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최근 우리나라 내항 여객 운송에서 쌍추진기(twin-screw)를 장착한 여객선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KOMSA, 2025). 쌍추 진 여객선은 좁은 항만에서 우수한 선회 성능을 보인다 (Yoon, 2015).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특정 조건(예, 선박이 한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 등)에서 좌․우 선회권이 비대칭적으 로 나타나고, 급격한 횡경사를 유발할 수 있다(Kwon et al., 2021). 횡경사는 단순히 조종 성능상의 문제가 아니라, 선내 여객의 보행 안전성과 직결된다. 실제로, 2014년 4월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고에서도 과도한 경사 상태에서 선내 보행이 극도로 어려웠던 점이 확인된 바 있다(KMST, 2014;Lee et al., 2003;Kim et al., 2004). 본 연구는 쌍추진 여객선의 선회 중 발생하는 횡경사 거동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횡 경사가 여객 보행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적·이론적으로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위해 한국인 성인 남 녀의 평균 신장과 보폭, 모형선 시험 자료와 실선 시운전 자 료를 확보하여 횡경사각과 전도 임계각(tipping angle)을 분석 하였다. 본 연구 결과가 여객선 운항과 안전 기준 마련을 위 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2. 전도 임계각 기준 조사
2.1 기존 보행 안전 기준
보행 안정성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기준 중 하나는 Tipping angle, 즉 선박에 승선한 여객이 중심을 잃고 넘어질 수 있는 전도 임계각이다. 이 개념은 보행 간섭 이론(Motion-Induced Interruptions, 이하 MII 이론)에 기반한다. Tipping angle은 일반 적으로 신체의 무게중심(Body Center of Gravity, COG)이 지지 기반 바깥으로 벗어날 때 발생하며, 식(1)과 같이 근사식을 사용해 구할 수 있다(Graham, 1990;Ferrari et al., 2020).
여기서,
MII 이론에 의하면 일반 성인 남성(키 175cm)이 양발을 평 행하게 벌린 상태로 서 있으면 ls는 약 15~20cm 수준이다. h (신체 무게중심까지 높이)는 성인 남성의 경우, 신장의 56% 지점, 성인 여성은 54% 지점에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골반 이 넓고 상체가 상대적으로 짧아 신체 무게중심이 남성보다 아래쪽에 있다. 일례로 175cm 키를 가진 성인 남성의 경우 h는 98cm(175cm × 0.56)이며, 162cm 키를 가진 여성의 h는 87cm(162cm × 0.54)이다.
Ferrari et al.(2020)은 횡경사각이 약 14.3° 이상이면, 여객이 별도의 반응(예: 발을 이동)을 하지 않는 한 균형을 잃을 수 있다고 제시하였다. RINA(Registro Italian Naval, 이탈리아 선 급협회)는 15°를 전도 임계각으로 제안하였다(Hinz et al., 2022). IMO의 Intact Stability Code(IS code)에서는 10˚를 여객선 횡경사 안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IMO, 2008).
2.2 한국인 성인 남녀의 전도 임계각(Tipping angle)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통계(2024년)’에 의하면 한국 성인 남성과 여성의 평균 신장은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으 나, 30대(30~39세) 때의 신장이 가장 크다(NHIS, 2025). 2024 년 통계에 의하면 30대 한국인 성인 남성의 평균 신장은 174.7cm, 여성은 161.9cm로 조사되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 로 연령대별 신체 무게 중심은 Table 1과 같다. 여기서 신체 무게 중심(COG)은 MII 이론과 같이 남성의 경우 전체 신장 의 56% 지점, 여성은 54%에 있다고 가정하여 계산하였다 (Clément et al., 2022).
한편, 보행 중인 사람(동적 자세)의 전도각은 서 있는 사 람(정적 자세)과 다르다. Cho et al.(2004)의 한국인 성인 보행 분석에서, 남성의 평균 보폭(step length)은 Table 2와 같이 약 68m, 여성은 65cm로 조사되었다. 여기서 Step length는 한 발 에서 다음 반대쪽 발까지의 거리를 의미하며, Stride length는 같은 발이 다시 닿을 때까지의 거리, 즉 오른발에서 다음 오 른발까지 거리를 의미한다.
