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최근 해상 운송 산업은 인적 자원의 부담 경감, 운항 안전 성의 향상, 환경 규제 대응 등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도 의 자동화 기술을 통합한 자율운항선박(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s, MASS)의 상용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Chang and Yang, 2021;Fan et al., 2020;IMO, 2021). 자율운항 선박은 항해, 조종, 감시 등의 기능을 인간의 직접 개입 없 이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며, 이를 위해 위성 기반 통신, 원격 제어 시스템, 인공지능 기반 의사결정 알고리즘 등 첨 단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통합 제어 구조를 갖춘다(Gu et al., 2020). 이러한 구조는 선박의 운항 효율을 크게 향상시 키고, 인적 오류에 기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기존 운항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 안으로 주목받고 있다(Porathe et al., 2018;MUNIN, 2016).
최근 국제해사기구(IMO) 및 주요 조선소·운항사들은 MASS 의 신뢰성과 지속 운항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기계 시스템의 예방 정비 및 고장 분석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 히 선원 개입이 최소화된 환경에서는, 시스템의 물리적 이 상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판별할 수 있는 정량적 분석 방법의 필요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따 라서 구조적 고장 분석 기반의 설계 단계 위험 평가 기법은 향후 MASS의 설계 및 운영 안정성 확보를 위한 필수 요건 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적 요구는 특히 추진축계(propulsion shafting system)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추진축계는 주기관에서 발생 한 회전력을 프로펠러에 전달하여 선박의 추진력을 생성하 는 핵심 계통으로, 단일 부품의 결함이 전체 추진력 상실 및 자율제어 기능의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Rødseth and Burmeister, 2015;Fan et al., 2020). 추진축계는 일반적으로 추진축, 중간축 등을 포함하며, 플랜 지, 베어링, 선미관 밀봉장치 등 다양한 기계 요소로 구성된 다. 이들 요소는 장시간 회전 하중과 반복적인 응력, 외부 충격, 윤활 시스템 고장 등 다양한 조건에 노출되며, 정렬 오차, 베어링 과부하, 피로 파손 등의 고장모드가 복합적으 로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자율운항선박에서는 운항 중 시 스템 고장 시 즉각적인 인적 대응이 어려워, 특정 고장이 전 체 운항 시스템의 중단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전 고장분석 및 예방 설계가 필수적이다.
본 연구에서는 자율운항선박의 핵심 추진 계통인 추진축 계를 대상으로, 주요 고장모드를 식별하고 각 고장이 시스 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FMEA(Failure Modes and Effects Analysis) 기법을 적용하였다. FMEA는 시스템의 구성 요소별 고장 가능성을 분석하고, 고장 발생 시의 심각 도와 감지 난이도를 평가할 수 있는 체계적인 위험 분석 도 구로, 항공 및 자동차 분야를 중심으로 널리 활용되어 왔다 (Stamatis, 2003;SAE J1739, 2021;MIL-STD-1629A, 1980). 그러 나 해양 분야, 특히 선박의 추진축계는 고장 데이터 확보가 어려어 이를 적용한 사례는 드물며, 실선 기반의 고장모드 도출과 위험도 분석이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선박의 추진축계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 들을 중심으로 FMEA를 수행하고, 각 고장모드의 심각도 (Severity), 발생도(Occurrence), 검출도(Detection)를 기반으로 우선순위수(Risk Priority Number, RPN)를 계산하여 자율운항 선박에서의 실시간 감지가 필요한 파라미터를 도출하였으 며, 시스템 설계 개선 및 진단 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 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는 자율운항선박의 신뢰성 확보와 운항 연속성 보장을 위한 기술적 기반 마련에 기여할 것으 로 기대된다.
2. 추진축계 고장 위험도 분석 방법론
2.1 위험도 분석
FMEA(Failure Modes and Effects Analysis)는 시스템 또는 장 비의 설계 및 운용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고장모드를 사전에 식별하고, 이들이 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평 가하여 예방 조치를 수립하는 체계적인 신뢰성 분석 기법이 다(Stamatis, 2003;SAE J1739, 2021).
