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연안 해역은 기후 변동과 인위적 부하(영양염, 탁수, 매립 등)의 복합적 영향으로 급격한 상태 변화와 장기간 새로운 평형 상태에 머무르는 레짐 전환(regime shift)을 경험할 수 있다(Scheffer et al., 2001). 이러한 전환은 담수 및 해양 생태 계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관리에 실패할 경우 복원 지연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함의 가 크다(deYoung et al., 2008). 수질지수(Water Quality Index, WQI)는 수질자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다변 량 수질 정보를 단일 지표로 통합하여 변동의 방향성과 규 모를 파악하고 전달하는 데 널리 활용되는 도구이다.
WQI = 10 × [저층산소포화도(DO)] + 6 × [(식물플랑크톤 농도(Chl-a) + 투명도(SD))/2] + 4 × [(용존무기질소 농도(DIN) + 용존무기인 농도(DIP))/2]
레짐 전환 이론은 해양 분야에서도 확립되어 있다. 대양 및 내만에서 나타나는 급격하고 지속적인 상태 변화와 그 관리 프레임워크를 종합한 리뷰 연구가 보고되었으며, 전환 탐지는 조기 경보와 적응적 관리 설계의 핵심적 전제 조건으 로 인식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이론적 틀을 서해 중부 연안 의 장기 수질 분석에 적용하였다(deYoung et al., 2008). 장기 시계열 자료의 구조적 변화 탐지를 위해 일반적으로 Pruned Exact Linear Time(PELT) 알고리즘이 활용되며, 이는 선형 시 간 복잡도를 기반으로 하여 정보 기준(Bayesian Information Criterion, BIC)에 근거한 다중 변화점 추정이 가능하다.
환경 요인과 WQI 간의 결합 구조 및 지연 효과는 시차 상 관분석(cross-correlation analysis)을 통해 정량화하였다(Killick et al., 2012;Shumway and Stoffer, 2017;Killick and Eckley, 2011). 황해 광역해양생태계(Large Marine Ecosystem, LME)에 서는 해수면온도(Sea Surface Temperature, SST)를 기반으로 한 다중 레짐의 존재와 인위적 스트레스 요인이 보고되었으며, 이와 함께 한·중 연안의 통합 관리 필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국내 연안에서도 장기적인 수질 및 영양염 변화가 관측되었 으며, 이는 장기 수질 레짐과 환경 구동 요인(수온, 염분, 부 유물질) 간의 정량적 연계 분석 필요성을 시사한다(Sun et al., 2022;Tang, 2009;Park et al., 2009;Park et al., 2023).
그러나 서해 중부 연안의 경우, 장기 WQI 변동에 기반한 레짐 전환 분석은 아직 수행되지 않았으며, 특히 수온 (temperature, TEMP), 염분(salinity, SAL), 부유물질(suspended particulate matter, SPM)과 WQI 간의 레짐별 연계 구조를 정량 적으로 규명한 사례는 드물다. 이에 본 연구는 1997–2024년 동안 관측된 서해 중부 연안의 연 4회 계절별 해양환경자료 를 활용하여 WQI의 구조적 전환 시점을 식별하고, 전환 전 후에 수온, 염분, 부유물질과 WQI 간 결합 강도 및 지연 효 과의 변화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2. 연구대상 및 방법
2.1 연구대상
본 연구는 1997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서해 중부 연 안에서 수집된 연 4회 계절별 수질 및 환경 모니터링 자료를 활용하였다(Table 1, Fig. 1). 수집한 정보는 수질지수와 함께 수온, 염분, 부유물질이다. 해당 자료는 해양환경정보포털 (www.meis.go.kr)에서 수집한 정보로써 해양환경측정망을 통 한 장기 연속 관측 결과이다. 해양환경측정망은 우리나라 연안 및 근해역의 해양환경 상태와 오염원에 대한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여 해양환경 현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함 으로써 국가해양환경관리 및 보전정책 수립을 위한 국가 기 본자료로 활용을 목적으로 한다. 연안해역 환경측정망은 조 사해역수 5개 , 조사정점수 145개이며 본 연구의 조사해역 범위인 서해중부생태구인 서해중부연안구역은 대산, 가로림 만, 태안 10개의 조사정점수를 기준으로 한다.
