간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공진 경로를 분석하였다. 특히 가열 화물의 장기 가열(F3) → 열민감성 화물(SM) 온도상승(F4) → TBC 소모 가속(F5) → 이상 징후 대응 지연(F6) → 중합폭주 및 폭발(F9)로 이어지는 비선형적 공진 경로를 핵심 사고 메커니즘으로 규정하였다.
마지막으로, 기능 기반 안전조건(Function-based Safety Constraints)을 도출하였다. 이는 개별 장비 수준의 안전 대책을 넘어, 각 기능이 일정한 안전 한계 내에서 수행되기 위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운영·감시·조직·절차적 제약조건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화물 특성 정의의 정확성 확보, 가열 화물과 열민감성 화물의 공간적 분리 기준, 온도 상승률 기반 조기 경보 기준, TBC 소모 예측 반영, 정박 환경에 대한 항만 차원의 위험관리 강화 등을 기능 기반 안전조건으로 제시하였다.
4. FRAM 기반 기능 분석 결과
4.1 기능 식별
본 연구는 Stolt Groenland 사고에 대한 조사보고서(MAIB)와 운항 기록, 화물 온도 데이터 등 실증 자료를 기반으로 사고의 시스템적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사고 전·중·후의 운송·정박·감시·조직 운영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10개 기능(F1~F10)을 식별하였다. 본 기능 식별은 정상 운항 상태의 이상적 절차를 가정한 예측형 모델링이 아니라, 사고 발생 과정을 사후적으로 재구성하는 사고 기반 FRAM 접근을 적용한 것이다. 각 기능은 고유한 목적과 출력을 가지며, 개별 기능의 변동성이 기능 간 상호작용을 통해 비선형적으로 결합되면서 공진을 유발하고, 그 결과 중합폭주 및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하였다. 아래에는 본 연구에서 정의한 핵심 기능들의 상세 내용을 제시한다.
F1. 화물 특성 정의 (Cargo Characterization)
SM의 열민감성, 중합반응 특성, 최대 허용온도, TBC의 온도 의존적 소모 특성 등 화물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식별·정의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모든 운송·감시·위험평가의 기본 전제조건을 형성하며, 화물의 불안정성에 대한 인식 부족은 이후 기능들의 판단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F2. 화물 적부 계획 (Stowage Planning)
선박 내 여러 화물을 IBC Code의 호환성(Compatibility), 분리(Segregation), 열전달 위험 등을 고려하여 각 탱크에 배치하는 기능이다. 특히 가열 화물(HMD)과 열민감성 화물(SM)의 상호영향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 요소이다. 사고 당시 중간탱크가 충분한 열완충 역할을 한다는 가정이 적용되었으나, 이는 구조적·열역학적 검증이 부족한 변동성으로 작용하였다.
F3. 가열 화물 운전 관리 (Heating Operation Control)
HMD 등 가열이 필요한 화물의 운송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난방시스템을 설정·운전하는 기능이다. 가열 온도, 운전 기간, 운항 중 조건 변화 등이 인접 탱크에 전달되는 열부하를 결정하며, 작은 운전 변동성도 장기간 누적되어 SM 탱크 온도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
F4. 온도 및 상태 모니터링 (Temperature and Condition Monitoring)
각 화물 탱크의 온도, 압력, 상태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측정·기록하는 기능이다. 특히 SM과 같은 열민감성 화물의 경우 절대온도뿐 아니라 온도 상승률을 기반으로 위험을 조기 인지해야 한다. 사고 당시 모니터링 체계는 실시간 위험 인지와 대응을 위한 관리 중심 체계가 아닌 사후 확인을 위한 기록 중심으로 운용되었으며, 이로 인해 온도 상승 추세에 대한 운영자 및 관리자의 위험 인식이 지연되어 조기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F5. 억제제 관리 (TBC Management)
SM의 중합반응을 억제하기 위한 TBC 농도 유지, 유효기간 검토, 온도상승에 따른 소모 속도 증가를 고려하는 기능이다. SM 등의 중합체(Polymer)에서 TBC의 억제 효과는 온도에 민감하며, 온도가 상승할수록 TBC의 소모가 가속되어 중합 속도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음이 실험적으로 보고된 바 있다(Zhao et al., 2019). 따라서 운송 중 SM 온도상승을 반영하지 않은 TBC 관리의 변동성은 사고의 중합폭주로 이어진 핵심 요인 중 하나이다.
