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실습선과 같은 승선 인원이 많은 선박의 경우, 가스누출, 화재 및 폭발 등의 사고가 대형 인명 피해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대형 인명사고를 막기 위하여 Internaional Maritime Organization(IMO)는 모든 선원에 대해 소화 및 퇴선 훈련을 매월 1회 이상 참석해야 하고 총선원의 25%를 초과하는 인원이 교대된 경우, 출항 24시간 안에 소화 및 퇴선 훈련을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IMO, 1991),(Kim. et al., 2022). 또한, 국내 규정의 경우 해양수산부는 2014년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되는 사건을 기점으로 선상 안전에 대한 법과 제도를 강화해 왔다(Chong, 2022).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박에서의 인명피해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해양안전심판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간 해양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로 국내에서 사망한 사람이 253명, 실종된 사람이 92명, 부상당한 사람이 1132명으로 기록되었다 (Korean Maritime Safety Tribunal, 2024).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많은 해양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012년 이탈리아 해안에 좌초된 유람선 Costa Concordia는 32명의 사망자를 낳았으며(ABCnews, 2014), 2003년 미국 마이애미 주에서 정박 중에 발생한 Norwegian Cruise Line's SS Norway의 폭발사고로 인하여 2,100명의 여객이 급히 퇴선 하였고 4명의 선원이 사망하였다(CBSnews, 2003). 선박은 정박 중이 아니라면 선박자체 자원 이외에 추가적인 지원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위험성이 급격히 상승하며 인명 피해의 범위도 그에 따라 상승한다. 따라서 이러한 제한된 환경에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연구들이 수행되어 왔다.
Zhang et al.(2020)은 선박에서 연기로 인해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았을 때를 가정하여 대피자의 탈출시간과 행동 양상에 대한 실험을 수행하였으며, IMO 기준에 대한 검증 및 가시성과 대피속도의 관계에 대해 제시하였다. Kim et al.(2021)은 LNG 연료 선박에서 대형 화재와 누출이 발생한 경우를 가정하고 대피자 각각의 Fractal effective dose에 따라 피난에 적합한 CFD model을 선정하였다. 또한 Li et al.(2019) 는 genetic algorithm을 통하여 인구 혼잡도를 계산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군중 대피 시설의 level of service를 측정하였다.
이렇듯 해상에서의 안전 보장과 피난 및 퇴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지만, 선박에서 매월 수행하는 훈련 시나리오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가 부족한 것이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정성적 위험성 평가를 통하여 선내 화재 위험성이 높은 구역을 선정한 뒤 이를 기반으로 피난 시뮬레이션 상용 프로그램 Pathfinder(ver. 2022.3.1207)를 활용하여 다양한 훈련 시나리오를 제안하고 각 시나리오에 따른 피난 양상의 차이점을 분석하였다.
2. 모델링과 변수
2.1 수학적 모델
Pathfinder는 각 대피자의 경로를 탐색하기 위한 방법으로 A* algorithm을 수학적 모델로서 채택하여 개발되었으며, 출발지점에서 목적 지점까지의 최적 경로를 찾는데 식(1)의 Heuristic function을 사용한다(Fruin, 1970).
여기서 f(n)은 node의 종합 비용을 나타내며, g(n)은 출발 node에서 현재 node까지의 실제 비용을 나타낸다. 또한, h(n) 은 현재 node에서 목적지까지의 예상 비용을 나타내는 Heuristic function의 값이다. A* algorithm은 비용 함수를 사용하여 각 node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가장 낮은 종합 비용을 갖는 node를 선택하여 최단거리를 예측한다. Pathfinder는 이러한 기능을 활용하여 Fig. 2와 같이 삼각형의 탐색 mesh를 형성하고 비용이 낮은 node를 선정한 뒤 높은 비용의 node는 제거하여 경로를 형성한다(Thunderhead Engineering, 2020).
최단거리 탈출구를 선정하기 위한 Heuristic function으로 식 (2) - (6)을 적용하였으며, 여기서 tlt 는 현재 구역의 이동시간, tq는 현재 구역의 대기시간, tgt 는 목표물까지의 전체 이동시간, dt 는 구역 내 이동거리, klt 는 구역 내 이동시간 factor, kq는 구역 내 지연시간 factor, kgt는 목표물까지 전체 이동시간에 대한 factor를 나타내며, p는 탈출구 선호도로서 목표물을 자주 변경하는 것을 방지하고, kdd는 해당 구역에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증가하는 factor이고 kqh 는 가장 최근 선정한 탈출구의 경우 1.0-p로 그 외의 모든 목표의 경우 1.0으로 설정된다.