2.2 연구방법
관측치는 이상값을 식별한 후 표준화 과정을 거쳐 분석에 사용하였다. 수질 변동 메커니즘의 변화 양상을 명확히 규 명하기 위해, 레짐별로 WQI와 환경 변수(수온, 염분, 부유물 질) 간의 상관 구조를 비교·분석하였으며, 이를 위해 초기 레짐(R1: 1997–2003)과 후기 레짐(R2: 2004–2024)으로 구분 하였다. 연 4회 계절별 자료의 결측값은 선형 보간법(linear interpolation)을 적용하여 보완하였다. 제1사분위수(Q1) 및 제 3사분위수(Q3)를 산출한 후, Q1 − 1.5×IQR 미만이거나 Q3 + 1.5×IQR을 초과하는 관측값을 이상값으로 간주하여 결측치 (NA)로 처리하였다.
연 4회 계절별 자료는 Year-Month(ym) 형식으로 정리하여 시계열 데이터셋을 구축하였으며, 각 항목은 R의 zoo 및 lubridate 패키지를 활용하여 시계열 객체로 변환하였다. 분석 과정은 레짐 전환 탐지, 시계열 시각화 및 변동성 분석, 환 경 변수와의 상관 및 시차 분석, 군집 분석을 하였다. 통계 분석의 유의성 검증에서 상관계수는 유의수준 p < 0.05를 기 준으로 평가하였으며, 교차상관함수(CCF) 분석에서는 Bartlett’s formula를 적용하여 95% 신뢰구간 내에서 유의성을 판정하였다.
레짐 전환 탐지는 PELT 알고리즘과 분할 회귀(segmented regression)를 이용하여 수행하였다. PELT는 Killick et al.(2012) 에서 제안한 기법으로, 시계열 자료의 평균 및 분산 변화점 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탐지할 수 있다. 시계열 시각화에 는 연도와 월을 기준으로 WQI의 상대적 변화를 색상으로 나타내어 계절성과 연간 변동성을 파악할 수 있는 캘린더 히트맵(calendar heatmap)을 적용하였다. 환경 변수와의 상관 및 시차 분석은 Pearson 및 Spearman 상관계수를 산출하여 WQI와 TEMP, SAL, SPM 간의 동시적 관계를 평가하였다.
Shumway and Stoffer(2017)의 접근법에 따라 R의 ccf() 함수 를 활용하여 0~6개월 범위에서의 시차별 상관 패턴을 도출 하였다. 아울러 환경 요인의 복합적 변화를 규명하기 위해 K-means 군집 분석을 수행하였다.