F6. 이상 징후 인지 및 대응 (Alarm Detection and Response)
온도 급상승, 증기 분출, 경보 발생 등 비정상 상태를 인지하고 즉시 대응하는 기능이다. SM의 중합폭주는 분 단위로 반응속도가 가속되기 때문에, 경보 발생 이후 대응 가능한 시간 여유가 극히 짧다. 사고 당시 경보는 발생했으나 폭발까지의 시간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실질적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F7. 정박 및 항만 배치 관리 (Berthing and Port Arrangement Management)
위험물 운반선의 정박 위치, 인접 선박과의 이격거리, 상부 구조물(교량)과의 안전 간격을 설정하는 기능이다. Stolt 사고에서는 교량 바로 아래 정박하고 STS를 위해 선측에 다른 케미컬선을 접안시킨 배치가 사고 규모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 기능은 항만 차원의 위험관리와 직결된다.
F8. 조직적 위험평가 (Organizational Hazard Assessment)
선사·항만·화주 조직이 화물 특성, 운송 조건, 화물 배치, 온도 변화 추세 등을 고려하여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는 기능이다. SM의 중합폭주 시나리오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고, 가열 화물과 열민감성 화물의 병행 운송 위험이 과소평가된 점은 이 기능의 변동성이 사고 전개를 허용한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F9. 비상 대응체계 (Emergency Response System)
폭발·화재 등의 사고 발생 시 인명 및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조치를 수행하는 기능이다. 해당 사고에서는 1차 폭발 직후 2차 폭발이 발생하면서 초기 대응이 제한되었고, 항만 내 인접 선박 및 구조물에도 피해가 발생하였다. 이 기능은 사고 영향의 최종 결정요소로 작동한다.
F10. 조직 학습 및 절차 개선 (Organizational Learning and Procedural Improvement)
사고 발생 후 원인을 분석하고 운송 절차, 적부 기준, 모니터링 체계, 항만 위험관리 절차 등을 개선하는 기능이다. Stolt Groenland 사고는 국제적 관심을 받았으며, 여러 규제기관과 선사들이 적재·운송 절차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기능은 시스템 회복력(Resilience)을 강화하는 후행 기능이다.
4.2 사고 관련 기능 구분 및 변동성 분석
Table 1은 Stolt Groenland SM 폭발사고와 관련된 10개 핵심 기능(F1~F10)의 성격, 수행 주체 및 출력 변동성을 요약한 것이다. 화물 특성 정의(F1)와 적부 계획(F2)의 초기 판단 오류는 가열(F3), 모니터링(F4), TBC 관리(F5) 기능의 기술적 변동성과 결합되어 중합폭주 조건 형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였다. 이후 이상 징후 대응(F6), 항만 배치(F7), 조직적 위험평가(F8), 비상 대응(F9)의 운영·조직적 변동성이 연쇄적으로 작용하며 사고의 확산과 피해 규모를 증폭시켰다. 본 표는 Stolt 사고가 단일 기능의 실패가 아닌, 다수 기능의 출력 변동성이 시간·공간·조직 차원에서 결합된 전형적인 시스템 사고임을 구조적으로 보여준다.
