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탄소중립의 적극적 이행에 대한 국·내외 책무가 강화됨에 따라, 우리나라 해양수산 분야의 유일한 탄소 흡수원인 블루카본 생태계(염습지, 해초대)의 복원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국외적으로는 2016년 11월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195개 모든 당사국의 온실가스 감축이 의무화되었다. 이에 따라 각국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탄소 흡수원 및 저감원 확대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2021년 10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고 2018년 대비 온실가스의 40%를 2030년까지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배출량 제로(넷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공표하였다. 곧이어 같은 해 12월 해양수산분야에서 2018년 406.1만톤 배출량에서 2050년까지 729.8만톤을 감축하여 -323.7만톤을 달성하는 ‘탄소 네거티브’ 정책을 발표하였다. 정부는 해양수산분야 탄소 감축을 위해 두가지 주요 트랙을 발표하였는데 바로 ‘해양재생에너지 확대’와 ‘블루카본’이다. 해상풍력 및 조력 발전 등 해양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229.7만톤의 탄소를 저감하고 블루카본 생태계 확대·보존을 통해 136만톤을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블루카본(Blue Carbon)은 연안 생태계가 흡수하고 저장하는 탄소를 의미하며, 블루카본 생태계는 염습지, 해초대, 맹그로브 숲의 세 가지 생태계로 대표된다. 이들 생태계의 공통적인 특성은 연안 식생이 조간대 토양층에 뿌리를 내리고 서식하면서 광합성을 통해 흡수한 탄소를 토양층에 장기간 격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탄소 저장 기능으로 인해 블루 카본 생태계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로부터 공식적인 탄소 감축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생태계(염습지, 해초대, 맹그로브)를 보전하거나 복원하여 추가로 발생한 탄소흡수량의 시계열 자료를 확보하면 탄소 감축량으로 산정되어 국가자발적목표(NDC)에 반영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블루카본 생태계 중 ‘염습지’와 ‘해초대’ 두가지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국외 여러 연구를 통하여 염습지의 탄소 격리율은 열대 산림보다 30-50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Mcleod et al., 2011;Davis et al., 2015). 우리나라는 2021년 완료한 1차 블루카본 R&D 사업의 기초조사를 통해 염생식물이 자라는 염습지는 전체 연안습지의 약 2%에 불과하지만 식생이 없는 갯벌보다 탄소흡수력이 약 70%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염습지의 탄소 저감 기능이 주목 받음에 따라 정부는 2023년 5월 블루카본 추진전략을 통해 2050년까지 국내 비식생 갯벌(2,482km2)의 약 27% 면적인 660km2를 전남 순천만 등과 같은 염생식물 군락지(갈대나 갈대 칠면초)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를 위해 어업면허를 받아 활용 중인 갯벌과 항만·어항을 제외한 모든 가용 갯벌을 염습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국가 NDC의 해양부문 탄소 저감 목표 수준은 강화되었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술 및 정책, 과학적 기초 연구에 대한 준비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양 탄소 흡수원 생태계 관리 및 복원 기술 등 탄소중립 기술 전반에 대한 현황, 국내·외 기술 수준 및 해외와의 격차, 국내 현안 및 수요, 복원 효과 등에 대한 조사 및 분석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해양수산 부문에는 탄소중립 구현을 위한 효과적인 염습지 복원 설계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이다. 