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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229-3431(Print)
ISSN : 2287-3341(Online)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Marine Environment and Safety Vol.32 No.3 pp.503-515
DOI : https://doi.org/10.7837/kosomes.2026.32.3.503

The Antarctic Treaty System and the BBNJ Agreement in the Southern Ocean

Heecheol Yang*, Eugene Cheigh**
*Principal Research Scientist, 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and Technology, Busan 49111, Korea
**Post Doctoral Scientist, 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and Technology, Busan 49111, Korea

* First Author : ceaser@kiost.ac.kr, 051-664-3720


Corresponding Author : eugene94@kiost.ac.kr, 051-664-3745
June 8, 2026 June 23, 2026 June 26, 2026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the implications of the Agreement on the Conservation and Sustainable Use of Marine Biological Diversity of Areas Beyond National Jurisdiction (BBNJ Agreement), which entered into force in 2026, for the Antarctic Treaty System (ATS). The BBNJ Agreement introduces new regulatory frameworks for marine genetic resources (MGRs), area-based management tools (ABMTs), environmental impact assessments (EIAs), and capacity-building mechanisms. However, the Southern Ocean has long been governed under the ATS, giving rise to potential normative overlaps between the two regimes. This study analyzes key issues arising from the application of the BBNJ Agreement in the Southern Ocean, including maritime jurisdiction, areas beyond national jurisdiction (ABNJ), extended continental shelf claims, MGR benefit-sharing, marine protected areas (MPAs), and the interpretation of the “not undermine” principle. The findings suggest that whereas the two regimes may generate regulatory fragmentation, they are not inherently incompatible. Instead,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ATS and the BBNJ Agreement should be understood in terms of coordination and complementarity. The study concludes that future governance of the Southern Ocean will depend on the development of cooperative mechanisms capable of ensuring institutional coherence while preserving the distinct objectives and strengths of each regime.



남극해에서 BBNJ 협정과 남극조약체제의 적용

양 희철*, 최 유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 연수연구원

초록


본 연구는 2026년 발효된 「국가관할권 이원지역의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협정(BBNJ 협정)」이 남극조약체제(ATS)에 미치는 영향과 양 규범 간 조정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BBNJ 협정은 해양유전자원(MGR), 구역기반관리수단(ABMTs), 환경영향평가(EIA) 및 역량강화 등을 규율함으로써 기존 해양법 질서에 새로운 규범적 요소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남극해는 이미 ATS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BBNJ 협정의 적용은 영유권, 해양관할권 및 국가관할권 이원(ABNJ)의 범위에 관한 새로운 법적 논의를 야기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남극해에서의 BBNJ 협정 적용 범위, 외측대륙붕 문제, 해양생물유전자원 이용과 이익공유, 해양보호구역(MPA) 및 ‘not undermine’ 원칙을 중심으로 양 체제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ATS와 BBNJ 협정은 일정한 규범적 중첩과 파편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나, 양 체제는 동일한 보전 목표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상호배제적 관계가 아니라 조정과 상호보완의 관계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향후 남극해 거버넌스의 핵심 과제는 어느 규범의 우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공유와 협의 메커니즘을 통해 두 체제 간의 제도적 정합성과 운영 효율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본다.



    1. 서 론

    남극해(Southern Ocean)는 지구 해양순환과 기후조절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해역이자, 독특한 해양생물다양성과 생태계를 보유한 세계적 환경자산으로 평가된다. 남극해는 전 지구 해양의 탄소흡수 기능과 심층수 순환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크릴을 비롯한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지이자 해양생태계 안정성을 지탱하는 핵심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해빙 감소, 해양산성화, 생물종 분포 변화 및 생물다양성 감소는 남극해 생태계의 취약성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 필요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남극해 문제를 단순한 환경보호 차원을 넘어 국제사회의 공동책임에 기초한 생태계 안전(ecological security)과 지속가능한 해양거버넌스의 문제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해양생물유전자원(Marine Genetic Resources, MGR)의 경제적 가치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국가관할권 이원지역(Areas Beyond National Jurisdiction, ABNJ)에 대한 국제적 관심 역시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해양공간의 이용과 자원개발이 주된 관심 대상이었다면, 최근에는 해양생물다양성 보전과 유전자정보의 이용, 그리고 이를 둘러싼 국제적 이익공유 체계의 구축이 새로운 해양거버넌스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가관할권 이원지역의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협정(Agreement on Marine Biological Diversity of Areas beyond National Jurisdiction, 이하 BBNJ 협정)」이 2026년 1월 17일 발효되었다. BBNJ 협정은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이하 UNCLOS)을 기초로 하는 세 번째 이행협정으로서 MGR, 구역기반관리수단(Area-Based Management Tools, ABMTs), 환경영향평가(Environmental Impact Assessment, EIA), 역량강화 및 해양기술이전(Capacity Building and Transfer of Marine Technology, CB&TMT)을 핵심 규율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UNCLOS 체제가 기존의 해양공간 분배와 이용 질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공해와 심해저를 포함한 ABNJ의 생태계 관리와 해양생물다양성 보전을 중심으로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공해상 생물다양성과 유전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BBNJ 협정은 기존 국제해양법 질서가 충분히 다루지 못하였던 규범적 공백을 보완하고, 예방적 해양환경 관리와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새로운 국제규범으로 평가된다. 협정 채택과 함께 UN 총회는 2027년 제1차 당사국총회 개최 준비를 위한 준비위원회(Preparatory Commission)를 설치하도록 결의하였으며(UN A/RES/78/272, 2024),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총 3차에 걸친 준비위원회를 개최하였다(IISD, 2026).

    UNCLOS는 전 지구적 성격의 협약으로 전 세계 모든 해역에 적용되며, 남극해 역시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UNCLOS를 근거로 성안된 BBNJ 협정 역시 남극해의 공해와 심해저에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남극해는 이미 남극조약체제(Antarctic Treaty System, ATS)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BBNJ 협정의 적용은 단순한 규범의 추가가 아니라 기존 남극 거버넌스와 새로운 글로벌 해양거버넌스 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문제를 수반한다. 특히 남극조약체제는 남극 영유권 동결, 과학조사의 자유, 비군사화 및 환경보호를 핵심 원칙으로 발전하여 왔으며,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Convention on the Conservation of Antarctic Marine Living Resources, CCAMLR)은 남극해 생태계 보전과 어업관리 체계를 구축하였고, 환경보호의정서(Madrid Protocol)는 광물자원 활동 금지와 환경보호를 제도화하였다.

