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 배경 및 목적
대한민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약 4,000개의 섬이 있어 많은 승객이 이동 및 여행을 위하여 여객선을 이용하고 있다. 운항 중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 관련 규정 및 지침을 강화하여 적용하는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박에서 발생하는 화재 사고는 Fig. 1에 나타낸 것과 같이 증가하고 있다(KMST, 2022). 육상 건축물과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바다 위에 고립되어있는 선박의 특수성에 의해 선박에서의 화재 진압 및 내부 인원의 안전한 대피가 건축물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선박에서의 화재 사고 시 안전성 개선을 위한 연구들이 다수 진행되고 있다.
다수의 승객이 이용하는 여객선 등 선박의 화재와 관련된 연구를 보면, Kim(2017)은 실습선을 대상으로 화재 시 적정 피난시간을 제시하고, 온도와 가시거리의 대피 허용 한곗값 도달 여부 및 도달시간을 화재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하였다.
Shin et al.(2009)은 선박 화재 시 제연설비가 작동하지 않는 선박의 화재 시 피난 특성, 피난 경로 및 피난시간을 시뮬레이션과 모의실험을 통해 비교, 분석하였다.
Kim and Hwang(2016)은 선박 화재 시 기계식 환기시스템의 운용 방법 중, 급·배기 시스템 운전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실습선을 대상으로 급·배기 방식과 화재 발생 장소에 따른 연기의 거동 특성을 예측 평가하였다.
선박에서 사고 발생 시 승조원 및 승객이 짧은 시간 안에 탈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탈출 시간이 변화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때 탈출 시간지연에 의해 화재 시 발생하는 유해 요인에 노출될 가능성이 늘어나 승객의 탈출 과정에서의 인명사고 발생 위험성이 늘어난다.
따라서 본 연구는 화재 및 피난 시뮬레이션을 통해 화재 위치 변화에 따른 유해 요인들의 위험성과 탈출 시간지연의 원인을 파악하고, 시간지연을 감소시키는 방안을 모색하여 승객의 안전한 탈출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2. 연구 방법
2.1 수치해석 대상
본 연구는 여객선과 같이 승선 인원이 많은 M대학의 실습선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FDS 기반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Pyrosim과 Pathfinder를 활용하여 선박의 최하단부에 위치해 실습생의 거주 구역으로 이용하는 2nd Deck 일부와 탈출 시 이용하는 계단실을 모델링하였다. Fig. 2는 시뮬레이션 모델을 나타낸 것으로, 탈출 시 이용되는 복도, 객실, 계단실, 화재 발생 위치, 계단실, 제연설비 위치를 나타내었다. 각 계단실을 구별하기 위해 ①~③으로 표시하였으며, 안전성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제안할 제연설비 설치 위치를 초록색으로 표시하였다. 또한 Table 1과 같이 화재의 발생 위치에 따라 Case A~D로 정하였다.
2.2 화재 시뮬레이션
본 연구에서 활용한 화재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FDS(Fire Dynamic Simulator)는 NIST(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에서 화재 시뮬레이션을 위해 개발한 전산유체역학 프로그램으로, Navier-Stokes 방정식을 이용하여 온도, 연기 유동에 의한 가시도 변화 등을 분석하여 활용하는데 사용되는 프로그램이다. 화재 시뮬레이션을 위해 FDS Ver. 6.7.9를 기반으로 화재 모델의 그래픽 제작 효율성을 강화한 T사의 Pyrosim Ver. 2023.2를 이용하여 해당 선박의 2nd Deck 를 모델링하였다. Table 2는 시뮬레이션의 기본 설정을 나타낸 것이다. 모델의 탈출로로 이용되는 복도의 높이와 폭은 각 2.05m, 1.3m이다. 발생시킬 화재는 ISO 9705(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의 화재 실험에서 사용하는 규격인 1MW, Wood Fire를 정하며 환경은 습도 40%, 온도 20℃ 의 대기압을 기준으로 하고 시뮬레이션 시간은 100초로 하였다. 모델의 격자 크기는 종횡비를 고려하여 Δx, Δy는 0.2m, Δz는 0.1m로 정하였다(Kim and Park, 2015).
