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국립기상과학원(NIMS)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는 1999년 374 ppm에서 2023년 427 ppm으 로 상승했다. 이는 24년 동안 연평균 약 2.2 ppm씩 지속적으로 증가한 수치이다(NIMS, 2023). 이러한 추세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이산화탄소 농도의 영향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대기 중 농도가 증가하면 지구의 평균 기온을 상승시키고, 이를 통해 다양한 기후 이상 현상을 유발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점차 뚜렷해지고 있으며, 한반도 전역에서 극단적인 기후 패턴이 관측되고 있다. 예를 들어,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이상 한파,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강수량 및 가뭄 빈도 등의 기상 이상 현상은 한반도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상 기후 현상의 대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전 세계 해상 운송업에서 발생하는 중요한 환경 문제 중 하나이다. 해운업은 전 세계 무역의 약 80%를 담당하는 주요 운송 수단으로,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UNCTAD, 2021). 선박 운항 시 사용하는 연료는 주로 중유와 같은 화석연료로, 연소 과정에서 상당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EMSA, 2020).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선박 연료의 연소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해양 대기 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기후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IMO, 2020).
해양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한 정책과 규제는 이미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IMO는 2050년까지 해양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IMO, 2018). 이에 따라 환경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선박으로부터 배출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선박의 종류, 크기, 운항 거리, 정박 시간 등의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대형 화물선이나 탱커선은 소형 여객선이나 어선에 비해 더 많은 연료를 소비하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가능성이 크 다. 또한, 항만에 접안한 시간이 길수록 항만에서의 이산화 탄소 배출이 가중되기 때문에 이러한 선박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배출량 분석이 필수적이다.
기존 선행연구들은 특정 항만에 국한하여 선박 배출가스를 분석했던 한계가 있다(Kim and Dang, 2020;Woo and Im, 2021;Yoo et al. 2022). 본 연구의 목적은 전국 항만 데이터를 포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선박 배출 특성을 보다 넓은 범위에서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항만별 및 선박 종류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차이를 비교·분석하고, 이러한 결과를 통해 우리나라의 효율적인 배출 감축 전략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데 의의가 있다.
2. 연구방법
2.1 자료 수집
본 연구에서는 항만운영정보시스템(Port-MIS)에서 최근 5년간, 즉 2019년부터 2023년까지의 선박 입출항 현황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Port-MIS는 국내 전 항만에서 입·출항하는 모든 내항선 및 외항선의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수집된 데이터는 총 5년간의 누적 기록으로, 약 184만 개의 행(row)으로 구성된 방대한 빅데이터이다.
수집된 선박 입출항 데이터에는 항만명, 선박의 총톤수, 선박의 종류, 입항시각, 출항시각과 같은 주요 정보가 포함 되어 있다. 이러한 변수들은 각 항만별 및 선박 종류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분석하는 데 유용한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선박의 총톤수와 선박 종류 정보는 각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산출에 적용되는 배출계수 등을 반영 할 수는 근거가 되며, 입항과 출항 시각은 항만에서의 체류 시간을 파악할 수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량 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항만별, 선박 종류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2.2 데이터 전처리
데이터 전처리를 통해 이러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에 적합하게 가공하였다. 전처리 과정에서는 우선 각 항목의 결측값과 이상치를 처리하고, 날짜 및 시간 정보는 입항과 출 항시간의 차이를 계산하여 체류시간으로 변환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선박 종류를 크게 6개의 범주로 나누어 분석을 수행하였다. Port-MIS 정보는 선박 종류가 40여 개 이상으로 매우 상세하게 구분되어 있어, 이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선박 종류를 크게 6개의 범주로 통합하여 분석을 수행하였다. 선박 종류의 세부 구분은 각 선박의 운항 목적과 특성에 따라 배출량 분석에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낼 수 있지만, 세부 유형이 많을수록 데이터 해석이 복잡 해질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화물선, 탱커선, 여객선, 예인선, 기타선, 어선으로 범주를 단순화하여 각 그룹의 특성을 명확히 파악하고 분석의 용이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화물선은 냉동·냉장선, 자동차운반선, 일반화물선, 풀 컨테이너선, 폐기물 운반선, 산물선, 모래운반선, 세미컨테이너선, 원목운반선, 시멘트운반선, 코일전용선, 광석운반선, 석탄운반선 등을 포함하며, 탱커선은 원유 운반선, 석유제품 운반선, 급유선, LPG 운반선, LNG 운반선, 케미칼 운반선 등을 포함한다. 또한, 여객선은 국제카페리, 크루즈선, 유람선, 도선 등의 사람을 운송하는 선박으로, 국내외 여객 및 관광을 목적으로 운항하는 다양한 유형의 선박을 포함하였다. 예인선은 견인용 예선, 이접안용 예선, 압항 예선 등을 포함 한다. 기타선에는 관공선, 급수선, 용달선, 통선 등이 포함되며 어선에는 원양어선, 연근해 어선을 포함하였다.