    한편 ATS는 남극 영유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동결(freeze)하는 방식의 국제법적 타협 위에서 유지되어 왔다. 반면 BBNJ 협정은 ABNJ를 전제로 하는 새로운 글로벌 규범체계라는 점에서 남극해의 법적 성질, 공해 및 심해저의 범위, 남극 영유권 주장국의 해양관할권, 해양생물유전자원의 이용 및 이익공유, 그리고 해양보호구역(Marine Protected Area, MPA) 지정 문제 등에 새로운 국제법적 논의를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남극해에서 BBNJ 협정의 적용은 단순히 조약 간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남극해의 해양환경 보전과 생태계 안전을 위하여 지역적 거버넌스인 ATS와 글로벌 거버넌스인 BBNJ 체제가 어떠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고 조정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논문은 BBNJ 협정 발효가 ATS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양 체제 간 발생 가능한 주요 법적 쟁점을 분석한다. 특히 남극해에서의 BBNJ 협정 적용 범위, ABNJ의 공간적 범위, 외측대륙붕 상부 수층의 법적 성격, 해양생물유전자원의 이용과 이익공유, 그리고 ‘not undermine’ 원칙을 중심으로 양 체제의 관계를 분석한다. 나아가 본 논문은 BBNJ 협정과 ATS의 관계를 단순한 규범 충돌의 문제가 아니라 다층적 해양거버넌스(multi-layered ocean governance)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남극해 생태계 안전과 해양환경 보전을 위한 제도적 조정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남극조약 체제와 BBNJ 협정의 영향

    2.1 ATS의 주요 내용과 적용 범위

    남극대륙의 면적은 약 1,400만㎢로 지구 육지 면적의 약 9~10%를 차지한다. 남극대륙의 약 98%는 빙상과 빙하로 덮여 있으며, 지구상 빙하와 빙상에 저장된 담수의 약 90%가 이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남극의 공간적 범위에 대한 정의는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된다. 남극조약은 남위 60° 이남 지역을 적용 범위로 규정하고 있으며(제6조), 이는 현재 남극 거버넌스의 가장 중요한 법적 기준으로 기능한다. 한편 국제수로기구(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 IHO)는 2000년 「Limits of Oceans and Seas」 개정 과정에서 남위 60° 이남 수역을 Southern Ocean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제안하였으나, 해당 개정안은 공식 발효되지 않았다(IHO, 1953; Johnson, 2017; Scott KN, 2025). 또한 일부 과학자들은 남극수렴대(Antarctic Convergence 또는 Antarctic Polar Front)를 기준으로 남극 생태계를 정의하기도 하며, 이 경계는 일반적으로 남위 50°~60° 사이에 형성된다.

    ATS는 1959년 ①남극조약(Antarctic Treaty, AT)의 기본원칙을 중심으로 해양, 광물, 환경 등 분야별로 채택한 5개 조약을 포괄한 국제적 레짐이다. 즉, 남극조약과 함께 ②남극물개보존협약(Convention for the Conservation of Antarctic Seals, CCAS, 1972), ③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Convention on the Conservation of Antarctic Marine Living Resources, CCAMLR, 1980), ④남극광물자원활동규율협약(Convention on the Regulation of the Antarctic Minerals Resource Activities, CRAMRA, 1988), ⑤남극환경보호의정서(Antarctic Environmental Protection Protocol, 1991) 등을 포괄한다는 것이다. 이중 CRAMRA만 미발효 상태이며, 이들 조약은 AT의 기본원칙을 재확인하는 규정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AT를 영역별로 보완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남극에는 각종 석유가스와 광물자원이 부존되어 있고, 남극은 크릴새우를 포함한 수산자원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19세기부터 다수의 국가가 남극 탐험을 시작하였고, 영국은 1908년 남극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1959년 남극조약 채택 시기에 영국을 포함하여, 아르헨티나, 칠레, 노르웨이, 호주, 프랑스, 뉴질랜드 등 7개국이 남극 영유권을 주장하였다. 남극 영유권 주장에 활용된 대표적 논리 가운데 하나는 선형이론(sector theory)이다. 선형이론은 특정 국가가 자국 영토의 양측 경선을 남극점까지 연장한 부채꼴 구역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20세기 초 극지 영토 논의 과정에서 발전하였다.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사고방식의 역사적 기원을 1493년 교황 알렉산더 6세의 교황칙서(Inter Caetera)와 이후의 토르데시야스 조약(Treaty of Tordesillas)에서 찾고 있으나(Davenport, 1917; Rothwell, 1996), 현대적 의미의 선형이론 자체는 북극 및 남극 영유권 논의 속에서 형성된 20세기적 산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Table 1은 남극 영유권을 주장하는 7개국의 주장과 그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주요 법적 근거를 정리하였다.

    한때 일본도 시라세 노부(白瀨矗) 중위가 1911년-1912년 북극탐험을 근거로 영유권을 주장한 바 있으나, 일본 정부의 (각국)영유권 부정 정책으로 거부되었고,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제2조 (e)항에 따라 “일본은 남극에 관한 모든 권리와 소유권 및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규정으로 그 권리 주장 가능성은 상실되었다. Table 2는 남극 영유권 주장과 관련한 각국의 입장을 주장국, 비주장국/유보국, 특별한 권리 주장국으로 나누어 정리하였다.

    미국과 러시아는 1950년대 대규모 남극 탐사활동을 전개하였으나, 영유권 주장을 하지도 않았고, 타국의 영유권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양국의 경쟁적 탐사 활동은 남극 과학 연구 활동의 국제화와 활성화를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Elzinga, 1988). 그리고 그 결실은 1957년에서 1958년까지 총 12개국이 67개의 남극기지를 설치하고, 5천 명의 과학자를 파견하였던 국제지구물리관측연도(International Geophysical Year, IGY)로 이어졌다. 이후 국제사회는 남극의 평화와 과학 연구 협력 지속을 위해 영토주권 문제를 동결하는 것을 골자(제4조 제1항 (a))로 하는 남극조약을 채택하였다(Scott SV, 2013). 물론 이 규정은 남극지역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국가들의 입장을 포기시킨 것이 아니며, 새로운 영유권 주장을 할 수 없도록 한 조치이다(Scott SV, 2013). 조약에 따라 남극은 평화적 목적을 위해 이용되고, 군사기지 설치나 군사 연습·무기 실험은 금지된다(제1조).