Fig. 1은 본 연구에서 수행된 FMEA 수행 절차의 흐름을 도식화한 것이다. FMEA는 분석 대상이 되는 시스템을 구성 하는 기능 단위들을 명확히 식별하는 것으로 시작되며, 이 는 일반적으로 다수의 하위 시스템과 구성품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분석 목적에 적합한 분해 수준을 설정하는 것 이 필요하다. 분석 수준은 FMEA를 통해 도출된 개선 사항 이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정의된다. 기능 단위가 설정되면, 그기능이 실패하였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고장모드들을 추정 한다. 이후 해당 고장이 전체 시스템 혹은 상위 및 하위 계 통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고장 발생의 원인을 물리·기 계적 손상, 열환경, 반복 응력, 마모 및 윤활 문제 등 다양한 조건으로부터 식별한다(Suwon RIC, 2006).
이후, 세 가지 평가 항목인 심각도(Severity, S), 발생도 (Occurrence, O), 검출도(Detection, D)에 대해 각각 10점 척도 로 점수를 부여하고, 이들을 곱한 값을 우선순위수(Risk Priority Number, RPN = S × O × D)로 산출한다. RPN은 고장모 드의 절대적 위험을 의미하는 수치는 아니며, 동일한 시스 템 또는 동일한 분석 범위 내에서 각 고장모드 간의 상대적 위험도를 비교하기 위한 지표이다. 이 방식은 고장 발생 가 능성은 낮지만 결과가 치명적인 항목, 혹은 빈번하지만 감 지가 어려운 항목 등을 선별하여 우선적으로 보완할 수 있 는 장점이 있다(MIL-STD-1629A, 1980).
FMEA는 사전에 정해진 계층적 구조를 따라 분석을 수행 하며, 각 단계마다 기능적 의미와 위험 평가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복잡한 시스템에 특히 적합하다. 또한 다른 위험 평가 기법과 달리, 구성요소의 물리적 손상뿐 아 니라 감지 난이도까지 동시에 고려함으로써 실제 운용 현장 에서의 대응 가능성과 진단 설계에 실질적인 시사점을 제공 할 수 있다. 추진축계와 같이 연속적으로 동력을 전달하며, 복수의 회전체와 베어링, 밀봉장치 등이 상호작용하는 시스 템의 경우, 단일 구성요소의 고장이 전체 추진력 상실로 이 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고장모드별 상대 위험도를 사전에 파 악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은 설계 신뢰성 확보에 있 어 필수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2.2 추진축계 기능분석
추진축계는 선박의 주기관에서 발생한 회전력을 프로펠 러에 전달하여 선박을 전진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 하는 기계 계통이다. 일반적으로 주기관과 프로펠러 사이에 위치하며, 중간축, 프로펠러축 등의 축류 요소와 함께, 중간 축 베어링, 선미관 베어링, 선미관 밀봉장치, 플랜지 등으로 구성된다.
추력축은 주기관으로부터 전달된 축동력을 받아 추력베 어링에 힘을 전달하며, 선체의 전진 추진력을 생성한다. 중 간축은 추력축과 선미축 사이를 연결하는 축으로, 통상적으 로 복수의 베어링에 의해 지지되며, 직경이 크고 길이가 길 어 정렬 특성이 중요하다. 프로펠러 축은 선박 외부에서 추 진력을 발생시키는 프로펠러를 지지하며, 해수와 직접 접촉 하므로 선미관 밀봉장치 및 윤활계통과 밀접한 관련이 있 다. 플랜지 및 볼트체결부는 정비 및 분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이음부로서, 반복적인 하중 또는 조립 불량 시 피로균 열이 발생할 수 있다. 선미관 밀봉장치는 외부 해수가 윤활 유 내부로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고, 동시에 윤활유의 누출 을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Cho et al., 2020).
이러한 요소들은 운항 중 지속적인 회전 하중, 정렬 오차, 열팽창, 외부 충격, 윤활 불량 등의 다양한 응력 조건에 노 출되며, 고장 발생 시 전기계 추진력 손실 및 운항 안전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자율운항선박에서는 축계 상 태의 실시간 모니터링 기반 고장예측이 매우 중요하므로, 추진축계 각 구성요소에 대한 사전 신뢰성 확보가 필수적 이다.