2.2 시뮬레이션 변수
2.2.1 실습선
사고 가정 선박으로 목포해양대학교의 실습선 세계로호를 선정하였다. 세계로호는 2018년 건조된 승선실습 교육을 위한 특수 목적의 선박으로 디젤기관이 탑재되어 있으며, 전장이 133m, 폭이 19.4m, 깊이가 11.05m로 239명의 총정원을 수용할 수 있도록 건조되었다(National Mokpo Maritime University, 2024). 총정원을 수용하기 위하여 cabin이 많고 수업을 위한 강의 구역, 기관 및 항해 구역, 식사구역, 휴식 구역 등 다양한 공간이 있어 사고 발생 시 해당되는 시나리오가 다양할 것으로 판단된다.
2.2.2 3D 모델링
피난 시뮬레이션을 위하여 세계로호의 general arrangement 도면을 토대로 Fig. 1과 같이 기관실인 bottom deck에서 bridge까지 3D modeling을 수행하였다. 모델링 된 각 데크에는 실제 실습선에 배치된 의자, 책상, 침대, 옷장 등 대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물과 유사한 장애물을 배치하였다.
2.2.3 승객
대피자는 2023년 기준의 승선 인원에 맞추어 Table 1과 같이 총원 197명 중 남성 교직원 31명, 남학생 135명, 여학생 31명으로 가정하여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였으며 운항에 필요한 최소인원은 제외하였다. 대피자 간의 간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깨너비와 키는 실제 학생들의 수치 평균값을 적용하였으며, 각 평균값은 남자 신장 173cm, 어깨 48cm, 여자 신장 165cm, 어깨 40cm로 계산되었다.
사고 시 인원 배치 시나리오는 세계로호 학생들의 생활 패턴을 반영하여 개인 cabin 및 편의시설에서 휴식 중인 경우(S1), 개인 cabin에서 모든 인원이 취침 중인 경우(S2) 그리고 식사 중인 경우(S3)와 수업 중인 경우(S4)로 가정하였으며 각 시나리오에 따른 deck의 배치 인원은 Table 2와 같다.
대피 속도는 Table 3과 같이 IMO에서 규정하는 crew의 대피 속도 중 평지에서 최저 기준인 남자 1.11m/s, 여자 0.93m/s 를 적용하고 계단에서 내려가고 올라갈 때 마찬가지로 가장 늦은 속도를 적용하여 대피에 소요되는 최대 시간을 예측하고자 하였다(IMO, 2016).
2.2.4 인지지연시간
각 시나리오 상황에 따라서 대피자가 사고를 인지하고 반응하는 시간이 달라지게 되며 Table 4는 반응시간에 대한 Society of Fire Protection Engineers hand book(SFPE, 2002) 기준을 나타낸다. 실습선의 경우 모든 crew가 잘 훈련되어 있으며 사고를 알릴 수 있는 방송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W1 그룹에 해당되고 잠을 자고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따라 1분 이하 혹은 2분 이하의 반응 속도를 적용하였다. 따라서 crew가 휴식 중인 시나리오(S1)와 취침 중인 시나리오(S2)는 인지시간의 최대인 2분으로 가정하였으며 그 외의 시나리오(S3, S4)에서는 1분으로 인지시간을 설정하여 피난 최대시간을 도출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였다.
2.3 정성적 위험성평가
설계 단계에서 수행될 수 있는 정성적 위험성 평가는 Hazard and Operability Analysis(HAZOP), 사고예상질문분석 (What-if), Failure Mode and Effect Analysis(FEMA) 그리고 Preliminary Hazard Analysis(PHA) 기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Lim et al., 2023). 그중 PHA 기법은 일반적으로 타 위험성 평가 수행의 전 단계에서 진행되는 기초적 정성평가 기법으로서 위험요소로부터 발생하는 사고로 인한 결과를 파악하고 분석하는데 효과적이다(Yan and Xu 2019).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general arrangement drawing을 토대로 정성평가를 수행하기 위해서 해당 선박의 승선 경력이 있는 학생, 해기사, 해양안전 분야 전문가 및 공정설계 전문가 등의 자문을 구하였다. 또한 구성원이 개념적 및 경험적 접근에 따라 위험성을 측정할 수 있도록 PHA를 채택하였으며, 주간과 야간을 가정하여 각 deck 별 화재의 위험성과 가장 위험성이 높은 deck에서 위험성이 높은 구역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하였다.