    한편, 1970년대 초기 오일쇼크는 남극 광물자원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켰다. 국제사회는 1982년부터 남극 광물자원 관리 체제의 부재로 인해 영유권 주장국 등이 국내법을 통해 광물자원 개발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인식을 우려하여 1988년 CRAMRA 협약을 채택하였다. 이 협약은 영유권 주장 7개국과 미국, 러시아를 필수적으로 포함한 16개국이 비준하여야 하나, 호주와 프랑스, 뉴질랜드가 남극 환경 생태계 보호를 이유로 비준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이다(Triggs, 1991). 이에 더하여 CRAMRA의 미발효는 1989년 3월, Exxon Valdez호 유류 유출 등의 연속된 사고로 인한 우려의 결과이기도 하다(Hemmings, 2009).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에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20여 개 국가가 남극조약에 가입하였고, 26개의 연구기지가 추가로 설치하였는바 남극광물자원의 개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남극 거버넌스 측면에서 CRAMRA의 미발효는 남극조약으로 규제되지 않은 광물자원의 탐사 가능성까지는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ATS의 위기로 작용할 수 있었다. 다만, 1991년 남극환경보호의정서가 채택(1998년 발효) 되었고, 제7조는 “과학적 연구를 제외한 광물자원과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금지”된다고 규정하였으며, 당사국들은 이 협약이 최소 50년 동안 유효하다는 데 합의(제25조)하였다. 비록 협약 채택과정에서 제25조 합의를 둘러싼 이견이 있었으나, CRAMRA 채택 과정에서 대치되었던 당사국 간 갈등은 봉합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이 협약은 환경보호가 ATS의 근간임을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Table 3은 ATS를 구성하는 5개의 조약들과 해당 조약들의 주요 조항을 정리하였다.

    2.2 BBNJ 협정의 적용 범위와 ATS에의 영향

    상술한 바와 같이, ATS는 남위 60도 이남 지역을 대상으로 독자적인 관리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남극 주변 해양공간의 법적 지위를 직접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UNCLOS와 마찬가지로 Fig. 1과 같이 BBNJ 협정이 남극해의 ABNJ에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남극해에 BBNJ 협정을 적용하는 문제는 ATS를 중심으로 형성·운영되어 온 기존 남극 질서에 대한 일정한 재해석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특히 남극해는 ATS와 UNCLOS라는 두 국제법 체계가 중첩적으로 작용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BBNJ 협정의 적용은 기존 남극 거버넌스에 새로운 규범적 요소를 추가하고 남극해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국제법적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BBNJ 협정의 적용이 곧바로 남극 영유권 문제를 재점화하거나 남극조약 제4조에 의해 동결된 영유권 주장을 변경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유권 주장국들이 잠재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해양 관할권의 범위와 이에 대응하는 ABNJ의 공간적 범위를 둘러싼 논의를 촉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나아가 이러한 논의는 남극해 해양공간의 법적 성격과 관리 체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유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Scott KN, 2021; Joyner, 2010).

    논쟁의 핵심은 남극조약 적용 구역 또는 그 일부가 ABNJ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남극대륙에 대한 영유권 주장의 법적 지위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만약 남극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면, 해당 영토를 기초로 설정되는 영해, EEZ, 대륙붕 등의 해양 관할권 역시 일정 범위에서 인정될 수 있다. 이 경우 ABNJ로 평가될 수 있는 남극해의 범위는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반면 남극조약 제4조에 따라 영유권 문제가 동결된 현행 체제를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남극 육역에 기초한 해양 관할권 주장 역시 확정적인 법적 효력을 갖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다. 이러한 시각에서는 남극해의 상당 부분이 ABNJ에 해당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BBNJ 협정의 적용 범위도 보다 넓게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일부 학자들은 ATS가 남위 60도 이남 지역에 대하여 개별 국가의 배타적 관할권을 전제로 하지 않는 독자적(sui generis) 관리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남극해의 법적 지위는 단순히 국가관할권 수역과 ABNJ라는 이분법적 구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BBNJ 협정과 ATS의 관계 역시 영유권이나 해양 관할권 문제를 넘어 보다 복합적인 거버넌스 차원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Scott KN, 2025).

    결국 ATS는 남위 60° 이남이라는 공간적 범위를 기초로 하는 반면, BBNJ 협정은 ABNJ인 공해와 심해저를 적용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남극해에서 공해와 심해저가 어느 범위까지 존재하는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BBNJ 협정의 공간적 적용 범위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법적 쟁점이 된다.

    이 문제는 남극 영유권을 주장하는 7개국뿐만 아니라 모든 남극조약 당사국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실제 국가 관행을 살펴보면 다수 국가는 남극해의 상당 부분을 사실상 ABNJ로 인식하거나 이에 준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남극에 대한 이해관계가 특정 국가들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ATS의 발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확인되어 왔다. 남극조약 당사국들이 국제사회 전체를 대신하여 남극의 평화적 이용과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한 책임(special responsibility)을 부담한다는 인식 역시 환경보호의정서를 비롯한 후속 제도 발전 과정에서 점차 강화되어 왔다.

    결국 어떠한 해석을 채택하더라도 BBNJ 협정의 남극해 적용은 ATS 하에서 유지되어 온 남극 영유권 동결 체제와 일정한 긴장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BBNJ 협정이 직접적으로 남극 영유권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ABNJ의 범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영유권 및 해양 관할권에 관한 논의를 다시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BBNJ 협정의 이행 과정에서는 남극조약체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MGR, MPA 및 EIA와 같은 새로운 규범적 요소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제기될 것이다.