다음으로 선박이 항만에 머무른 시간을 의미하는 체류시간을 계산하였다. 입항시각은 부두에 접안했거나 정박지에 투묘를 한 시각을 의미하며, 출항시각은 부두에서 이안했거나 정박지에서 양묘하여 항만을 벗어난 시각을 의미한다. 따라서 체류시간은 출항시각에서 입항시각을 뺀 차이값으로 계산하였으며, 비정상적으로 긴 체류시간을 가진 데이터를 제거하기 위해서 0일 이상 30일 이하의 체류시간을 가진 데이터만을 선별하였다. 이는 항만에 30일 이상 접안하는 경우는 감수보존 선박과 같이 발전기와 보일러 등을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고, 극단적인 이상치를 제거하여 데이터의 정확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2.3 이산화탄소 배출량 산출방식
본 연구에서는 선박의 항행(Cruising) 및 조선(Maneuvering) 구간을 제외하고, 항만 내 정박(Hoteling) 구간에 한정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산출하였다. 정박 중인 선박은 주기관을 가동하지 않지만, 화물 하역 작업, 냉난방 등의 전력 공급을 위해 발전기를 가동하며, 보일러는 연료 가열(fuel heating), 화물 가열(cargo heating), 증기 구동 화물 펌프, 온수 공급 등 을 위해 운용된다. 이러한 설비 운용으로 인해 정박 중에도 일정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산출 방식은 EEA(2019)의 식(1)을 사용하였다.
여기서,
발전기 출력을 추정하기 위해 먼저 주기관 출력을 추정해야 하며, 이는 Table 1에 제시된 총톤수와의 거듭제곱 회귀 식을 통해 산출하였다(Gan et al., 2022). 어선은 우리나라 연안 및 근해 어선 약 6만 5천여척의 엔진 평균마력 249hp를 환산한 186kW을 적용하였다.
이후 발전기와 보일러 출력 추정은 미국 환경보호청의 선행연구를 적용하였다(US EPA, 2009). 부하율은 유럽환경청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였다(EEA, 2023). 한편, Zhang et al.(2019) 와 Weng et al.(2020) 연구에 따르면, 황함유량이 0.1% 또는 0.5% 서로 다른 연료를 사용하더라도 이산화탄소의 배출계 수는 동일한 반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의 배출계수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발전기와 보일러의 배출계수는 Starcrest Consulting Group(2013)에 근거하여, 각각 686(g/h‧ kW), 922(g/h‧kW)을 적용하였다.
3. 연구결과
Fig. 1은 우리나라 전국 항만에서 정박 선박을 대상으로 최근 5년 동안의 탄소배출량 총합을 연도별로 시각화한 것이다. 탄소배출량은 2022년에 최고치를 기록하였으며, 6.5×10⁶ 톤을 나타내고 있다. 이후 2023년에는 다소 감소하여 6.1×10⁶ 톤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동은 각 연도의 선박 입출항 빈도나 정박시간 등 운영 요인의 변화에 기인할 가능성이 있다. 전반적으로 최근 몇 년간 탄소배출량은 소폭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는 항만 내 배출 감축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Table 2는 전국의 무역항 및 연안항 총 40여 개 항만에서 정박 선박을 대상으로 5년간 누적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내림차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부산항이 총 7,814,810톤으로 가장 높은 탄소 배출량을 기록하였으며, 울산항과 광양항이 각각 5,755,803톤과 5,080,220톤으로 뒤를 잇고 있다. 인천항과 대산항도 각각 2,300,028톤과 2,045,300톤의 배출량을 기록하여 높은 수준의 탄소 배출을 보였다. 이들 항만은 대형선박의 입출항이 많고, 선박교통량도 많아 높은 탄소 배출량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연안항인 용기포항, 연평도항, 울를항, 후포항, 거문도항, 화순항, 흑산도항 등의 경우 배출량이 현저히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항만의 규모와 정박 선박의 수가 탄소 배출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Fig. 2는 최근 5년간 누적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위 10위에 해당하는 주요 항만들의 연도별 탄소 배출량 변화를 시각화한 것이다. 부산항, 울산항, 광양항이 모든 연도에 걸쳐 상대적으로 높은 배출량을 기록하였으며, 특히 부산항은 지속적으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항만으로 나타났다. 각 항만의 배출량은 연도에 따라 다소 변동이 있었으나, 상위 항만의 순위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주요 무역항이 다른 항만에 비해 높은 배출량을 보이며, 대형선박 입출항이 잦은 항만에서 배출량이 집중됨을 시사한다.
Fig. 3은 선박 종류별 탄소배출 비율을 파이 차트로 나타낸 결과이다. 탱커선이 전체 배출량의 61.0%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고, 그 뒤를 이어 화물선이 35.4%로 상당한 배출량을 보였다. 여객선, 예인선, 기타 선박 등 나머지 선박 유형의 배출 비율은 매우 낮아, 각각 1%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탱커선과 화물선이 주요 탄소 배출원임을 시사하며, 이들 선박의 배출 감축 노력을 위한 추가적인 정책적 고려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탱커선은 정박 중 원유, 화학 제품, 액화 가스 등 액체 상태의 화물을 운송하는데 필요한 화물 가열, 증기 구동 펌프 사용 등 일정한 온도와 압력을 유지해야 하기 위해 발전기 사용량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 결 론
본 연구에서는 국내 주요 항만에서 정박 중인 선박들의 탄소 배출량을 선박 유형별, 항만별로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탱커선과 화물선이 전체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대형 항만일수록 탄소 배출량이 높다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항만별 배출량 관리 및 감축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특히 고배출 선종에 대한 집중 관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항만 내 정박 중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 특성을 분석한 결과, 특히 탱커선이 다른 선종에 비해 높은 배출량을 보이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정박 중인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육상전원공급 장치(AMP)의 설치 확대가 필요하며, 정부 시책으로 탱커선 선석을 우선 설치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연구의 한계로는 항만 내 정박 중인 선박의 배출량에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항만의 진입수로에서 항해하는 동안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고려하지 않았다. 향후 연구에서는 항만 접근 및 진입 구간에서의 배출량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글로벌 환경 목표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 항만별 및 선박 종류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분석하여, 효율적인 감축 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