3. 연구결과
본 연구에서는 서해 중부 연안의 수질지수(WQI) 장기 시 계열 변동 패턴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해당 해역의 수 질 상태가 두 개의 뚜렷한 환경적 레짐(regime)으로 구분됨 을 확인하였다. 첫 번째 레짐(초기 레짐, R1)은 1997년부터 2003년까지의 기간으로, 평균 WQI가 3.0 이상으로 유지되었 으며 변동 폭이 크고 고수질과 저수질이 교차하는 높은 변 동성을 보였다. 반면 두 번째 레짐(후기 레짐, R2)은 2004년 부터 2024년까지의 기간으로, 평균 WQI가 1.5~2.0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변동성이 뚜렷하게 감소하고 저수질 상태가 안 정적으로 지속되는 특성을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는 서해 중부 연안의 수질이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고수질, 고변동 성 상태에서 저수질, 저변동성 상태로 전환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1997년부터 2024년까지 서해 중부 연안의 월평균 WQI 변 화를 Fig. 2과 같이 시계열로 나타냈다. 1997~2003년 기간에 는 WQI가 대체로 3.0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으며, 최 대 5.0에 근접하는 극대값도 관측되었다. 이는 해당 시기의 수질 상태가 전반적으로 양호하였음을 의미한다. 2003년 이 후, 그래프에 표시된 빨간색 점선(레짐 전환점)을 기점으로 WQI 값이 급격히 감소하여 약 2.0 이하로 유지되기 시작하 였다. 이는 서해 중부 연안의 수질 악화가 단기적 현상이 아 니라 장기적인 상태 변화임을 시사한다. 2010년 이후에는 WQI가 1.5~2.0 수준의 낮은 범위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 지되었으며, 극단적인 변동 폭은 감소하였으나 저수질 상태 가 장기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최근(2020~2024년)에는 소규모 변동이 관찰되었으나 평균값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수질 회복의 뚜렷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초기 (1997~2003년)에는 변동성이 뚜렷하였으나, 전환 이후에는 그 변동성이 크게 완화되었다. 이는 외부 환경 인자의 영향이 일정 수준으로 균질화되었거나 해양생태계의 반응성이 감소 하였음을 시사한다. Fig. 3는 1997년부터 2024년까지의 WQI 변화를 히트맵 분석으로 시각화한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색상 스케일은 짙은 보라색(낮은 값, 약 1.0)에서 노란색 (높은 값, 약 5.0)으로 구분된다. 1997~2003년 기간에는 일부 월에서 높은 WQI(3.0~5.0 수준)가 관측되었으며, 전반적으로 색조가 밝아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질이 유지되었음을 시사 한다. 또한 계절별 편차가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특정 기간 (특히 2~5월)에서 높은 WQI가 집중적으로 관찰되었다. 이는 해당 시기 계절적 수질 변동성이 비교적 활발하였음을 의미 한다. 2004~2010년에는 전반적인 WQI 값이 낮아지면서 대부 분의 월에서 1.0~2.0 수준의 낮은 값으로 유지되었다. 이는 2003~2004년경의 레짐 전환 이후 수질 악화가 빠르게 진행 되었음을 반영한다.
2011~2024년에는 대부분의 연도에서 WQI가 1.0~2.0 범위 의 낮은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였으며, 특히 2020년 이후 에는 계절별 변동성이 더욱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저수질 레짐의 고착화와 계절적 패턴의 소실을 보여준다. Fig. 4와 같이 R1(초기 레짐) 시기의 수온(TEMP)은 전반적 으로 중간 수준의 양의 상관관계가 관측되었으며, 시차(lag) 가 변하더라도 상관의 변화 폭은 크지 않았다. R1기간에는 염분(SAL)과 부유물질(SPM)이 수질지수(WQI)와 유의한 양 의 상관관계를 나타냈으며(p < 0.05), 이는 두 변수의 변동이 수질 상태의 향상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수온(TEMP)은 lag 3 및 lag 5 구간에서 약한 양의 상관 이 확인되었으며(p < 0.10), 전반적으로 WQI에 대한 기여도 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R2기간에서는 부유물 질(SPM)이 lag 0에서 WQI와 양의 상관을 보인 반면, lag 1과 lag 5에서는 음의 상관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p < 0.01–0.05). 염분(SAL)은 lag 3에서 약한 양의 상관관계가 관 측되었으며(p < 0.10), 수온(TEMP)은 전체 시차 구간에서 통 계적으로 유의한 상관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초기 레짐에서 수온 변화가 WQI 변동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하지만, 그 상관 강도는 제한적이었다. 부유물질(SPM)의 경우 lag 0 부근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으며, 이는 SPM 농도의 변동이 WQI와 동 기화되어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즉, 부유물질 농도의 급격한 증가 또는 감소가 수질 상태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었음을 보 여준다. 염분(SAL)은 양의 상관을 보였으나, 그 강도는 SPM 에 비해 다소 낮았다. 이는 염분 변화가 WQI에 영향을 미쳤 으나, 그 효과가 다른 변수보다 약했음을 시사한다.