최근 「갯벌 및 그 주변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해양수산부 장관 뿐 아니라 시·도시자에 의해 갯벌 복원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앞으로 다양한 염습지 복원이 시도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에서 대규모로 염습지 복원사업을 준공한 사례가 없어, 국내에 접목할 수 있는 관련 과학기술이 구체화 되지 않았고 접목하고자 하는 기술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기술적 불확실성은 복원 사업의 예산 낭비와 저조한 사업 성공률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탄소중립 구현을 위한 효과적인 염습지 복원사업의 지연을 야기할 수 있다. 탁월한 탄소 저감원일 뿐 아니라 연안 재해 방지(Wayne, 1976;Knutson et al., 1982;Copper, 2005) 측면에서도 효과적인 염습지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사업 시행 전 국내와 국외에서 선행한 복원기술에 대한 충분한 기술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종합적인 조사·분석 결과는 국내 연안 특성에 맞는 복원 기술 개발의 토대가 될 것이며, 물리·생태적 고려사항을 제시함으로써 염습지 복원의 성공률과 탄소 흡수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본 연구는 중국의 염습지 복원 기술과 관련 연구를 분석하여 국내 염습지 복원 정책 수립 및 기술 개발 시, 참고 사항과 적용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비식생갯벌의 비중이 높은 연안환경을 보유한 국가로, 1980년대 이후 연안 침식에 대응하기 위해 활발한 염생식물 식재사업을 진행하였다(Liu et al., 2016;Li et al., 2022). 이 과정에서 축적한 염습지 복원 기술과 연구결과는 우리나라의 염습지 복원 정책 및 기술 개발에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연구 방법
2.1 중국 염습지 복원 특허 분석
중국의 염습지 복원 기술 중 논문에 포함되지 않은 기술을 파악하기 위해 특허정보검색서비스인 키프리스 웹사이트(www.kipris.or.kr)를 활용하였다. 해당 사이트는 전 세계 특허를 검색할 수 있으며 특허 초록 뿐 아니라 원문 조회가 가능하다. 먼저, 초록에 염습지를 나타내는 키워드인 ‘saltmarsh’, ‘estuary’, 또는 ‘coastal wetland’와 복원을 나타내는 ‘restoration’ 을 함께 포함하고 있는 정보를 검색하였다. 그 중 내륙 습지 이거나,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는 맹그로브, 또는 물대 (Arundo donax)와 같이 해수가 드나들지 않는 갯벌 상부에서 식하여 탄소흡수 기능이 저조한 식물 군락의 복원에 관한 정보는 제외하였다. 이렇게 추출된 약 15개의 특허 기술 중 6개 기술은 하구의 물 보충이나 수질 정화 및 평가 방법에 관한 기술로 본 조사의 내용적 범위에서 벗어나 제외하였다 나머지 9개의 특허기술에서 중국 염습지 복원 기술 관련 논문에서 제시한 기술 내용과 중첩되지 않는 5가지 기술내용을 분석하고 국내 적용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2.2 중국 염습지 복원 논문 분석
2017년 이후 발표된 중국 염습지 복원 관련 논문 중, 복원 기술을 상세히 다루고 그 효과를 정량적으로 기술한 연구들을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특히, 중국 국가자연과학기금의 지원을 받아 장기간 염습지 복원 연구를 수행 중인 상하이 화동사범대학 연구진의 논문들(Jiang et al., 2022;Chen et al., 2017)에 주목하였다. 이들 연구에서 적용된 기술과 시행 환경을 면밀히 검토하여, 국내 염습지 복원 사업 시행 시 참고할 수 있는 기술과 적용 방안을 도출하였다.
3. 분석 결과
3.1 중국 염습지 복원 특허 분석 결과
3.1.1 염생식물 이식을 위한 갯벌 표면 조성 기술
이 기술은 염생식물 이식을 위한 갯벌 표면 조성 방법으로 마찰력을 향상시키는 기법이다. 이 방법은 갯벌 표면을 능선-고랑-능선 형태로 조성하여 염생식물의 안정적 정착을 돕는다. 구체적으로, 능선은 10-30 cm 높이로, 고랑은 10-30 cm 깊이로 설계하며, 한 협곡의 너비는 50-80 cm가 되도록 한다(Fig. 1).
능선 조성 시에는 짚을 사용하는데, 그 매립량은 100-200 g/m²이 일반적이나, 200-600 g/m²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되는 짚은 갈대짚, 보래짚, 갯끈풀 짚 등 다양한 종류의 식물짚을 활용한다.
이러한 식물짚의 추가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 토양 표면의 마찰력을 증가시키고 물리적 복잡성을 높여 유입되는 조수의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또한, 갯벌 토양의 압축을 방지하고 영양분이 토양 깊숙이 투과되도록 하여 발아한 종자의 증식을 돕는다.