    2.3 남극해에서 200해리 외측 대륙붕 접근

    상술한 바와 같이, 영유권 논쟁은 남극해에서 공해와 심해저의 공간적 범위를 확정하는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그러나 공해의 구체적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이 곧바로 남극해에 공해 또는 심해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남극조약 제6조는 남위 60° 이남 지역에 대한 조약의 적용을 규정하면서도, 해당 지역 내 공해에 관한 국가의 권리 행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남극조약 자체가 남위 60° 이남 해역에 공해가 존재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남극해에는 BBNJ 협정이 적용될 수 있는 ABNJ, 즉 공해와 심해저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문제는 그 범위이다. BBNJ 협정의 적용 대상은 ABNJ에 한정되므로, 남극 육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이 해양 관할권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남극해에서 BBNJ 협정이 적용되는 공간적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영유권 주장국의 입장에서는 남극 육역을 기초로 영해, EEZ 및 대륙붕을 주장할 여지가 있으므로 BBNJ 협정은 그 외측 해역에만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영유권 비인정국 또는 권리유보국의 관점에서는 남극 육역을 근거로 한 해양 관할권 주장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남극해의 상당 부분 또는 전부가 ABNJ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러한 논쟁은 국가들의 외측 대륙붕 제출 관행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현재까지 남극 영유권 주장국 가운데 호주, 아르헨티나, 노르웨이, 칠레는 남극 육역 또는 남극 관련 영토를 기초로 200해리 외측 대륙붕에 관한 정보를 대륙붕한계위원회(Commission on the Limits of the Continental Shelf, CLCS)에 제출하였다. 호주는 2004년 남극 영토를 포함한 외측 대륙붕 자료를 제출하였고, 아르헨티나는 2009년 남극지역을 포함하는 제출을 하였다. 노르웨이 역시 2009년 드론닝 모드 랜드(Dronning Maud Land)와 관련된 자료를 제출하였으며, 칠레는 2022년 칠레령 남극지역을 대상으로 CLCS에 부분 제출(partial submission)한 바 있다(UN CLCS, 2004; UN CLCS, 2009a; UN CLCS, 2009b; UN CLCS, 2022a). 각국이 제출한 외측 대륙붕에 관한 정보는 아래 그림들(Fig. 2, Fig. 3, Fig. 4, Fig. 5)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남극해를 대상으로 상기 대륙붕 연장 신청 문건들은 기타 신청 사례와 구별되는 점이 있다. 남극 영유권 주장국들이 CLCS에 관련 정보를 제출하되, 남위 60° 이남 지역의 법적·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여 당분간 심사 또는 권고 등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요청한 점이다(Chile, 2022). 이는 영유권 주장국 7개국이 2004년 형성한 공통 입장에 따른 것으로 남극조약 제4조에 따른 영유권 동결 체제를 정면으로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장래의 권리 주장을 보전하려는 절충적 접근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들 국가는 남극 육역을 근거로 한 외측 대륙붕 권원 가능성을 현시하면서도, 남극조약체제의 안정성과 평화적 이용 원칙을 존중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UN CLCS, 2009; UN CLCS, 2022).

    반면, 영국과 뉴질랜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을 취하였다. 영국은 포클랜드 제도, 사우스조지아 및 사우스샌드위치 제도 등을 기초로 CLCS에 제출하였으나 British Antarctic Territory와 관련된 정보는 포함하지 않았다. 뉴질랜드 역시 Ross Dependency와 관련된 외측대륙붕 정보를 제출 대상에서 제외하고 향후 제출 가능성을 유보하였다. 이는 남극에 대한 권리 주장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남극조약체제의 특수성과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하여 제출 시기와 절차를 조정한 것으로 평가된다(UN CLCS 2009c; UN CLCS 2006).

    이러한 국가 관행은 남극해의 법적 성격을 단순히 공해 또는 연안국 관할수역이라는 이분법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남극조약체제는 영유권 주장을 동결하면서도 공해상의 권리 행사를 보존하고 있고, UNCLOS 체제는 육지 영토를 기초로 해양 관할권을 설정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 결과 남극해에서는 영유권 동결, 해양 관할권 주장, 공해 자유, 심해저 제도, 그리고 BBNJ 협정의 ABNJ 규율이 중첩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BBNJ 협정의 관점에서 볼 때, 외측 대륙붕 문제는 수층(water column)과 해저(seabed)의 법적 지위가 분리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설령 남극 영유권 주장국의 외측 대륙붕 권원이 장래에 일정 부분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상부 수역은 여전히 공해로 남을 수 있다. 따라서 남극 육역을 기초로 한 200해리 외측 대륙붕 주장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상부 수역에서 이루어지는 MGR의 탐사·채집·이용 활동은 BBNJ 협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BBNJ 협정이 해저 광물자원 자체가 아니라 해양생물다양성 및 MGR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따라서 BBNJ 협정의 남극해 적용은 남극 영유권 문제를 직접적으로 재개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극해에서 ABNJ의 범위, 외측 대륙붕 상부 수층의 법적 성격, 그리고 MGR 이용과 이익공유 문제를 다시 부각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BBNJ 협정과 ATS 간 관계는 단순한 조약 간 충돌 문제가 아니라, 남극해 공간의 법적 층위를 어떻게 구분하고 조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3. BBNJ 협정과 ATS의 파편화와 조정

    상술한 내용을 종합하면, 남극해에서 BBNJ 협정의 적용 범위는 단일한 방식으로 규정하기보다 ABNJ의 범위 해석에 따라 다르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가장 넓은 해석은 남위 60° 이남 해역 전체를 사실상 ABNJ으로 보는 접근이다. 이 경우 BBNJ 협정은 남극해 전역에 적용될 수 있으며, 이는 남극 영유권 주장이나 이에 기초한 해양 관할권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과 연결된다. 보다 제한적인 해석은 남극 육역을 기초로 설정될 수 있는 영해, EEZ 및 대륙붕을 전제로 하되, 그 외측 해역에 한하여 BBNJ 협정이 적용된다고 보는 접근이다. 이는 남극 영유권 주장국들의 잠재적 해양 관할권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그 외측에 존재하는 공해와 심해저에 대해서는 BBNJ 협정의 적용 가능성을 유지하는 입장이다. 또 하나의 접근은 남극해에 200해리 외측 대륙붕이 존재하는 경우이다. 설령 남극 영유권 주장국의 외측 대륙붕 권원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상부 수역은 여전히 공해로 남을 수 있다. 따라서 해저에 대해서는 연안국의 대륙붕 권리가 적용되는 반면, 수층에서 이루어지는 MGR의 탐사·채집·이용 활동은 BBNJ 협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해저와 수층의 법적 지위가 분리되면서, 외측 대륙붕에 대한 권리 주장과 BBNJ 협정의 규율이 동일 공간에서 병존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결국 남극해에서 BBNJ 협정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의는 단순히 남극 영유권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쟁점은 남극 영유권 주장으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해양 관할권의 범위와 ABNJ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해석할 것인가에 있다. 특히 남극해에서는 영유권 동결이라는 ATS의 특수한 법적 구조와 UNCLOS상 해양 관할권 체계, 그리고 BBNJ 협정의 ABNJ 규율이 중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이들 규범 간 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핵심적인 법적 과제로 부상한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주목할 필요가 있는 영역은 외측 대륙붕 상부 수역에 대한 법적 지위이다. 설령 남극 영유권 주장국의 외측 대륙붕 권원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상부 수역은 여전히 공해로 남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동일한 공간이라도 해저에 대해서는 연안국의 대륙붕 권리가 적용되는 반면, 수층에 대해서는 BBNJ 협정이 적용되는 규범적 병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향후 남극해에서 BBNJ 협정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의는 이러한 공간적·기능적 중첩 관계를 어떻게 해석하고 조정할 것인가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3.1 BBNJ 협정과 ATS의 주요 충돌 의제