2.3 피난 시뮬레이션
화재 시 승객의 피난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피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Pathfinder를 이용하여 화재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어낸 데이터를 토대로 승객의 특성, 보행속도, 행동 양식 등을 적용하고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였다. 해당 모델의 탈출 승객 수는 총 64인으로 Fig. 2에서 나타낸 16개의 객실에 4명씩 배치하였다. 대상 승객 모델은 20대 남성의 평균치를 이용하여 키 175cm, 어깨너비 40cm이며, 승객의 보행속도는 Msc.1/Circ.1533의 IMO Speed model과 성인의 보행속도를 혼합한 1.12~1.25m/s의 사이의 보행속도를 무작위로 승객에게 적용하였다.
2.4 분석 방법
해당 모델에서의 화재 시 위험성을 확인하기 위해 각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Case별 ASET(Available safe egress time)과 RSET(Require safe egress time)을 측정하였다. ASET은 허용 피난시간을 의미하며, 승객이 특정 구조물에서 안전한 탈출이 가능한 시간이다. RSET은 피난요구시간을 의미하며, 감지, 통보, 반응 등 승객이 피난하는데 실제 걸리는 시간이다. ASET이 RSET보다 크면 안전한 탈출 시간 내에 실제 피난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ASET의 조건이라고 볼 수 있는 가시도 및 산소농도 등의 수치는 육상 건축물에 적용하고 있는 성능위주설계 기준치인 가시거리 5m 이하, 산소농도 15% 이하로 감소하는지에 대한 여부와 도달시간을 평가 기준치로 정하였다(National Fire Agency, 2023). 탈출로는 최하단부 거주 구역으로부터 계단을 통해 상부로 탈출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각 화재 시나리오별 탈출로의 유해 요인 기준치 도달 여부, 시간, 유해 요인의 평균 수치를 평가하였다. 또한 탈출 시간 변화를 비교하고 원인을 분석하였다.
3. 연구 결과
3.1 화재 위치에 따른 유해 요인 수치 비교
선박 화재 시 승객의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 탈출로의 유해 요인 도달 여부와 수치의 변화를 비교 분석하였다.
Fig. 3은 승객이 탈출 시 이용하는 복도의 가시거리와 산소농도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시간과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Case A~D의 시간별 가시거리와 산소농도 변화를 그래프로 나타내었다. 화재 위치별 가시거리가 5m 이하에 도달하는 시간은 12초에서 20초 사이였고, 산소농도가 15% 이하에 도달하는 시간은 13초에서 20초 사이였다. 또한 가시거리와 산소농도 모두 하락을 기점으로 시뮬레이션이 종료될 때 까지 기준치 이상으로 반등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Table 3은 시뮬레이션 시간 내 복도에서의 측정되는 유해 요인의 수치를 평균값으로 나타내었다. 화재 위치별 가시거리 수치는 3.1~4.2m로 감소하였고, 산소농도는 12.9~13.9%로 감소하였다.
3.2 화재 위치에 따른 승객 탈출 시간 비교 및 원인 분석
피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여 화재가 없는 경우의 탈출 시간과 화재 위치에 따른 탈출 시간의 변화를 Table 4를 통해 나타내었다.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의 탈출 시간보다 9초에서 34초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Fig. 4는 Table 3, 4와 Fig. 3을 이용해 만들어낸 ASET과 RSET에 관한 그래프이다. 본 연구의 시뮬레이션 모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피난이 완료되기 전에 ASET에 도달하므로 탈출 과정에서 승객이 안전하지 않다고 볼 수 있었다.