해당 기술은 염생식물의 이식 성공률을 높여 염습지 생태계의 안정적 복원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조류 에너지 분산을 통해 식물 유실을 막고 초기 정착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3.1.2 연안 상부 염생식물 복원을 위한 유동 종자 생산 기술
유동 종자 생산 기술은 연안 상부 염생식물 복원을 위해 개발된 것으로, 펄 갯벌에서 종자의 안착률을 높이는 액체형 종자 살포 방법이다. 농업 분야에서 '유동종자'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보수제(保水劑), 보조 결합제, 영양 촉진제를 혼합하여 종자 액체를 제조한다.
보수제는 수분을 유지시켜주고 점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하이드록시에틸 셀룰로오스를 사용한다. 보수제는 물을 흡수하고 팽창하여 미세 수분 저장소 역할을 하며, 이는 종자 발아와 묘목 성장에 필요한 수분을 제공한다. 더불어 토양의 염분을 감소시켜 식물의 성장률을 향상시키는데 효과적이다. 보조 결합제는 연안 점토, 아타풀자이트 점토가 사용되었다. 연안점토는 종자표면의 마찰력을 증가시켜 조석으로부터 쓸려나가는 것을 완화한다. 영양 촉진제로는 키토산 올리고당, 폴리아스파르트산, 차사포닌, 발효 거름, 굴 껍데기 분말을 혼합하여 사용하며, 이는 종자에 영양을 공급하고 성장을 촉진시킨다.
중국 연안에서는 해당 기술을 주로 갯벌 상부에 서식하는 염생식물인 해홍나물 종자 살포에 활용하고 있다. 기술의 주요 이점은 만조 시 종자의 불균등한 확산 문제와 갯벌 표면 안착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또한, 보조접착제로 인해 종자가 살포 후 천천히 토양에 부착되어 조수에 의한 유실을 감소시킨다.
3.1.3 하구 간석지의 염생식물 복원을 위한 경작 기술
이 기술은 해홍나물의 복원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이식하는 토양 환경을 조절하는 기법이다. 기술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경작기로 5-10cm 깊이의 흙을 쟁기질하고 편평하게 돋우어 덩어리가 없고 평탄한 갯벌 표면을 조성한 후, 해홍 나물 종묘를 식재한다. 해홍나물 종자는 입자 크기가 균일하고 부서진 것이 없는 종자로 선택하며 천알의 무게는 약 2-4g에 이른다. 종자가 달린 성숙한 해홍나물을 11월에 복원 지역에 이식하여 자생적인 식생군락 형성을 유도하였다.
일부 식물은 개화를 위해 일정 기간의 저온이 필요한데, 이를 춘화(春化, vernalization)라고 한다. 이러한 개화 촉진을 위해 인위적으로 저온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춘화처리이다. 해홍나물의 춘화처리를 위해 선별된 종자를 얕은 갯벌에 수 작업으로 심고 해수를 부어 실험실에서 종자를 인위적으로 동결시킨다. 토양은 경작한 후 0.4-0.6m 간격으로 종자를 이식하고 1m2 면적 당 약 6-8개의 종자를 이식한다. 그 결과 경작지의 해홍나물 줄기 밀도가 미경작지보다 4배 높게 나타났다(Fig. 2).
3.1.4 준설토 매립을 통한 침식 갯벌 복구 기술
이 기술은 침식이 진행 중인 갯벌을 복원하는 방법으로, 준설토로 갯벌의 육지 고도를 높이고 파도 에너지를 분산하는 모래주머니를 설치하여 조류에 의한 침식을 방지하는 기법이다(Fig. 3). 복원 과정은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 침식된 갯벌 복원 지역에 이탄토(준설토의 일종)를 50-100cm 두께로 채워 해안 경사면을 만든다. 이때 해안의 경사는 30도 이하로 유지한다. 둘째, 조류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갯벌 하부에 파도를 흡수하는 모래주머니를 설치한다. 모래주머니는 캔버스 재질로 만들며, 크기는 50x80cm이다. 이를 엇갈리게 배치하여 23미터 폭으로 설치한 후 염생식물을 식재한다.