    Rothwell은 상충하는 영유권 주장에도 불구하고 1961년 이후 남극과 남극해를 성공적으로 관리해 온 독특한 국제법적 거버넌스 메커니즘으로 ATS를 설명하고 있다(Rothwell, 2021). 다시 말해, 현대 국제법에서 ATS는 가장 성공적인 기능주의적 국제질서(functionalist legal order) 중 하나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ATS는 동시에 구조적 한계도 가진다. 첫째, ATS는 본질적으로 냉전 시기의 정치적 타협 구조 위에 형성된 체제라는 점이다. 따라서 생명공학 기술 발전, 극지 자원 경쟁 심화 등 새로운 국제 환경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ATS는 상대적으로 폐쇄적(club-like) 체제라는 점이다. 특히 남극조약협의당사국(Antarctic Treaty Consultative Parties, ATCPs) 중심 구조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보편성 측면에서 한계를 가진다. 일부 개발도상국은 ATS가 사실상 “남극 이해 관계국 중심의 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셋째, ATS는 생명공학 기반 MGR 이용이라는 새로운 경제질서를 충분히 규율하지 못하고 있다. 남극 생물유전자원의 상업적 탐색과 이용을 일컫는 Antarctic bioprospecting 문제는 이미 2000년대 이후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왔으나, ATS는 아직 명확한 이익공유 메커니즘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러한 점에서 BBNJ 협정은 ATS가 충분히 다루지 못하였던 새로운 영역을 규율하는 글로벌 규범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BBNJ 협정이 기존 ATS와 단순한 범위의 중첩과 규범 충돌 문제로 해석되지 않아야 하며, 이들 규정의 복수 적용으로 야기될 수 있는 국제규범의 파편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남극해를 대상으로 ATS와 BBNJ 협정이 충돌할 수 있는 주요 의제는 다음과 같다.

    1) 남극해 해양보호구역(MPA) 체계와 BBNJ 협정

    남극해에서 가장 뚜렷한 제도적 중첩은 MPA 분야에서 나타난다. CCAMLR은 이미 Ross Sea MPA를 포함한 남극해 MPA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Ross Sea MPA는 약 155만㎢ 규모의 세계 최대 해양보호구역 중 하나로 평가된다. 반면 BBNJ 협정은 당사국총회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글로벌 ABMT/MPA 지정체계를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향후 남극해 특정 해역에 대한 보호조치가 논의될 경우, CCAMLR의 기존 권한과 BBNJ 당사국총회의 새로운 권한 사이에 제도적 중첩 또는 권한 경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CCAMLR이 BBNJ 체제상 ‘relevant competent body’로 인정될 것인지, 또는 BBNJ 당사국총회가 남극해에 독자적인 보호조치를 채택할 수 있는지가 향후 중요한 법적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Haward, 2021).

    중국과 러시아가 CCAMLR 내 추가 MPA 지정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학자들은 향후 BBNJ 협정의 ABMT/MPA 체계가 남극해 보호조치 논의에 새로운 경로를 제공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BBNJ 당사국총회가 CCAMLR 체계를 우회하여 남극해 MPA를 지정하려는 구체적인 국가 관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BBNJ 협정이 새로운 글로벌 MPA 체계를 도입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두 체제 간 권한 관계가 중요한 법적·정책적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는 단순히 환경보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BBNJ 당사국총회는 ATS 및 CCAMLR보다 훨씬 광범위한 국가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체제인 반면, ATS는 남극 문제에 특화된 지역적 거버넌스 체제라는 특징을 가진다. 따라서 향후 남극해 MPA 논의는 개별 보호구역의 지정 여부를 넘어, 남극해 관리에 관한 권한이 지역 체제와 글로벌 체제 사이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배분되고 조정되어야 하는가의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2) 해양유전자원(MGR)의 국제법적 특수성

    BBNJ 협정의 가장 혁신적인 요소 중 하나는 MGR에 대한 국제규범을 구축하였다는 점이다. 기존 UNCLOS 체제는 공해 자유와 심해저 공동관리 원칙을 규정하고 있었으나, MGR의 이용과 이익공유 문제는 사실상 규율 공백 상태에 있었다.

    MGR이란 일반적으로 생물체의 유전정보(genetic information) 또는 생리활성물질을 활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자원을 의미한다. 특히 현대 생명공학기술의 발전은 유전자 정보 자체를 경제적 가치로 전환시키고 있다. 즉, 과거처럼 생물체를 직접 대량 확보하지 않더라도, 특정 유전자 서열 정보(Digital Sequence Information, DSI)만으로 의약품·산업용 효소·화장품·생명공학 제품 개발이 가능해지고 있다. MGR은 전통적인 광물자원과 달리 물리적 채굴과 소비로 소멸되는 자원이 아니라, 유전자 정보의 분석과 활용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특성을 가진다. 특히 디지털화된 유전자 정보는 반복적인 이용과 재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해양 광물자원과 구별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MGR은 BBNJ 협상 과정에서 가장 논쟁적인 의제 중 하나로 부상하였다.