4.3 기능별 6 Aspects 분석
Table 2는 Stolt Groenland 스티렌 모노머 폭발사고에 대해 수행된 FRAM 기반 기능 분석 결과를 종합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사고와 관련된 10개의 핵심 기능을 세로축에 배치하고, 각 기능이 갖는 여섯 가지 FRAM 구성요소를 가로축에 정리하였다. 이러한 배열은 개별 기능이 어떠한 조건과 제약 하에서 수행되며, 그 결과 어떤 변동성을 발생시킬 수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기능 간 상호작용을 통해 기술적·운영적·조직적 계층에서 변동성이 어떻게 생성되고 전파되는지를 구조적으로 보여주며, 사고가 단일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복수의 기능적 변동성이 결합되고 증폭되면서 시스템 수준의 실패로 이어졌음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
4.4 기능 간 공진 분석
Fig. 1은 Stolt Groenland 사고를 구성하는 10개 핵심 기능(F1~F10)을 FRAM 네트워크 구조로 시각화한 것이다. 가열 운전(F3)–온도 모니터링(F4)–TBC 관리(F5)–이상 대응(F6)으로 이어지는 열·화학 공진 경로가 사고의 주요 전개 축을 형성하며, 정박 배치(F7)와 비상 대응(F9)은 사고 이후 피해 확산을 증폭시키는 공간·운영 공진 경로를 구성한다. Fig. 1은 개별 기능의 작은 변동성이 어떻게 시스템 수준의 사고로 증폭되는지를 직관적으로 나타낸다.
이와 같은 기능 간 공진 구조는 Table 1에 제시된 기능별 출력 변동성과 Table 2의 FRAM 6 Aspects 기반 기능 연결 구조를 토대로 도출된 것이다. FRAM 관점에서 공진이란, 개별 기능 차원에서는 허용 가능한 변동성이 시간 지연, 정보 단절, 조직적 판단의 불완전성 등과 결합되며 다수 기능 간 상호작용을 통해 증폭되어, 예기치 않은 시스템 수준의 실패(사고)로 전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Fig. 1 및 Table 2에서 제시된 기능 간 연결은 임의적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각 기능의 출력(Output)이 다음 기능의 입력(Input), 제어(Control), 전제조건(Precondition), 자원(Resource)으로 작용하는 실제 운용 및 물리적 관계에 기반하여 정의된 것이다. 예를 들어, 가열 운전(F3)의 출력은 열부하 형태로 인접 탱크의 온도 조건을 변화시키며, 이는 온도 모니터링(F4)의 입력 및 전제조건으로 직접 작용한다. 또한 F4에서 생성된 온도 정보는 TBC 관리(F5)의 판단 기준으로 활용되며, 이러한 정보가 적절히 해석되지 않을 경우 이후 기능에서 위험 판단 실패로 이어진다.
본 연구에서는 기능 간 상호작용의 상대적 중요도를 평가하기 위해 사고 발생 시점과의 시간적 근접성, 물리·화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직접 영향성, 그리고 기능 간 결합 강도를 기준으로 반정량적 평가를 수행하였다. 그 결과, F3(가열 운전), F4(모니터링), F5(TBC 관리), F6(이상 대응) 기능이 사고 전개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능으로 식별되었으며, 특히 F3–F4–F5–F6로 이어지는 열·화학 공진 경로가 사고 전이를 가속하는 주요 메커니즘으로 확인되었다.
다음 하위 절에서는 사고 시간선(Time Line)을 기준으로, 이러한 기능별 출력 변동성이 어떠한 상호작용 과정을 거쳐 시스템 차원의 공진으로 전이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 사고에서 식별된 세 가지 대표적인 공진 경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4.4.1 가열–열전달–중합폭주로 이어지는 열·화학 공진 (F2–F3–F4–F5–F6 기반)
공진 경로는 HMD 가열 운전(F3) 과 적부계획(F2), 온도 모니터링(F4), TBC 관리(F5), 이상 징후 대응(F6) 기능의 출력 변동성이 열·화학적 불안정성으로 증폭된 경로이다.
F3에서는 HMD의 가열온도가 절차적으로는 허용 범위 내에서 유지되었으나, 항해 기간 동안 지속적인 열부하가 누적되는 시간적 변동성이 존재하였다. 이 변동성 자체는 단독으로 볼 경우 정상 운전 범주에 포함될 수 있으나, F2에서 HMD–중간탱크–SM이 인접 배치된 구조와 결합되면서 열전달이라는 숨은 결합 경로를 형성하였다. 즉, 중간탱크가 열완충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경험적 가정이 구조·열역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배치가 결정되었고, 이로 인해 F3에서 발생한 열부하가 중간탱크 및 격벽을 통해 SM 탱크로 서서히 전달되는 구조적 취약성이 내재되었다.