본 연구에서는 선박 추진축계에서 주요한 구조적 및 기능 적 역할을 수행하는 구성품을 중심으로, Fig. 2와 같이 대부 분의 실선에서 적용되고 있는 추진축계 구조를 기반으로 한 FMEA 수행을 통해 각 부품의 고장모드를 정량적으로 분석 하고 그 위험도를 비교·평가하였다. Table 1은 기능 별 분석 결과를 나타낸다.
2.3 FMEA 수행 조건
본 연구에서는 선박 추진축계를 구성하는 주요 기계요소 들을 중심으로, 실선 기반의 고장 사례 및 전문가 검토를 바 탕으로 FMEA를 수행하였다. 위험도 평가기준의 경우, 기존 FMEA 관련 문헌(Suwon RIC, 2006;OREDA Participants, 2009) 과 추진축계 고장 사례등(Onwuegbuchunam et al., 2020;Jeong et al., 2018;Vizentin et al., 2020a;Vizentin et al., 2020b;Maritime Executive, 2024), 그리고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반영하여 Table 2 ~ 4와 같이 선박 추진축계에 적합한 형태로 재정립하 였다. 이는 선박 추진축계에 특화된 FMEA 위험도 평가 기 준이 현재까지 명확히 정립된 사례가 드물어 이와 같은 기 준 재정립은 선박 추진축계의 구조적 특성과 운항 환경, 그 리고 고장 발생 시 선박 운항 연속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밀하게 반영하기 위한 목적에서 수행되었다.
또한 전문가 그룹은 선급, 조선소 설계 및 생산, 선박 기 자재 제조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실무 경험을 보유한 전문 가 6인으로 구성되었다. 심각도는 고장 발생 시 선박 추진 성능에 끼치는 영향 정도를 고려하여 평가하였다. 발생도는 장비 운용 중 실제 고장 빈도, 사용 환경, 정비 이력 및 고장 통계 기반으로 평가하였다. 검출도는 설치된 센서 또는 정 기 점검을 통해 고장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는 정도를 기준 으로 하며, 탐지 가능성이 낮을수록 높은 점수를 부여하였 다. 각각의 고장 원인 및 결과 분석을 통해 정의된 Index를 곱하고, 이를 수치화하여 Table 5와 같이 위험도 수준을 평 가할 수 있다. 위험도 수준(Risk Level)이 100 이상인 경우는 허용 불가능한 (Intolerable) 영역, 20 ~ 100 범위내에서는 조건 부허용 가능한(ALARP) 영역, 20 이하인 경우에는 허용가능 한 (Broadly acceptable)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각 구성요소의 고장모드에 대한 RPN을 산출하고, 100 이상을 초과하는 항목에 대해 안전 권고사항을 제시하여 위 험도를 낮출 수 있도록 하였다.
3. 연구 결과 및 분석
본 연구에서는 Fig. 2 및 Table 1에 제시된 실선 기반 추진 축계 주요 구성품을 고려한 동력 전달 추진시스템 상세설계 단계에서 식별되는 치명적인 요소들(Cho et al., 2020;KR, 2014)을 고려하여 총 138개의 고장모드를 식별하였으며 일 부 결과를 Fig. 3에 간략히 나타내었다. 각 고장모드는 고장 원인, 영향 등을 기준으로 평가되었으며, 앞서 정의한 Table 2 ~ 5의 기준에 따라 RPN 값을 산출하였다. 평가 결과는 Table 6에 나타내었다.