    남극해는 극한 환경에 적응한 독특한 생물군이 서식하는 지역으로서 MGR의 잠재적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된다. 남극 미생물에서 유래한 저온 효소(cold-adapted enzymes)는 세제, 식품, 바이오센서 및 유전자 증폭기술 등에 활용 가능성이 있으며, 남극 크릴과 해양미생물로부터 추출되는 생리활성물질 역시 제약 및 바이오산업의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최근 남극은 과학 연구의 대상지를 넘어 생명공학적 가치가 집중되는 새로운 연구 및 산업 공간(Antarctic biotechnological frontier)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ATS는 본래 평화적 이용, 과학 협력 및 환경보호를 중심으로 발전한 제도이며, MGR의 상업적 이용과 이익공유에 관한 명시적 규범을 마련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BBNJ 협정은 ATS가 충분히 다루지 못했던 MGR 접근과 이익공유 문제를 남극해에 새롭게 제기하는 규범적 계기가 될 수 있다.

    3) Antarctic Bioprospecting과 ATS의 규범적 한계

    남극 생물유전자원의 상업적 탐색과 이용은 일반적으로 “Antarctic bioprospecting”으로 불린다. 이는 남극 생물자원으로부터 의약품·화장품·산업용 효소·생명공학 제품 등에 활용 가능한 유전자 및 생리활성물질을 탐색·개발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Antarctic bioprospecting 문제는 1990년대 후반 이후 국제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일본, 미국, 유럽 기업들이 남극 미생물과 극지 생물자원을 활용한 특허를 다수 출원하면서, 남극 자원의 상업화 문제가 국제정치적 이슈로 부상하였다(Belgium et al., 2013).

    UNU-IAS는 2005년「Antarctic Bioprospecting」를 통해 남극 생물자원에 대한 상업적 관심이 확대되고 있으며, 생물탐사 활동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였다. 이후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Antarctic Treaty Consultative Meeting, ATCM)에 제출된 후속 연구들은 특허정보가 남극 생물자원에 대한 상업적 연구 개발 활동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임을 지적하면서, 남극 유전자원과 생물자원을 기반으로 한 특허 활동이 상당한 규모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고하였다(Lohan and Johnston, 2005; UNU-IAS, 2005; Tvedt, 2010). 이는 남극 생물자원의 상업적 이용이 기존 ATS 체제의 “과학 협력 중심 구조(science-oriented governance)”와 충돌할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자, 남극의 경제적 가치가 광물자원에서 생명공학 정보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ATS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명확한 규범을 형성하지 못하였다. 남극조약은 과학 조사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연구 결과의 상업화 여부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는다.

    환경보호의정서는 제7조를 통해 광물자원 활동을 금지하고 있으나, 생물유전자원의 상업적 이용이나 이익공유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일부 학자들은 ATS가 사실상 생물유전자원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은 허용하면서도 이익공유 체계는 부재한, 이른바 “free access without benefit-sharing”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남극 생물유전자원이 과학기술 역량과 특허 확보 능력을 보유한 소수 선진국에 의해 독점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우려해 왔다(Lohan and Johnston, 2005). 이러한 문제는 BBNJ 협상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남북 갈등 의제로 부상하였으며, MGR의 법적 지위는 가장 첨예한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G77+China는 해양생물유전자원을 인류공동유산(common heritage of mankind)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이익공유 체계의 강화를 주장한 반면, 미국, 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공해 자유와 과학 연구의 자유를 강조하였다. 최종적으로 채택된 BBNJ 협정은 어느 한 입장을 명시적으로 채택하지 않고, MGR의 접근과 이용에 따른 금전적·비금전적 이익공유 체계 및 정보 공유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절충적 제도를 마련하였다.

    이러한 절충은 협정이 MGR의 법적 성질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채 합의를 도출하였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 간의 타협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지된 ‘건설적 모호성(constructive ambiguity)’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ATS 역시 남극 영유권 문제를 남극조약 제4조를 통해 동일한 방식으로 관리해 왔다. 이러한 점에서 남극해는 영유권에 관한 건설적 모호성과 MGR 규율에 관한 건설적 모호성이 중첩(double constructive ambiguity)되는 독특한 국제법적 공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4) 디지털유전자정보(DSI)와 미래 거버넌스 문제

    최근 국제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부상하는 쟁점 중 하나는 DSI 문제이다. 과거 생물자원 이용은 실제 표본 확보와 물리적 접근에 의존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유전자 염기서열 데이터만 확보하면 인공지능(AI),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유전자편집기술(CRISPR) 등을 활용하여 상업적 제품 개발이 가능해지고 있다. 즉, 남극 생물체를 직접 채집하지 않더라도, 이미 확보된 DSI를 활용하여 막대한 경제적 이익 창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ATS가 전제로 하였던 과학조사의 자유 개념 자체를 재해석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DSI 기반 생명공학 산업은 연구 정보 자체를 경제적 자산으로 전환시키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남극 과학 활동과 상업적 이용의 경계를 점차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일부 글로벌 바이오기업과 연구 기관들은 이미 남극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특허를 다수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남극 생물유전자원이 사실상 특정 국가와 기업의 기술적 우위 속에서 상업화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은 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서 “남극 유전자정보의 사유화(privatization of Antarctic genetic information)”에 대한 우려를 증가시키고 있다.

    BBNJ 협정은 MGR에 대한 접근과 이익공유 체계를 새롭게 도입함으로써 기존 국제법 체계가 충분히 다루지 못했던 문제에 대응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협정이 DSI를 직접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유전자정보가 어느 범위까지 이익공유 대상에 포함되는지, 디지털 데이터와 특허정보를 어떠한 방식으로 국제적으로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당한 법적·정책적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남극해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남극 연구는 전통적으로 과학적 데이터의 공유와 국제 협력을 핵심 원칙으로 발전해 왔지만, 유전자정보의 경제적 가치가 증가함에 따라 개방적 과학 협력 체계와 상업적 활용 간의 긴장 관계가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극 생물자원에서 유래한 유전자정보는 생명공학, 제약 및 산업용 효소 개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관련 특허와 연구 개발 활동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향후 남극해 거버넌스에서는 생물 표본의 물리적 접근보다 유전자정보의 생성·이용·공유 과정이 더욱 중요한 규범적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BBNJ 협정은 이를 위해 정보공유체계(Clearing-House Mechanism, CHM)를 도입하였으나, 이러한 제도가 DSI의 이용과 이익공유 문제를 어느 정도까지 포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또한 최근 학계에서는 유전자정보의 출처와 이용 과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적하기 위해 이력 추적(traceability) 체계, 국제 데이터베이스 및 표준화된 정보 공유 메커니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에 관한 구체적인 국제규범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태이다.