이 기술은 중국 산동성 동포도촌 해안에 적용되어 지역 기후에 적합한 바다갈대, 홍화나물, 퉁퉁마디 등을 식재하였다. 대형 기계 없이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시행할 수 있어 자원 효율성과 경제성이 높아, 소규모 갯벌 복원 사업에 특히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3.1.5 대나무 관을 활용한 염생식물(매자기) 묘목 식재 기술
이 기술은 매자기 묘목을 특수 제작된 대나무 원통에 이식하여 조간대에 식재하는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15-20cm 높이의 매자기 묘목을 측면에 구멍을 낸 대나무 원통에 넣은 후 조간대 퇴적물에 수직으로 심는 기법이다. 이 방법의 주요 목적은 갯벌 식생의 침식 저항력을 높이고 염생식물의 군락화, 성장, 밀도, 번식력, 생존률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해당 기술은 기존의 대나무 묘목이 없는 방식으로 매자기 종묘를 이식했을 때 30일 후 생존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중국은 이 기술을 상하이 자생종이자 양쯔강 하구 습지 생태계의 주요 1차 생산자인 매자기(Scirpus mariqueter) 군락 복원에 활용하였다.
종묘 유실 방지를 위해 설계된 대나무 원통은 높이 18-25cm의 쇄기형 구조로, 측면에 직경 1.5cm의 구멍들이 3cm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다(Fig. 4). 이러한 구조는 묘목의 안정적 정착과 성장을 촉진하며, 생분해성 소재인 대나무를 사용해 환경 부담을 최소화한다. 국내 적용 시에는 갯벌 입자 크기에 맞게 구멍 직경을 조정함으로써,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도 효과적인 염습지 복원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3.1.6 국내 적용 시사점
중국의 주요 염습지 복원 특허 기술(Table 1)과 그에 따른 국내 적용 방안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염생식물 이식을 위한 갯벌 표면의 능선-고랑-능선 형태 조성과 식물 짚 활용 기술은 조류에 의한 식물 유실을 방지하고 초기 정착 단계에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 이 기술을 국내에 적용할 때는 우리나라 갯벌의 퇴적 상과 조석 특성, 토착 염생식물의 생리·생태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능선과 고랑의 규모를 도출해야 한다. 특 국내 서해안의 큰 조차를 감안할 때, 능선의 높이와 경사도는 조류의 침식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식물 짚은 국내 농업 부산물을 활용하여 자원 순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둘째, 연안 상부 염생식물 복원을 위한 액체형 유동 종자 살포 기술은 보수제, 보조 결합제, 영양 촉진제의 혼합을 통해 종자의 안착률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이 기술의 핵심 성분인 하이드록시에틸 셀룰로오스는 화장품 산업에서 검증된 저독성 물질로,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조 결합제로 현장 갯벌 토사를 활용할 수 있어 비용 효율성이 높으며, 현장 토양과의 물리화학적 친화성도 우수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국내 적용 시에는 계절별 강우량과 조석 주기를 고려한 최적 살포 시기 선정과 함께, 국내 토착 염생식물 종자의 특성에 맞는 보수제 농도 및 영양 촉진제 조성비 조정이 필요하다.
셋째, 하구 간석지의 해홍나물 복원을 위한 경작 기술은 토양 환경을 조절하고 춘화처리를 통해 복원 성공률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국내 적용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하구의 염분 구배와 퇴적 특성에 따른 미세지형을 고려한 경작 깊이 설정이 필요하다. 또한 종자 이식 간격은 해홍나물의 생장 특성과 군락 형성 패턴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하며, 춘화 처리는 국내 기후대에 맞는 온도와 처리 기간을 실험을 통해 규명할 필요가 있다.