보폭은 키, 체형, 걸음 속도, 걷는 자세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남성 68cm, 여성 65cm라는 결과를 바탕으로 보행 중인 사람의 전도 임계각을 계산하였다. 보 행 중인 사람의 지지 기반은 Fig. 1과 같이 보폭의 절반( lw ) 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전도 임계각(tipping angle)을 약 14.3° (0.2498 radian)로 제시하고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한국인 30 대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정지 상태와 보행 중 상태로 구분 하여 전도 임계각을 계산하고자 한다. 한국인 30대 남녀의 전도각은 Table 3과 Table 4와 같다. 사람이 서 있을 때 양발 사이 간격은 사람의 어깨너비 자료를 기초로, 서 있을 때 보 폭(ls)를 정하였고, 걸을 때 보폭(lw)은 Cho et al.(2004)의 자 료를 바탕으로 계산하였다. 계산 결과, 정지 상태(서 있을 때)에서의 전도 임계각은 남성의 경우 약 11.8°, 여성은 약 11.7°로 도출되었다. 보행 중 전도 임계각은 남성의 경우 19.9°, 여성은 21.2°로 조사되었다.
3. 쌍추진기 여객선의 선회 중 횡경사각
3.1 쌍추진 선박의 구조 및 여객선 현황
쌍추진(twin-screw) 선박은 선체 후방에 두 개의 추진기와 두 개의 방향타(twin-rudder)를 장착한 선박으로, 추진기 및 조타 장치의 형태에 따라 다음과 같이 고정식과 회전식으로 구분한다.
첫째, 고정식은 전통적 방식의 프로펠러(Fixed Pitch Propeller, FPP 또는 Controllable Pitch Propeller, CPP) 2개와 2개 방향타(rudder)를 장착한 선박으로, 좌우 추진기의 출력 및 회전 방향을 조절하여 전ㆍ후진 또는 좌ㆍ우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2개의 방향타는 일반적으로 동일한 조타 각도로 동시에 작동된다.
둘째, 회전식 쌍추진선은 전방위 추진기(Azimuth thruster) 나 Z-드라이브(Z-drive)와 같이 프로펠러와 타가 일체형으로 된 추진기를 장착한 선박이다. 각 추진기가 360° 방향 제어가 가능하며 독립적으로 조향할 수 있다. 회전식 쌍추진기선은 제자리 회두 및 횡방향 이동이 고정식에 비해 용이하다.
쌍추진기를 장착한 선박은 단추진기 선박에 비해 기동성 이 우수하고 좁은 수역에서 민첩한 조종이 가능하다(Yoon, 2015). 반면, 복원성이 작고 고속에서 큰 타각으로 선회하는 경우 선체가 비정상적으로 기울어지는 현상(횡경사)이 발생 한다.
쌍추진기선은 좌, 우 프로펠러가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배 수류가 선체에 작용하여 추력(thrust)와 측추력(side force)을 유발하며, 이 측추력은 선체의 회두 운동을 유발하여 선박 을 좌우로 돌리거나 제자리 회두를 가능하게 한다(Broglia et al., 2011).
Fig. 2와 같이 선박에 횡경사가 발생하면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여객이 이동 중에 균형을 잃기 쉽다(Kwon et al., 2021). 2014년 4월,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고도 복원성이 작은 상황에서 선회 중 급격한 횡경사가 발생하면서 큰 사고로 이어졌다. 2019년 9월, 자동차운반선 골든레이호 전도사고도 유사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 사고였다(Ju and Kim, 2024).
국내 내항 여객선 중 쌍추진기를 장착한 선박(총톤수 1만 톤 이상)은 총 7척이 있다(KOMSA, 2025). 이 7척에 대한 주 요 제원은 Table 5와 같으며, 이 선박들은 2개 프로펠러(FPP 또는 CPP)와 2개 방향타를 가진 고정식 추진 및 조향 시스 템을 갖추고 있다.