R2(후기 레짐) 시기의 수온(TEMP)은 R1과 유사하게 전반 적으로 약한 양의 상관이 나타났으나, 상관 강도는 더 약화 되었다. 이는 수온 변동성이 WQI에 미치는 영향이 감소하였 음을 의미한다. 부유물질(SPM)은 R1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던 lag 0 부근의 양의 상관이 약화되었고, 일부 구간에서는 음 의 상관(보라색)도 관측되었다. 이는 레짐 전환 이후 SPM과 WQI 간의 동기화가 느슨해졌으며, 부유물질 농도의 변동이 WQI에 미치는 즉각적 영향이 감소하였음을 보여준다. 염분 (SAL)의 경우 R2 시기에도 WQI와의 상관은 전반적으로 약 하였으며, 뚜렷한 시차 패턴은 관찰되지 않았다(Table 2).
4. 결 론
본 연구는 1997년부터 2024년까지 서해 중부 연안에서 관 측된 계졀별 수질지수(WQI)와 주요 환경 변수(수온, 염분, 부유물질)의 장기 시계열 자료를 분석하여, 수질 상태의 구 조적 전환(regime shift)과 이에 따른 환경과 수질 상호작용의 변화를정량적으로 규명하였다. PELT 알고리즘과 분할 회귀 (segmented regression) 분석을 통해 2003~2004년경의 뚜렷한 전환점을 식별하였으며, 이 시점을 경계로 고수질, 고변동성 의 초기 레짐(R1)에서 저수질, 저변동성의 후기 레짐(R2)으 로의 이행이 확인되었다. 해수온 상승, 태풍, 연안매립 등 자 연적·인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캘린더 히트맵(calendar heatmap) 분석 결과, 전환 이후 WQI의 계절 변동성이 점진적으로 약화되었으며, 저수질 상태가 구 조적으로 고착화되는 양상이 명확히 드러났다. 환경 요인과 의 시차 상관분석에서는 초기 레짐에서 SPM과 WQI 간 강한 동기화가 관찰되었으나, 후기 레짐에서는 이러한 상관성이 현저히 약화되었다.
이는 서해 중부 연안의 수질 변동이 레짐 전환 이후 환경 요인의 복합적·비선형적 영향보다는 단순화된 구조로 수렴 하였음을 시사한다. 이상의 결과는 서해 중부 연안의 수질 변화가 단기적 변동이 아니라 장기적 구조 전환과 저수질 상태의 안정화로 설명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연안 환경 관 리 전략 수립 시 이러한 레짐 의존적 특성을 반드시 고려해 야 함을 시사한다.
향후 연구에서는 기후변동 지수(ENSO, PDO 등)와의 연계 모형 개발 및 고해상도 시·공간 분석을 통해, 레짐 전환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적응적 관리 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 제 언
본 연구 결과는 서해 중부 연안의 수질 관리 및 정책 설 계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레짐 기반 관리 체계의 도입이 요구된다. WQI의 변 화 추세와 레짐 전환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레짐 감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환경 변화에 대한 사전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적응적(adaptive) 관리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초기 레짐과 후기 레짐의 특성이 상이하므로 수질 관리의 우선순 위를 레짐 특성에 맞추어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후 기 레짐에서는 부유물질 저감뿐 아니라 유입 오염원의 통합 관리와 생태 복원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셋째, 기후와 환경 통합 관리의 강화가 요구된다. 기후변 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 강수 패턴 변화, 태풍 빈도 증가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이 수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기 후 예측 정보를 연계한 선제적 관리 체계의 구축이 필수적 이다.
넷째, 국제 협력의 강화가 필요하다. 서해는 한·중 양국이 공유하는 반폐쇄성 해역이므로, 수질 및 생태계 관리를 위 해 공동 모니터링과 데이터 공유, 공동 연구 및 정책 협력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