이러한 열누적은 F4에서 충분히 탐지되지 못하였다. SM 탱크의 온도는 지속적으로 기록되었으나, 절대온도 값 중심의 감시 체계에 의존하여 온도 상승률과 같은 동적 위험 지표는 관리되지 않았다. 그 결과 F2–F3에서 발생한 열누적은 장기간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 신호로 인식되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F5는 치명적인 공진 지점으로 작용하였다. SM 온도 상승에 따라 TBC의 소모속도는 지수적으로 증가하였으나, 운송 중 온도 상승을 반영한 재평가 및 보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출력 변동성으로서 “농도 평가 누락, 소모 가속 미반영”이 나타났다. 결국 F3(열부하)–F2(배치)–F4(모니터링 한계)에서 누적된 열 효과는 F5에서 중합 안정성 상실로 전이되는 공진 전환점을 형성하였다.
이후 SM 탱크가 중합폭주 단계에 진입하면서, F6 기능이 개입할 수 있는 시간 여유는 분 단위 이하로 급격히 축소되었다. F6의 출력 변동성은 “대응 지연, 판단 오류, 경보 미인지”로 정의되며, 이는 이미 시스템이 열·화학 공진 상태에 도달한 이후에는 F6의 개입 자체가 구조적으로 제한됨을 의미한다.
특히 중합반응 특성상 초기 대응 가능 시간은 매우 제한적이므로, 경보 인지 이후 즉각적인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절차와 대응 시간 기준의 명확한 설정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F3(가열) → F2(배치) → F4(모니터링) → F5(TBC 관리) → F6(대응)의 연쇄 구조는, 개별 기능 차원에서는 허용 가능한 작은 변동성이 시스템 차원에서 열·화학 공진으로 증폭되어 1차 폭발을 유발한 대표적인 공진 경로로 해석된다.
4.4.2 정보–위험인식–의사결정 실패에 따른 인지·조직 공진 (F1–F4–F5–F8–F6 기반)
공진 경로는 정보의 생성(F1)–감시(F4)–해석(F8)–대응(F6) 의 연결 구조에서 발생한 인지·조직적 공진이다.
F1 단계에서는 SM의 열민감성, TBC 소모 특성, 중합폭주 조건에 대한 기초 정보가 정의되었으나, 이 정보는 F4, F5, F8 기능에서 실질적인 제약조건으로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였다. 즉, F1의 출력은 존재했지만, 다음 기능들의 의사결정을 실제로 구속하는 동적 안전 기준으로 전환되지 못한 구조적 단절이 존재하였다.
특히 F4에서는 SM 온도가 기록해야 할 데이터로 관리되었을 뿐, TBC 소모 위험이나 중합반응 진입 가능성과 직접 연계되는 위험 판단 자료로 해석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F4의 출력은 F5와 F8로 입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위험 경보로 전환되지 않았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절대온도 기준뿐 아니라 온도 상승률(dT/dt)을 포함한 경보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며, 일정 상승률 초과 시 자동 경보 및 운영자 통보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운용 절차가 요구된다.
F8 기능 또한 중요한 공진 증폭점이었다. F8의 출력 변동성은 “위험요소 누락, 시나리오 미고려, 평가 부정확”으로 정의된다. 사고선의 운영 조직 및 항만 측 위험평가는 주로 일반 화학물 운송 시나리오 중심으로 수행되었으며, SM 특유의 급격한 반응 가속과 열폭주 특성은 고위험 시나리오로 구조화되지 못하였다. 그 결과 F1의 화물 특성, F4의 장기 온도 추세, F5의 TBC 불확실성이 F8에서 통합적인 고위험 신호로 재구성되지 못한 채 분절적으로 처리되었다.