넷째, 준설토 매립을 통한 침식 갯벌 복구 방법은 환경 친화적 준설토 활용과 파력 흡수 모래주머니 설치를 통해 갯벌 침식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국내 적용 시에는 지역별 조석 특성과 파랑 에너지를 정밀 분석하여 준설토 매립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서해안의 대조차 환경에서 안정적인 경사도 유지를 위한 공학적 설계가 요구된다. 모래주머니는 국내 연안의 계절별 파랑 특성을 고려한 내구성 있는 재질 선정과 함께,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굴 패각 등과 같은 친환경 소재로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나무 관을 활용한 염생식물 묘목 식재기술은 생태 친화적 소재를 이용하여 종자 유실 방지와 생존율 향상을 도모하는 방법이다. 국내 갯벌 환경에 적용 시에는 조류의 세기와 퇴적물 이동을 고려한 대나무 원통의 규격 최적화가 필요하다. 또한 구멍의 크기와 간격은 복원대 상지 토질 입자의 크기, 토착 염생식물의 생장 특성과 뿌리 발달 양상을 반영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중국의 특허 기술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갯벌 환경, 기후 조건, 염생식물 특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장 적용성과 효과성 검증을 위한 실험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며, 복원 후 생태계 변화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들을 지역 특성에 맞게 최적화하여 통합적으로 적용한다면, 염생식물의 활착률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2 중국 염습지 복원 관련 논문 분석
3.2.1 하구 퇴적물 유입과 조차 주기를 활용한 염습지 복원
중국 양쯔강 하구의 주요 퇴적지인 Chongjing Dongtan에서는 지난 10년간 외래종 갯끈풀을 제거하고 토종 염생식물인 매자기(Scirpus mariqueter)를 복원하는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매자기의 종자 발아와 식재 연구를 통해 염습지 복원 기술을 발전시켜왔으며, 특히 염생식물의 발아와 활착률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주요 기술 내용은 다음과 같다.
3.2.1.1 사리(대조기)와 조금(소조기)
Jiang 외 연구진은 매자기가 종자 침수부터 갯벌 착근까지 사리(Spring tide) 주기인 15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밝혀내어, 이를 염습지 복원에 적용하였다. 사리(대조, 大潮)는 조수 간만의 차이가 최대가 되는 시기로, 이때 밀물은 연안 내륙 깊숙이 들어오고 썰물은 해양 쪽으로 가장 멀리 빠져나간다.
3.2.1.2 기술적용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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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단계 종자 불림
제1단계는 사리 기간에 현장의 퇴적물과 해수를 이용하여 실험실에서 3-4일간 종자를 불리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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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단계 발아
매자기 복원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종자 발아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종자를 물에 불린 후 약 일주일이 지나 발아가 시작되는 시점을 조수간만의 차가 적은 '조금(소조기)' 시기와 일치시켰다. 이렇게 발아 시기를 소조기에 맞추는 것이 매자기의 성공적인 정착에 결정적임을 발견하고, 이를 '절호의 기회(Window of Opportunity, WoO)'라고 명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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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단계 안착
매자기의 첫 잎이 나오면 종자의 부력이 증가하여 더 넓은 지역으로 퍼질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이 시기를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사리' 시기와 일치시켰다. 이후 다음 '조 금' 시기에 종자가 뿌리를 내리고 안착하도록 유도하였다. 조금 시기에는 밀물이 적게 들어와 물에 잠기지 않는 갯벌 면적이 넓어지므로, 더 많은 매자기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
3.2.1.3 기술적용 결과
이 기술의 도입 결과, 2013년 3.6헥타르(약 11,000평)에 불과하던 매자기 분포 면적이 2019년에는 94.2헥타르(약 285,000평)로 크게 확대되었다. 양쯔강 하구의 주요 퇴적지인 Chongming Dongtan에서 매자기 군락이 복원되면서 염습지 지대가 안정화되었다. 이로 인해 염습지 면적이 연간 5km²의 속도로 바다 쪽으로 확장되고, 해안선은 매년 10-20m씩 바다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당해 연도에 살포한 종자의 발아율이 27%인 데 비해, 전년도 여름에 살포한 종자의 발아율은 73%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년도에 안착한 종자량이 이듬해 전체 발아율에 큰 비율을 차지함을 시사한다.
3.2.1.4 국내 적용 시사점
염습지 복원 기술의 핵심은 복원 대상지의 물리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최적의 복원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다. 특히 해류, 파도, 바람 등의 환경 요인과 함께 조수 주기가 종자의 활착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국내 염습지 복원 사업에 다음과 같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복원 시기의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 매자기와 같은 염생식물의 종자 발아 시기를 조수간만의 차가 큰 사리 시기와 일치시키면 복원 성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는 발아한 종자가 부력을 얻어 갯벌 상부로 이동함으로써 토양에 안착할 확률이 높아지고 조류에 의한 유실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국내 염습지 복원 사업 계획 시에는 우리나라 서해안의 대조차 특성을 고려하여, 특히 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의 사리 시기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계절별 강우량과 바람 특성도 함께 고려하여 최적의 복원 시기를 선정해야 한다.