    결국 DSI와 유전자정보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쟁점이 아니라 국제해양법 질서가 물리적 자원의 접근과 이용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기존 구조에서 정보와 데이터의 관리 및 활용을 중심으로 점차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남극해는 과학 연구, 데이터 공유, 생명공학적 활용이 집중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가장 먼저 가시화될 수 있는 해역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즉, 향후 남극해 거버넌스의 핵심 쟁점이 “생물 자체보다 유전자정보의 흐름(flow of genetic information)”이 될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결국 BBNJ 협정의 발효와 함께 DSI 문제는 남극해 국제질서가 과학 공유 중심 체제로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생명공학 기반 경제질서로 전환될 것인지와 직결되는 구조적 문제로 평가된다.

    3.2 ‘Not Undermine’ 조항의 해석

    BBNJ 협정 제5조는 협정과 기존 국제기구 및 관련 체제와의 관계를 규정하면서, 협정이 기존 체제를 “약화시키지(not undermine)” 않는 방식으로 해석·적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협상 과정에서 가장 첨예한 논쟁 대상 중 하나였다. 특히 ATS,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 국제해저기구(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 ISA) 및 지역수산관리기구(Regional Fisheries Management Organizations, RFMOs) 등 기존 전문기구들은 BBNJ 협정이 자신들의 권한과 기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였다. McDorman은 “not undermine” 조항이 이러한 상반된 입장을 조정하기 위한 정치적 절충의 결과라고 평가한다(McDorman, 2021). 일부 국가는 이를 기존 체제의 우선성을 인정하는 규정으로 이해하였으나, 다수의 개도국과 환경보호를 중시하는 국가들은 BBNJ 협정의 독자적 기능과 규범적 역할을 유지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Scanlon, 2018).

    이러한 배경에서 “not undermine” 원칙은 기존 체제에 대한 사실상의 거부권(veto)을 부여하는 규정으로 이해되기보다는, 기존 제도와 새로운 규범체계 간의 조정과 상호 보완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Gjerde et al., 2018). 실제로 ATS는 이미 남극 생물자원 보전과 환경보호에 관한 상당한 제도적·규범적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 CCAMLR은 MPA 지정 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며, 환경보호의정서는 EIA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BBNJ 당사국총회가 동일 해역에서 MPA 지정이나 환경심사 절차를 추진할 경우, 두 체제 간 권한 중첩과 기능적 조정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는 국제법상 서로 다른 제도와 기구가 동일한 공간과 활동을 규율하면서도 명확한 위계관계를 갖지 않는 전형적인 제도적 중첩(institutional overlap)의 문제로 이해할 수 있다. 국제법상 조약 체제 간 관계는 일반적으로 상하관계보다는 조정(coordination)과 상호작용(interaction)의 문제로 이해되며(Koskenniemi, 2006), ATS와 BBNJ 협정의 관계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남극해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체제가 우선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두 체제가 동일한 보전 목표를 공유하는 범위 내에서 어떻게 기능적으로 병존하고 협력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러한 점에서 BBNJ 협정의 남극해 적용 과정에서는 ATS와의 제도적 조화를 확보하기 위한 협의 및 정보 공유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특히 MGR의 이용과 이익공유 문제는 기존 ATS가 명시적으로 규율하지 않았던 영역이라는 점에서, 양 체제 간 역할 분담과 조정 방식에 관한 논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또한 적용 대상 해역에 대한 해석 차이를 고려하여, 남위 60° 이남 전 해역, 남극 육역을 기초로 한 해양 관할권 외측 해역, 그리고 외측 대륙붕 상부 수역 등으로 구분하여 접근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상술한 바와 같이 ATS는 남극 영유권과 광물자원 문제를 사실상 동결시키고, 과학 조사의 자유와 환경보호를 핵심 원칙으로 발전해 왔다. 반면 BBNJ 협정은 MGR의 이용과 이익공유라는 새로운 규범 영역을 도입하였다. 따라서 BBNJ 협정이 남극해에 적용된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협정이 추가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ATS 체계와의 제도적 조정 및 상호 수용성 문제가 제기됨을 의미한다.

    특히 해양생물유전자원은 광물자원과 본질적으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 광물자원의 이용은 물리적 채굴과 자원의 양적 감소를 수반하지만, 해양생물유전자원의 가치는 유전자정보의 분석과 활용에 있으며, 해당 정보는 복제와 재생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BBNJ 협정상 이익공유의 대상은 생물자원 자체의 소유권이나 분배가 아니라,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한 연구·개발 및 상업화 과정에서 창출되는 이익에 가깝다. 이러한 점에서 BBNJ 협정은 ATS와 동일하게 해양환경 및 생물다양성 보전을 지향하면서도, 해양생물유전자원의 이용과 이익공유에 관해서는 독자적인 규범적 기능을 수행할 여지가 있다.

    3.3 BBNJ 협정과 ATS의 조정

    남극해에서 ATS와 BBNJ 협정의 병존은 국제규범의 파편화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러나 파편화가 반드시 규범 충돌이나 제도적 비효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Koskenniemi는 국제법의 분화가 현대 국제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화와 기능적 분업의 결과라고 설명하면서, 서로 다른 규범체계의 병존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Koskenniemi, 2006).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BBNJ 협정은 ATS가 충분히 다루지 못하였던 MGR 및 관련 정보의 이용과 이익공유 문제를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반면 ATS는 남극이라는 특수한 지역을 대상으로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관리 경험과 제도적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규범적 가치를 가진다.