3.2 쌍추진기선의 선회 특성
단추진 선박(single-screw)의 선회경(tactical diameter)은 Table 6과 같이 왼쪽으로 선회를 할 때보다 오른쪽으로 선회를 할 때가 더 크다(HHIC, 2018). 이는 프로펠러의 회전 방향에 따 라 선체에 작용하는 힘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부 분의 상선은 시계방향(right-handed)으로 회전하는 프로펠러 를 장착하고 있어 오른쪽 선회경이 더 크다. 반면, 쌍추진 선박(twin screw)은 이와 반대로 왼쪽으로 선회할 때 더 큰 선회경을 보였다(HMD, 2021). 쌍추진기 선박의 좌, 우 추진 기는 서로 다른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도록 설계됨으로써, 선회할 때 서로 다른 추력과 측추력이 생긴다(Danton, 1996).
Fig. 3은 쌍추진 선박이 횡경사가 없을 때와 좌현으로 19.5° 경사된 상태에서 선회할 때, 선회권을 비교한 것이다. 선체가 좌현으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선회하면, 기울기와 원심력이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게 되어 선회경이 작아지고 횡경사각은 증가한다. 반대로, 왼쪽으로 선회할 때 원심력과 기울기가 반대 방향이므로 선회가 둔화되고 선회 경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Kwon et al., 2021). 이 실험 결과에 따르면, 좌현 횡경사 -19.5° 조건에서 우 선회 시 최 대 횡경사각은 약 -26.6°까지 증가하였으며, 이는 횡경사가 없을 때(heel 0°)보다 4~6° 큰 횡경사각을 보였다. 다시 말해, 횡경사 상태에서 경사진 반대 방향으로 고속 선회하는 경우 에는 원심력에 의해 횡경사각이 더욱 증가하여 전복이나 침 수 위험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3.3 쌍추진 여객선의 속력별 횡경사각
선박이 선회 중에 횡경사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은 원심력 과 이에 따른 복원력의 상호작용이다. 횡경사는 경사모멘트 와 복원모멘트가 같아질 때까지 발생한다. Inoue(2013)는 선 박의 선회 시 횡경사 응답을 이론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경 험적 수식을 식(2)와 같이 제안하였다.
여기서,
-
θ : 최대 횡경사각(max. outward heel angle, °)
-
V : 선박의 속력(m/s)
-
β : 편각(drift angle, °)
-
GP : 무게 중심과 방향타 중심점까지 거리(m)
-
g: 중력가속도(9.8m/s2)
-
r: 선회 반경(turning radius, m)
-
GM: 메타센터 높이(metacentric height, m)
위 식(2)를 이용해 쌍추진 여객선의 최대 횡경사각을 계산 하면 Fig. 4와 같다. 해당 여객선은 M대학 선박조종시뮬레이 션센터에서 보유하고 있는 총톤수 27,000톤급 모델선박(model ship)이다. 이 선박은 우리나라 내항 여객선 중 가장 큰 선박 이다. 최대 횡경사각 계산에 위한 세부 조건은 Table 7과 같 다. Fig. 4에서 Caution zone과 Danger zone을 구분하는 경계는 IS code 여객선 안전 기준과 4.2절의 보행 안전성 실험 결과 에 따른 것이다. Ballast condition에서 24노트 속력으로 항주하 다가 타각 35°를 사용하면 8.3°의 횡경사각이 발생하며, Full loading condition에서는 16.5°의 횡경사각이 발생한다. 16.7노트 이상(full loading condition)의 속력에서 전타 시 10° 이상의 횡 경사각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식에 의한 횡경사각 은 실제 선박 횡경사각과 다름을 밝힌다(Kim et al., 2018). 모 델선박과 가장 유사한 선박의 시운전 결과에 따르면, Ballast condition, 24노트, 우 선회 시에 보인 횡경사각은 4.5°였다.
3.4 GM별 횡경사각
GM별 최대 횡경사각을 계산하면 Fig. 5와 같다. GM이 작 을수록 횡경사각이 크다. 특히 GM이 1.5m 미만일 때는 20° 이상의 큰 횡경사가 발생한다. 이 결과처럼 충분한 복원성 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GM +1.0m 이상)에서 큰 타각을 사용 하여 회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변침점이나 충돌 회피 를 위해 침로를 변경하는 경우 횡경사를 감안한 선박운항자 의 적절한 선박 운용술이 요구된다. 또한 20° 이상의 횡경사 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 +1.5m 이상의 GM 확보가 요구된다.