둘째, 복원 대상지 선정에 있어 열린 하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해수유통이 활발하고 내륙 기인 퇴적물 유입이 높은 하구는 염생식물 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염수와 담수의 교류로 인한 풍부한 영양염 공급과 상대적으로 낮은 염분도는 염생식물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성장을 촉진한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특성을 가진 열린 하구를 중심으로 염습지 복원 사업을 계획하되, 하구별 퇴적물 특성과 영양염류 농도를 정밀 분석하여 대상지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셋째, 전년도 종자의 보존과 관리가 중요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년도 종자가 이듬해 발아율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염습지 복원 사업에서 장기적인 관점의 종자 관리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복원 대상지에 살포된 종자가 잘 보존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유지하는 것이 복원 성공률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종자 유실률을 감소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종자의 활착률을 높이기 위해 앞서 3.1.2에서 언급한 유동종자 기술 적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 또한 국내 토착 염생식물 종자은행 구축을 통해 안정적인 종자 공급 체계를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더불어, 이러한 복원 전략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적응적 관리가 필수적이다. 복원 후 염생식물의 정착률, 생장 상태, 군락 발달 과정을 정기적으로 관찰하고, 이를 통해 획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복원 전략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극한 기상 현상 증가 등 장기적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탄력적인 복원 계획 수립도 수반되어야 한다.
3.2.2 갯벌 토질(土質)과 식재 밀도에 따른 염습지 복원
염습지 복원의 성공은 식재된 염생식물의 신속한 뿌리 활착에 달려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 화동사범대학 연구진은 토질에 따른 염생식물의 성장과 퇴적층 내 유기탄소 격리 차이를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염습지 복원 성공률 향상 기술을 제시하였다.
3.2.2.1 기술 적용 단계
매자기를 식재하기 위해 직경 7.5cm, 깊이 약 15cm인 토양 코어를 사용하여 재녹화 작업을 시행하였다. 각 코어당 약 15개의 잎줄기를 심고 코어의 맨 위쪽이 갯벌 표면과 수평이 되도록 묻는다. 식재 밀도에 따른 염습지 복원의 성공률을 알아보기 위한 사전 연구에서 습지 면적 1m2당 1개의 종묘, 2개의 종묘, 4개의 종묘를 심은 세 가지 방법으로 식재하였다. 펄과 모래 갯벌의 토양특성은 표2-1과 같으며 해당 값은 토양 깊이 30cm에서의 평균±SE(표준 오차) 형식으로 나타내었다.
3.2.2.2 기술 적용 결과
토종 염생식물인 매자기(Scirpus mariqueter)를 입도와 낮고 점도가 높은 ‘펄 갯벌’과 입도가 높고 점도가 낮은 ‘모래 갯벌’에 각각 식재한다. 관찰 결과, 모래갯벌에 이식된 매자기의 성장이 느리고 유기탄소 함량도 낮은 반면, 펄 갯벌에서는 매자기의 성장률과 유기탄소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3.2.2.3 국내 적용 시사점
첫째, 토질은 염생식물의 정착과 유기탄소 저장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Lee et al., 2009). 사질 퇴적물에서는 펄 토양층에 비해 뿌리 생장이 더디고 탄소 및 질소 축적 속도가 현저히 낮다. 이는 지역 특성에 맞는 염생식물과 적합한 토질의 선택이 복원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는 데 핵심적임을 시사한다. 특히 국내 서해안의 경우, 조석에 의한 퇴적물 이동이 활발하여 토질 특성이 시공간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미세지형과 퇴적상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펄 갯벌에 식재된 염생식물 매자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장하며, 토양 내 유기탄소와 질소 함량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복원 2년 차 염습지의 유기탄소 함량은 비식생 갯벌 대비 1.14-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복원 초기부터 염습지의 유기탄소 저장량이 비식생 갯벌 보다 증가함을 보여주며, 이 경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신생 염습지도 효과적인 탄소 저감 원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입증하며, 블루카본 증대를 위한 염습지 복원 사업의 당위성을 제공한다.