또한 선박에서 훈련을 진행할 때와 같이 Fig. 2의 모델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로 탈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Case 0에 비해 화재가 발생한 경우들의 탈출 시간이 증가하였는데, 원인은 화재 시 발생하는 특정 요소가 승객의 보행 속도 변화에 영향을 주어 탈출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Fridolf et al.(2018)와 SFPE(2019)를 살펴보면 각각 보행속도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가시거리의 변화와 면적당 인구 밀집도를 언급하고 있다. 화재 시 발생하는 연기의 이동 및 배출 경로와 승객이 탈출 시 이용하는 경로가 유사하여 탈출하는 승객의 가시거리 저하에 의해 보행속도가 감소할 수 있다. 또한 승객이 탈출로로 향하는 경로에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를 향해 진입할 수 없으므로 거리상 가깝고 탈출에 효율적인 탈출로보다 멀고 효율적이지 못한 탈출로를 선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탈출로를 이용하는 인원이 적절하게 분배되지 못하고 특정 탈출로에 몰리게 되어 탈출로의 면적당 승객의 밀도가 상승해 보행속도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고 적정한 인원 분배를 통해 탈출하는 Case 0, 화재가 발생하고 장애물에 의해 인원 분배가 원활하지 않은 시뮬레이션 중 가장 탈출 시간이 긴 Case C, 화재가 발생하지 않고 인원 분배가 Case C 와 동일한 Case 0′를 이용하였다. 가시거리와 면적 당 승객 밀도가 보행속도와 탈출 시간에 끼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세가지 시뮬레이션의 각 20초, 40초 모습과 각 Case에서 이용되는 탈출로의 밀도 변화 및 그래프를 Fig. 5와 같이 나타내었고 이를 이용해 분석을 진행하였다.
먼저 인원 분배를 통한 밀집도 변화에 의한 보행속도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a)~(d)와 (g)를 보면 (a), (b)의 경우 ①~③탈출로를 각 24명, 28명, 12명이 이용하고, (c), (d)의 경우 (a), (b)와 달리 탈출 경로상 장애물에 의한 통행 제한으로 ①~③탈출로에 각 16명, 26명, 22명이 이용하였다. 계단실 내부의 승객 밀도와 승객의 평균 보행속도를 비교하면 ③탈출 로의 면적당 밀도의 최고점을 기준으로 약 38% 크고, 탈출 시 승객의 평균 보행속도는 0.68m/s에서 0.63m/s로 약 7% 감소하였다.
그리고 가시거리 변화에 의한 보행속도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통행로의 인원 분배가 동일한 (c)~(f)와 (h) 비교하면, 가시거리 감소의 영향에 의해 (e), (f)가 (c), (d)의 경우에 비해 면적당 승객 밀도가 (h)와 같이 소폭 상승하고 보행속도도 0.63m/s에서 0.59m/s로 약 6%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의 결과를 토대로 화재 시 보행속도는 가시거리와 면적 당 승객의 밀도에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 것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보행속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통행로의 면적당 승객 밀도와 가시거리의 개선이 모두 필요하며, 승객 밀도의 개선을 위해서 통행로의 폭을 넓히거나 계단실 개수를 늘려야 하고, 가시거리의 개선을 위해 제연설비의 설치나 계단실의 압력을 상승시켜 연기의 이동을 저지하는 차압급기댐퍼등의 설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3 선박 화재 시 승객 안전성 향상 방안
승객의 탈출 시 보행속도 변화와 유해요인에 의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안전성 향상 방안으로 제연설비를 설치하여 화재 및 피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였다. 선박 거주 구역의 화재 시 사용되는 제연설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으므로, 선박의 탈출로와 비슷한 구조를 지닌 육상 건축물에 적용되는 규정을 이용했다. NFPC(National Fire Performance Code) 501의 제6조에서 정하고 있는 육상 건축물의 복도에 적용되는 제연설비의 배출량인 45,000 m3/hr를 선박의 복도에 분배할 수 있도록 벤트를 설치하여 Fig. 2에서와 같이 모델에 적용 하였다(NFPC, 2022). 또한 Fig. 2에서 탈출로로 이용되는 Passage way의 선수, 선미, 좌현, 우현 측에 각각 같은 크기의 화재가 발생하는 Case A~D에 안전성 향상 방안이 적용된 경우를 Case A′~D′로 정하였다.