    결국 남극해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어느 규범이 우선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복수의 국제규범이 동일한 공간에서 어떻게 조정되고 기능적으로 병존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ATS와 BBNJ 협정은 모두 해양환경 보호와 생물다양성 보전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 경쟁적 관계라기보다는 상호보완적 관계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남극해에서는 상이한 국제규범이 병존하면서도 일정한 조정을 통해 운영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남극 광물자원 문제를 들 수 있다. 환경보호의정서는 남극에서의 광물자원 활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반면, UNCLOS 체제와 ISA 규범은 심해저 자원 탐사와 개발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두 체제 간 규범적 긴장이 존재할 수 있으나, 국제사회는 지금까지 남극에서의 광물 활동 금지라는 ATS의 규범적 합의를 사실상 존중해 왔다. 이는 서로 다른 국제규범이 반드시 충돌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조정과 수용을 통해 병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남극 생물자원 보전 분야 역시 유사한 양상을 보여준다. 남극 크릴어업의 확대에 대응하기 위하여 설립된 CCAMLR은 남극 생태계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한 독자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하였으며, 유엔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FAO),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is of Wild Fauna and Flora, CITES) 등 다른 국제기구 및 국제협약 체제와 협력하면서 불법·비보고·비규제(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 IUU) 어업 문제에 대응해 왔다. 특히 IUU 어업에 대한 국제적 논의는 상당 부분 CCAMLR 체제 내에서 선도적으로 발전해 왔다는 점에서, 지역적 규범체계가 글로벌 규범 형성에 기여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남극해에서는 BBNJ 협정이라는 전지구적 규범과 ATS라는 지역적 관리 체계 간의 지속적인 조정과 상호작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어느 체제의 우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체제가 보유한 기능적 강점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호보완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ATS와 BBNJ 협정의 관계는 규범 충돌의 문제가 아니라 다층적 해양거버넌스(multi-layered ocean governance)의 관점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4. 결 론

    BBNJ 협정의 발효는 남극해를 둘러싼 국제법 질서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ATS는 남극 영유권 문제를 동결한 상태에서 평화적 이용, 과학 협력 및 환경보호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관리 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반면 BBNJ 협정은 ABNJ에서의 해양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목적으로 성안된 새로운 규범체계로서, MGR, ABMTs, EIA, CB&TMT 등을 핵심 의제로 규율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남극해에서는 기존 ATS 체제와 BBNJ 협정 간의 관계 설정과 조정 문제가 중요한 국제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법체계적 관점에서 ATS와 BBNJ 협정을 단순히 일반법과 특별법, 또는 구법과 신법의 관계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두 체제는 성안 배경과 목적, 당사국 구성 및 규율 범위가 상이하며, ATS를 BBNJ 협정에 대한 특별법(lex specialis)으로 단정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ATS는 남극이라는 특수지역에 대한 관리체계인 반면, BBNJ 협정은 ABNJ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규범이라는 점에서 양자의 적용 범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해양생물다양성 보전과 해양환경 보호라는 측면에서 두 규범은 상당한 수준의 공통된 목적과 원칙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두 체제의 관계는 우열을 가리는 방식보다는 상호 조정과 보완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규범 파편화를 최소화하고 제도 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 체제를 연결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호환성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국제조약은 일반적으로 다른 조약과의 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양립성 조항(compatibility clauses)’을 두고 있다. UNCLOS 제311조와 남극조약 제6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Vigni가 지적한 바와 같이 국제조약 간의 관계는 이러한 양립성 조항을 통해 조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ATS를 구성하는 다수의 협약 역시 국제해양법 및 UNCLOS와의 관계를 고려한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Vigni, 2000). 따라서 이러한 조항에 대한 해석은 BBNJ 협정과 ATS 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중요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ATS와 BBNJ 협정은 모두 규범 간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이미 마련하고 있다. 남극조약 제6조는 공해에 관한 국제법상 권리와 그 행사를 침해하거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함으로써 국제법 발전에 대한 개방성과 유연성을 보여주고 있다. BBNJ 협정 또한 제5조에서 기존의 관련 법문서, 제도 및 기구를 약화시키지 않으며 상호 일관성과 조정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해석·적용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협정 제8조, 제17조, 제21조, 제22조, 제29조, 제47조, 제51조, 제53조 및 제55조 제4항 등은 기존 지역적·분야별 체제와의 협력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점에서 BBNJ 협정은 ATS를 대체하거나 배제하기보다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호환성 조항만으로는 실제 관리 체계 간의 중복과 충돌 문제를 충분히 해소하기 어렵다. 향후 ATS와 BBNJ 체제 간에는 정보 공유 및 협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남극해에서의 공간적 적용 범위와 제도적 역할 분담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ATS가 오랜 기간 축적해 온 합의제(consensus) 운영 원칙과 BBNJ 협정의 제도적 의사결정 구조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나아가 이러한 제도적 정합성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ATS와 BBNJ 체제 간 정례적 공동협의체를 설치하여 BBNJ 당사국총회, ATCM, CCAMLR 간 정보공유와 공동검토 절차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남극 MGR의 탐사·채집·이용 및 DSI의 활용에 관한 공동 관리지침과 국제 등록·추적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규범적 공백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아울러 남극해 활동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체계 역시 개별 사업 중심의 접근을 넘어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및 누적적 영향(cumulative impacts)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생태계 안전(ecological safety) 중심의 평가체계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BBNJ 협정의 남극해 적용은 ATS의 대체나 경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남극해 환경보전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국제사회의 공동책임을 확대하는 계기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향후 남극해 거버넌스는 ATS가 축적해 온 지역적 전문성과 BBNJ 협정이 제공하는 보편적 규범성을 결합한 다층적 해양거버넌스(multi-layered ocean governance) 체계로 발전하여야 하며, 이를 통해 남극해의 생태계 안전과 해양환경 보전, 그리고 해양생물다양성의 지속가능한 이용이라는 공동 목표를 보다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사 사

    이 논문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PO01599(해양법적 갈등 현안 해결 및 해양경제영역 확장을 위한 국제네트워크인프라구축, 해양법 역량강화) 사업의 지원을 받았음을 밝힙니다.

    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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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tial Scope of International Agreements Applicable to Antarctica and the Southern Ocean (Note: This map excludes areas of extended continental shelf beyond 200 nautical miles claimed by Antarctic claimant States) (Prepared by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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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stralia’s Extended Continental Shelf Submission beyond 200 NM. in the Antarctic Region (UN CLCS,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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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gentina's Extended Continental Shelf Submission Beyond 200 NM. in Antarctica (UN CLCS, 2009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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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rway's Extended Continental Shelf Submission Beyond 200 NM. in Antarctica (UN CLCS, 2009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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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ile's Extended Continental Shelf Submission Beyond 200 NM. in Antarctica (UN CLCS, 2022a).

    Table

    Legal Bases of Antarctic Sovereignty Claims by Claimant States

    Source: Prepared by the author.

    National Positions on Antarctic Sovereignty Claims

    Source: Prepared by the author.

    Key Components of the Antarctic Treaty System (ATS) and Related Agreements

    Source: Prepared by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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