이러한 구조에서 F6은 기존 경험과 일반 위험 인식에 기반하여 대응이 이루어졌으며, SM 중합반응 특성을 고려한 “시간에 극히 민감한 대응 체계”로 전환되지 못하였다. 정보 전달 지연, 위험 과소평가, 대응 우선순위 혼선이 결합되면서 인지적 공진(Cognitive Resonance) 이 발생하였다.
결과적으로, F1(화물 특성) → F4(모니터링) → F5(TBC 관리) → F8(조직적 위험평가) → F6(대응)의 연쇄는, 정보는 존재했으나 이를 위험기반 의사결정으로 전환하지 못한 전형적인 인지·조직 공진 구조로 해석되며, 사고가 단순한 모니터링 실패가 아니라 조직적 위험인식 구조의 취약성에서 비롯된 시스템 사고임을 보여준다.
4.4.3 정박 배치–비상 대응–피해 확산의 공간·운영 공진 (F7–F9–F10 기반)
공진 경로는 폭발 이후 피해 규모를 결정한 공간적·운영적 공진으로, F7(정박·항만 배치), F9(비상 대응), F10(조직 학습) 기능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F7에서 사고 선박은 교량 하부에 정박된 상태에서 인접 케미컬선과 근접 접안된 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는 SM 탱크 폭발 시 파편, 화염, 압력파가 상부 구조물 및 인접 선박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공간 배치로, 위험물 운송선의 정박 위치로서는 구조적으로 여유도가 낮은 조건이었다.
이 상태에서 F9는 1차 폭발과 2차 폭발 간 간격이 매우 짧고, 폭발 지점이 교량 및 인접 선박과 매우 근접해 있어 초기 대응과 인명 대피에 물리적 제약을 받았다. 항만·소방·선박의 대응 자원은 존재했으나, 불리한 공간 배치(F7)와 짧은 폭발 간극(F9) 이 결합되면서 효과적인 피해 억제가 어려운 공진 상태가 형성되었다.
이후 F10을 통해, 사고 이전에는 충분히 인식되지 않았던 “항만 정박 배치와 화학물 특성의 결합 위험” 이 핵심 개선 대상으로 부각되었다. 사고 이후 여러 항만과 선사가 위험물 정박 위치, 인접 선박 이격거리, 교량 및 고정 구조물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게 된 것은 F10 기능이 사후적으로 작동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F7–F9의 결합은 동일한 폭발 에너지를 가진 사고라도 공간적 공진에 의해 피해 규모와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FRAM이 사고 발생 이전뿐 아니라 사고 이후 피해 확산 과정까지도 시스템적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5. FRAM 기반 안전개선 방안
앞서 도출된 기능 간 공진 분석(F1~F10) 결과를 기반으로, Stolt Groenland 사고와 유사한 화학물 운송 및 정박 시스템에서 재발 가능성을 저감하기 위한 시스템 기반 안전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제안된 개선 대책은 기술적, 운영적, 정책·조직적(Organizational/Regulatory) 세 영역으로 구분되며, 이는 단순한 절차 보완이 아니라 각 기능(Function) 단위의 안전조건(Safety Constraints)을 명확히 설정하는 FRAM 기반 시스템 안전 설계 접근에 해당한다.
5.1 기술적 개선
기술적 개선안은 중합폭주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F2(적부 계획), F3(가열 운전), F4(모니터링), F5(TBC 관리) 기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출력 변동성을 저감하는데 초점을 둔다.
우선, 가열 화물(HMD)과 열민감성 화물(SM)의 병행 운송 시 탱크 간 열전달 해석을 출항 전 필수 절차로 수행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구조적 격벽 두께, 단열재 손상 가능성, 장기 열누적 효과 등을 포함한 열결합(Thermal Coupling) 모델링을 통해 열전달 경로를 정량적으로 평가함으로써, 경험적 판단에 의존한 스토우지 결정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한 SM 탱크에 대해서는 절대 온도(T) 중심의 기존 경보 체계에서 벗어나, 온도 상승률을 감시하는 이중 경보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일정 기준 이상의 상승률이 감지될 경우 자동 경보와 관리자 통보가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F4 기능에서 확인된 추세 인지 실패라는 변동성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TBC 관리(F5)와 관련해서는, 온도에 따라 반응속도가 지수적으로 증가하는 특성을 고려하여 Arrhenius 기반의 TBC 유효성 평가 및 잔량 예측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SM의 중합반응 속도는 다음과 같은 Arrhenius 관계로 표현된다.