셋째, 국내 염습지 복원을 위해서는 복원 대상 지역의 토양을 사전에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분석 항목으로는 입도 분포, 유기물 함량, 영양염류 농도, 염분도 등이 포함되어야 하며, 계절별 변동성도 고려해야 한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시 펄 토양을 보충하여 염생식물의 생장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특히 사질 퇴적물이 많은 지역에서는 유기물 함량 증진을 위한 토양 개량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넷째, 토양 환경이 조성된 후에는 각 지역의 기후, 조수, 염도 등을 고려하여 적합한 염생식물 종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매자기와 같이 탄소 축적에 효과적인 염생식물을 주요 복원 식물로 활용하고, 다른 염생식물과의 혼식을 통해 생태계 다양성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한 식재 밀도와 패턴을 지역별 환경 조건에 맞게 최적화하여 종간 경쟁과 상호작용을 고려한 군락 형성을 유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염습지 복원사업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계획 되어야 한다. 복원 후 최소 2-3년간 집중적인 관리와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복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염생식물의 생장과 탄소 축적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기록하여 추후 탄소크레딧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자료 구축을 동반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국제 인증 기준에 부합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여 추가성(additivity)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4. 결론 및 고찰
중국 염습지 복원 기술 분석을 위해 복원 기술과 관련한 특허기술과 논문을 분석하였다. 특허기술 분석을 통해 도출한 복원 기술 방향은 다섯 가지이다. 첫째, 갯벌 표면을 능선-고랑-능선 형태로 조성하여 염생식물의 안착을 촉진하는 것이 첫 번째 기술로 지형 구조를 통해 자연스러운 식생 정착을 유도한다. 둘째, 영양성분과 고점도 액체를 활용한 유동 종자 살포 기술로 이러한 방식은 종자의 초기 정착과 생존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셋째, 갯벌 상부 토지를 경작한 후 염생식물을 경작하는 것은 식재한 염생식물의 활착률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준설토 매립으로 갯벌 육역의 고도를 높이고 파력 흡수 모래주머니를 설치하여 침식을 방지하는 기술은 복원 지역의 안정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측벽에 구멍이 있는 대나무 관을 이용한 묘목 식재 기술은 염생식물의 유실률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논문 분석을 통해 세 가지 핵심적인 복원 기술 방향을 도출하였다. 첫째, 종자의 발아 시기와 사리(대조)의 조수간만 시기를 일치시키는 것이 다음 해의 종자 활착률 향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둘째, 내륙 기인 퇴적물과 담수의 유입이 높은 하구에서 염습지 복원을 시행하는 것은 양질의 퇴적물 공급과 적절한 염분 구배 형성으로 식생 정착과 생태계 안정화에 효과적이다. 셋째, 갈대류와 같은 염생식물은 사질보다 펄 갯벌에서 성장률과 탄소 흡수력이 높으며, 염생식물에 맞는 토질로 복토하는 것이 복원 비용과 소요시간을 단축시킨다.
본 연구의 결과는 국내 염습지 복원 사업 계획 수립에 있어 적용 가능한 기술 도출과 향후 필요한 기술 개발 분야 탐색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큰 조석간만의 차, 넓은 비식생 갯벌, 매립으로 인한 염습지 손실과 같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연안환경을 가진 중국의 선행 염습지 복원 기술 검토는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Gu et al., 2018;Park et al., 2024).
그러나 이러한 기술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연안 환경과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갈대류 염생식물 (Phragmites australis, Spartina alterniflora)은 위도에 따라 계절별로 지하부와 지상부 간의 탄소 저장 및 이동 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Jung, 2024). 이러한 생태적 특성과 함께 우리나라 고유의 조석 특성, 토양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기술 적용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기술의 최적화와 더불어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 지원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러한 기술들의 실효성 검증을 위해 현장 적용 후 장기 모니터링, 생태계 서비스 가치 평가, 탄소 흡수량 측정, 생물다양성 변화 등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병행되 어야 한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을 통해 국내 실정에 가장 적 합하고 효과적인 염습지 복원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 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노력은 염습지 복원의 다각적 효과를 입증하여 복원 정책의 실행 근거를 마련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연안 생태계의 건강성 회복과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