해당 제연설비 규격을 선박 화재 모델에 적용한 결과 시뮬레이션 시간 내 유해 요인이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 또한 복도의 유해 요인 평균 수치를 Table 5를 통해 나타내었고, 제연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보다 가시거리는 14.9m에서 22.0m까지 증가하고, 산소농도는 17.3%에서 19.2%까지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선박 화재 시 제 연설비의 설치 유·무에 따른 승객의 탈출 시간을 비교하기 위해 Table 6을 통해 정리하였다.
제연설비 설치 여부에 따라 탈출 시간이 0.8초에서 8.3초 빨라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원인은 충분한 가시거리의 확보로 인해 이동속도 저하를 방지하고, 병목현상이 감소하여 탈출 시간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3.4 안전성 향상 방안 적용 여부에 대한 비교·분석
제연설비의 설치 유·무에 따른 시간별 유해 요인의 수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Case A′~D′ 화재 시뮬레이션을 이용하여 복도의 평균 유해 요인의 수치 변화를 Fig. 6으로 나타내었다. 화재 발생 초기에는 Fig. 3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나 제연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 10~15초 사이에 수치가 불안정해지며 유해 요인 수치가 기준치에 도달하고 기준치 아래에서 유지된다. 반면 제연설비가 설치된 경우, 10~15초 사이에 수치가 감소하지만 설치하지 않은 경우보다 수치 낙폭이 작고, 기준치 상부에서 모든 승객이 탈출하는 시간까 지 유지하므로 탈출 시 승객의 안전성이 개선됨을 확인할 수 있다.
4. 결 론
다수 인원이 이용하는 선박의 거주 구역에서 화재 발생 시, 연소생성물에 의한 승객의 시야 제한 및 산소농도 감소로 위험성이 증가한다. 본 연구에서는 승객의 피난 안전성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선박의 거주 구역을 FDS를 이용해 모델링하였다. 화재 및 탈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여 화재 발생 위치에 따른 유해 요인의 기준치 도달 여부, 시간, 평균 수치 및 탈출 시간의 변화 원인을 분석하고, 승객의 피난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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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거주 구역의 화재 시 제연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 탈출 시간은 화재 발생 위치에 따라 64.3~89.3초이며 탈출 과정에서 사용되는 복도의 가시거리 및 산소농도 평균 수치가 10~20초 사이에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였다. 모든 승객이 탈출하기 이전에 탈출로의 안전 기준치가 초과하기 때문에 피난 안전성이 낮을 것으로 평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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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안전성 향상을 위해 선박 거주 구역 화재 모델에 제연설비를 설치한 경우, 복도의 평균 가시거리가 선수 측 화재 시 최소 14.9m, 우현 측 화재 시 최대 22.0m로 증가하고 평균 산소농도가 좌현 측 화재 시 최소 17.3%, 우현 측 화재 시 최대 19.2%로 증가하였다. 또한 복도에서 측정되는 가시거리 및 산소농도의 평균 수치가 승객의 탈출 시간 이전에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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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로의 평균 가시거리 증가로 인해 승객의 보행속도가 감소하지 않고, 병목현상 등 탈출 시간지연 요소가 개선된다. 이로 인해 승객의 탈출 시간도 선수 측 화재 시 최소 0.8초, 좌현 측 화재 시 최대 8.3초가 단축되어 탈출 시간 개선에 따라 피난 안전성이 향상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를 통해 승객의 탈출 시간이 빨라지고 탈출 과정에서 유해 요인에 노출되는 상황이 감소하므로, 화재 발생 상황에서 제연설비의 설치를 통해 탈출 시 승객의 안전성이 더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델 형상, 가연물의 종류 및 양, 화재 발생 위치, 보행속도 등 추가적인 변수에 의해 시뮬레이션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에, 상기 변수에도 최소한의 안전성 이상이 유지될 수 있는 화재 공간의 제연 효율 개선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