여기서 k(T)는 반응속도 상수, Ea는 활성화에너지, T는 절대 온도를 의미한다. 온도가 상승할 경우 k(T)는 지수적으로 증가하며, 이에 따라 TBC의 소모 속도 또한 비선형적으로 증가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동일한 초기 농도를 유지하더라도 온도 상승 조건에서는 TBC의 유효 작용 시간이 급격히 단축될 수 있다.
이러한 거동은 반응 조건 변화에 따라 발열 및 가스 발생을 통해 폭발로 전이되는 화학반응 경로 기반 사고 메커니즘과 구조적으로 일치하며(Kang and Yim, 2017), 반응 조건에 따른 반응속도 증가가 사고 전이로 이어지는 과정이 동일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TBC 관리는 온도 조건을 반영한 유효성 기반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온도 이력과 반응속도를 고려한 잔량 예측이 필요하다. 장기 항해 시에는 누적 열부하를 고려하여 출항 전 보충 및 항해 중 재보급 기준을 포함한 관리 체계를 적용해야 한다.
F3(가열 운전 관리) 기능에 대해서는, 인접 탱크에 열민감성 화물이 존재하는 경우 가열 상한값을 자동으로 제한하는 피드백 기반 제어 시스템(Auto Limit Control) 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설정 오류 또는 장시간 가열이 지속될 경우 자동으로 가열량을 저감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시간 축적형 변동성을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항만 단계에서는 선박 위치, 고정 구조물, 인접 선박 간 거리 등을 통합 고려한 정박 안전도 자동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량 하부, 인접 선박 과밀 구역 등 위험 조건에서의 정박이 사전에 차단됨으로써, F7 기능에서 확인된 공간 공진의 구조적 제거가 가능하다.
5.2 운영적 개선
운영적 개선안은 F4(모니터링), F6(이상 대응), F8(조직적 위험평가), F9(비상 대응) 기능에서 확인된 절차·의사결정·정보 흐름상의 변동성 저감을 목표로 한다.
우선, 기존의 ‘기록 중심’ 모니터링 체계를 ‘분석 중심’ 운영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온도·압력 데이터를 단순 저장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동 경향 분석과 이상 패턴 탐지 기능을 도입하고, 현장 작업자에게 변화율 기반 위험 인지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F4 기능의 인지적 변동성을 제거해야 한다. 또한 SM과 같은 열민감성 화물에 특화된 중합폭주 대응 표준 시나리오를 별도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경보 발생 이후 가열 중단, 탱크 격리, 대피 여부 판단, 통제 절차 등을 분 단위로 정량화하여 F6 기능의 시간적 취약성을 극복해야 한다.
F1(화물 특성 정의)과 F8(조직적 위험평가) 간 연계 구조도 강화되어야 한다. 출항 전 위험평가 시 화물별 중합폭주 온도, 반응 속도, TBC 소모 곡선 등을 필수 입력값으로 포함하도록 절차를 개편하여, “화물 특성 → 모니터링 기준 → 대응 전략” 으로 이어지는 선형 안전 흐름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항만–선박 간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항만 VTS, 부두 관리 시스템과 선박 간에 SM 온도 상승, 화물 위험 등급, 정박 위험도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함으로써, 위험 수준 상승 시 항만 측에서 선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하여 F6·F7·F8 기능 간 정보 공진을 억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SM 중합폭주는 대응 가능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을 고려하여, “3분 대응체계(3-minute Rule)”와 같은 시간 기반 의사결정 기준을 도입함으로써 F9 기능의 대응 지연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5.3 정책 및 조직 개선
정책·조직적 개선안은 F1~F10 전반에 내재된 구조적·조직적 변동성을 저감하기 위한 규정 개정과 조직 운영 체계 재설계를 포함한다.