4. 보행 안전성 실증 실험
4.1 보행 안전성 실험 방법
선박의 횡경사각 증가가 여객의 보행 안정성에 미치는 영 향을 검토하기 위하여, 해양경찰교육원 내에 설치된 선박기 울기훈련장에서 대학생 남, 여 실험자를 대상(남 3명, 여 2 명)으로 보행 실험을 수행하였다(Go et al., 2018). 선박기울기 훈련장은 선박 실내 모형 구조(폭 약 6m)로 제작되었고, 바 닥재는 카펫으로 마감되어 있다.
실험은 선박의 기울기(횡경사각)를 10°, 20°, 30°로 각각 설 정한 상태에서 실험자가 통로를 왕복으로 2회 이동(총 이동 거리 약 24m)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각 실험 조건에서 보행 속도, 자세 등을 관찰하였다.
4.2 선박 횡경사별 보행 검증
선박 기울기 10°인 경우, 남학생의 평균 이동속도는 1.52m/s, 여학생은 1.3m/s였고, 정상 보행이 가능하였다. 선박 기울기 20°인 경우 남학생 1.27m/s, 여학생 1.01m/s로 측정되 었다. 선체 기울기 10°때 보다 보행 속도가 감소하였고, Fig. 6과 같이 실험자가 벽을 짚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선체 기울 기가 30° 경우 남, 여 모두 정상 보행이 불가능하였다. 이 실 험 결과는 본 연구에 제시한 한국 성인 남, 여 보행 안전성 을 위한 전도 임계각(tipping angle)이 보행 중에는 약 19~21° 전후라는 결과와 일치한다. 여객선에서의 안전 기준 마련에 유의미한 결과라 판단된다.
Kim et al.(2004)도 횡경사가 증가할수록 보행속도는 점진 적으로 감소하고, 횡경사 20°에서는 보행이 어렵고 선박 탈 출에 중대한 제약이 발생할 수 있음을 밝혔다. 또한 횡경사 와 종경사가 혼재된 상황에서 이동속도는 25% 이상 감소함 을 보였다.
5. 결 론
횡경사 증가는 단순한 보행 불편을 넘어 여객의 부상, 낙 상 등 실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비상 상황 발생 시 대피 불가라는 2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쌍 추진 여객선의 선회 특성이 횡경사 증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 여객의 보행 안전성이 어떻게 저하될 수 있 는지를 실험적·이론적으로 분석하였다.
쌍추진 여객선은 선체 기울기에 따라 일반 단축선에 비 해 선회 성능이 비대칭적(좌, 우 선회권 상이)이며, 충분한 복원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타각으로 선회 시 사 람의 전도 임계각 이상까지 횡경사가 발생할 수 있음을 확 인하였다.
한국인 30대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전도 임계각을 계산한 결과, 사람이 정적 상태(서 있는 경우)에서 전도 임계각은 남자 11.8°, 여자 11.7°로 계산되었고, 동적 상태(보행 중)에서 전도 임계각은 남자 19.9°, 여자 21.3°로 산출되었다. 즉, 선박 이 선회 중에 발생하는 횡경사가 11° 이상이면 ‘주의’, 20° 이상은 ‘위험’ 영역이라 판단할 수 있다.
선박기울기훈련장에서 실증 실험을 한 결과, 선체 기울기 가 20°일 때 사람이 벽을 짚는 경우가 발생하였고, 기울기 30°에서는 보행 자체가 불가능하였음을 확인하였다.
이와 같은 결과는 고속에서 과도한 타각 사용, 복원성 부 족, 선체 경사 상태에서의 급격한 선회가 여객 보행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 결과를 바 탕으로 다음과 같은 안전 확보 방안을 제안한다.
본 연구 결과가 향후 여객 보행 안전을 위해 여객선 설계 및 여객선 운항관리규정 개선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본 연구는 여러 척의 시운전 결과보고서와 선박 모형선 실험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여 횡경사각을 계산하였으나, 실선 자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였고, 선박의 선형, 바닥재의 마 찰계수 등이 고려되지 않았음을 연구 한계로 밝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