총 138개의 고장모드 중 RPN 기준으로 위험 수준을 분류 한 결과, 허용 불가 영역에 해당하는 고장은 3건, 조건부 허 용 영역은 78건, 허용 가능 영역은 57건으로 식별되었다. 이 는 추진축계 내 다수의 구성요소에서 조건부 위험이 상존하 고 있음을 의미하며, 자율운항선박의 실시간 감시 체계 및 예방 정비 설계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허용 불가 영역에 포함된 고장모드는 대부분 추진축계의 주기능과 관련된 항목으로, 추진축의 균열, 축 접지 시스템 의 기능 상실, 베어링 마모 등이 있다. 이러한 항목들은 탐지 가능성이 낮고 고장 발생 시 운항 불능, 선박 정지, 2차 피해 확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항목들로 분류되었다. Table 7에 는 RPN 기준 상위 5개의 고장모드와 그 세부 내용이 정리되 어 있으며, Table 8에는 RPN 100점이 넘는 허용 불가능한 3 개의 고장모드에 대한 방지 대책과 2차 RPN 계산 결과를 정 리하였다. 이들 항목은 향후 실시간 진단 파라미터 선정 및 감시 전략 수립의 핵심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4. 결 론
본 연구에서는 선박의 핵심 기계 계통 중 하나인 추진축 계를 대상으로 FMEA기법을 적용하여 상세설계 단계에서 식별되는 주요 구성 고장모드들을 분류하고, 위험도 평가를 수행하였다. 추진축계는 회전력을 전달하는 구조적 특성상, 단일 고장이 선박 전체의 추진력 상실로 직결될 수 있는 고 위험 계통으로, 특히 자율운항선박과 같이 인적 개입이 제 한되는 환경에서는 고장 발생 시 피해 규모가 확대될 수 있 다. 특히 고위험 고장모드 중 다수는 정렬 불량, 베어링 이 상, 과도한 마찰 및 윤활 실패 등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들 은 진동, 온도, 전류 변화, 정렬 편차 등으로 간접 감지 가능 한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추진축계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위한 진단 파라미터 도출 및 센서 배치 전략 수립이 필수적 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실선에서 운용되는 대표적인 추진축 계 구조를 기반으로 138개의 고장모드를 도출하였으며, 각 고장에 대해 심각도, 발생도, 검출도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 으로 위험 우선순위수(RPN)를 산정하였다. 평가 결과, 전체 고장모드 중 약 56%가 조건부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식별되 었고, 약 41%는 허용 가능한 수준, 나머지 약 3%는 즉각적 인 조치가 요구되는 허용 불가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허 용 불가 수준영역에 해당하는 고장모드는 추진축 균열, 접 지 장치 기능 상실, 베어링 고장 등으로, 이는 추진력 상실 및 진단 불가성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고장 감지가 어 렵고 복구 비용이 큰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상위 5개의 고장모드에 대해서는 고장 영향 및 고장 원인 을 중심으로 정리하였으며, 전문가 자문을 통해 안전 권고 사항을 도출하였다. 추진축 균열에 대해서는 구조적 설계 마진 확보, 접지장치의 신호 단절 문제에 대해서는 이중화 된 진단 장치의 확보 및 정기점검 항목 보강 등이 제안되었 다. 이와 같은 개선안은 RPN 값을 감소시켜 해당 고장모드 를 조건부 허용 영역으로 이전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며, 실 질적인 안전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본 연구는 고장모드의 특성과 감지 가능성에 주목하 여, 자율운항선박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가능한 핵심 진 단 파라미터를 도출하는 데 기여하였다. 주요 고장에 대응 가능한 감지 요소로는 축계 진동, 베어링 및 윤활계통의 온 도, 비정상적 정렬 편차, 전기적 접지 상태, 신호 전송 오류 등으로 정리될 수 있으며, 이는 고장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 기 위한 센서 시스템 설계와 연동되어야 한다. 고위험 고장 군에 대해 이러한 계측 파라미터를 기준으로 한 감지 우선 순위를 설정함으로써, 자율운항선박의 신뢰성 확보와 고장 예지 체계 구축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연구에서는 본 연구에서 제시한 위험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시간 기반 고장 확률 모델링, 베이지안 네트워크 기반 신뢰성 평가,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등과 연계한 정 량적 예측 기법을 적용하여 보다 정밀한 상태 예측 및 수명 추정 체계로 확장할 수 있다. 또한, 실제 운항 중 계측된 축 계 진동·온도·전류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FMEA 결과 의 검증 및 보정 작업이 수행된다면, 추진축계의 고장예지 정확도 향상과 더불어 자율운항선박의 진단 신뢰성 또한 크 게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