우선, 현행 IBC Code는 Segregation 중심의 규정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화물 간 열전달에 대한 정량적 기준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① 가열화물과 열민감성 화물 병행 적재 시 열전달 평가 의무화, ② Heat-sensitive Cargo의 허용 온도 상승률 기준 도입, ③ 중간탱크의 완충 역할에 대한 구조적 검증 요구와 같은 항목을 규정으로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항만 안전관리 규정 차원에서는 위험물 선박의 정박 위치에 대한 정량적 기술 기준(Quantitative Zoning Rule) 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교량 하부 정박 금지, 인접 선박 최소 이격거리 확대 등을 포함하여, 항만별로 위험물 등급·부두 구조를 반영한 정박 안전지도(Safety Zoning Map)를 구축함으로써 F7 기반 공간 공진을 구조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선사의 안전관리시스템(SMS)에는 기존 절차 중심 관리에서 벗어나, FRAM 기반 기능 점검 절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기능 간 정보 흐름 점검, 변동성이 큰 기능(F4, F6, F8)의 우선 강화, 항해 중 기능별 위험도 실시간 평가 체계를 SMS에 반영함으로써 시스템적 안전관리 수준을 향상 시킬 수 있다.
아울러 SM과 같이 중합폭주 위험이 큰 화물에 대해서는 IMO 및 선급 차원에서 별도의 위험등급(Hazardous Polymerizing Cargo Tier) 을 신설하고, 위험등급에 따라 스토우지, 모니터링, 항만 배치 기준이 자동으로 강화되도록 규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항만–선사–화주 간 조직적 학습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사고 및 준사고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고, FRAM 기반 재분석 결과를 축적·갱신함으로써 F10(조직 학습) 기능을 시스템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6. 결 론
본 연구는 Stolt Groenland SM 폭발사고에 대해 FRAM 기법을 적용하여 사고의 시스템 기반 원인구조를 재구성하였다. 기존 조사보고서가 개별원인 중심으로 사고를 설명한 데 반해, 본 연구는 화물 특성 정의(F1), 스토우지 계획(F2), 가열 운전(F3), 모니터링(F4), TBC 관리(F5), 조직적 위험평가(F8) 등 주요 기능의 변동성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공진으로 증폭되었는지를 규명하였다. 분석 결과, 장기 가열에 따른 누적 열부하, 온도 상승 추세의 미인지, TBC 소모 가속의 미반영, 위험평가 단계에서의 정보 단절이 결합되면서 중합폭주로 전이된 것이 핵심사고 메커니즘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박 배치(F7)와 비상 대응(F9)의 비효율적 연계는 사고 피해를 확대한 공간·운영 공진 요소임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기술적·운영적·조직적 측면에서 안전개선 방안을 제시하였다. 탱크 간 열전달 해석 의무화, 온도상승률 기반 경보 체계, Arrhenius 기반 TBC 잔량 예측, 가열자동제어 등은 기술적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며, 분석 중심의 모니터링 전환, 중합폭주 대응 시나리오 구축, 항만–선박 간 정보 공유 강화는 운영적 취약성을 보완하는 핵심 조치이다. 아울러 IBC Code의 열전달 기준 보완, 위험물 정박 기술기준 도입, FRAM 기반 SMS 개선 등 조직·정책적 개선도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는 Stolt Groenland 사고를 단일 원인이 아닌 기능 간 변동성의 결합으로 발생한 시스템 사고로 규정하였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를 가진다. 또한 FRAM 기반 분석은 반응성 화물 운송 및 항만 위험관리의 구조적 취약성을 식별하는 데 효과적이며, 향후 친환경 연료 및 고반응성 화학물 운송 분야로도 확장 가능하다. 향후 연구에서는 열전달 해석 및 반응속도 모델링 등 정량적 검증을 병행함으로써 사고 메커니즘 분석의 정확성을 추가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