Table 5 - 7은 정성적 위험성 평가의 평가 기준을 나타낸다. Table 5는 위험도 평가 metrix의 세로 축의 기준이 되며 산업현장에서 해당 사고가 일어날 예상 발생 빈도를 의미한다. Table 6는 metrix의 가로축 기준으로서 사고 발생 시 피해자의 최대 피해 심각도를 나타낸다. 이러한 기준을 통해 Table 7과 같이 위험성 metrix를 선정하였으며 L Level은 저위험성, M Level은 중위험성, H Level은 고위험성를 의미한다(ISO 17776, 2016;Lim et al., 2023).
3. 결과 및 토론
3.1 화재발생 구역
정성적 위험성평가 PHA 기법을 통해서 화재에 따른 위험성이 높은 구역을 분석한 결과, Table 8과 같이 주간에 가장 화재 발생빈도가 높은 deck는 upper deck가 31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그다음으로 main deck 및 2nd deck가 22점으로 같은 점수를 기록하며 두 번째로 위험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간 동안에 cabin에 있는 학생보다 강의실 및 실습구역에 학생들이 밀집되어 체류할 가능성이 높고 galley의 화재 발생빈도가 높아 위험요소 발연 시 많은 학생들에게 화재의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upper deck가 가장 높은 위험 점수를 나타내었다.
야간에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main deck가 34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나타내었으며, 31점으로 upper deck가 두 번째, 28점으로 2nd deck가 세 번째로 높은 위험성을 보였다. main deck와 2nd deck는 주간에 비해 위험성이 상승하였는데 이는 휴식 및 취침 시 대부분의 학생들이 개인 cabin에 체류하고 그에 따라 해당 deck에 사고빈도와 사고 발생 시 심각도가 상승한 결과로 보인다. 따라서 시나리오 설정 시 이를 반영하여 주간에는 upper deck의 galley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를 가정하고 야간에는 main deck의 학생 cabin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가정한 뒤 피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였다.
3.2 대피시간
Fig. 3과 Table 9는 각 deck의 시나리오 별 탈출시간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나타낸다. 각 시나리오에 따라 최종 인원이 피난할 수 있는 시간이 상이하였으며 야간을 가정한 시나리오 1과 시나리오 2는 각 415초, 424초로 최종 탈출시 간이 9초 차이로 유사하였고, 주간 동안 식사 중인 시나리오 3은 최종 탈출 시간이 501초, 같은 시간 동안 수업 중인 시나리오 4는 365초로 나타났다. 시나리오 3의 경우 시나리오 1과 2보다 지연시간이 1분 짧음에도 불구하고 탈출시간이 가장 길게 예측되었는데 이는 식사 중에는 대부분의 인원이 식당에 밀집해 있고 이에 따라서 특정 탈출구로 인구가 밀집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였다.
또한 Fig. 3의 (b), (c), (d)에 일정 시간 동안 각 deck에 체류하는 인원이 일정하거나 상승하는 구간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구간은 유입되는 인구와 대피하는 인구가 같거나 혹은 유입 인원이 더 많은 것을 나타내며 해당 구간에 정체되는 출구가 있음을 나타낸다. 2nd deck의 경우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데 이는 bottom deck에서 유입되는 피난자의 수가 현저히 적기 때문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3.3 인구밀도
Fig. 4는 시나리오 별 선박의 모든 탈출구에 대한 인구밀도를 나타낸다. 야간을 가정한 시나리오 1과 2는 Door ID 10이 눈에 띄게 가장 높은 인구밀도를 나타냈고, ID 3과 18이 그다음으로 높은 인구밀도를 보였다. ID 10는 main deck, ID 3은 2nd deck, ID 18은 upper deck에 위치하는 탈출구로서 특히 ID 10은 1.4pers/m^2 이상의 밀도가 예측되었다. Fig. 4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ID 10의 탈출구는 대피자가 취침 혹은 생활하고 있는 cabin과 가깝기 때문에 다른 탈출구와 비교했을 때 그 밀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활동시간을 가정한 시나리오 3과 4에서는 다른 탈출구가 0.8pers.m^2 이하로 현저히 낮은 인구밀도를 보였고, door ID 10이 최대 2.2pers/m^2를 나타내며 가장 높은 인구밀도를 보였다. 세계로호는 학생들의 식사 구역이 강의 구역과 일치하기 때문에 시나리오 3과 4가 유사한 결과를 나타 낸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Fig. 5의 인구 밀도 분포가 강의실 및 식사구역과 가장 가까운 탈출구인 ID 9에서 높은 인구밀도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가정한 조건 하에서 최단거리로 피난자가 탈출하고자 할 때 국부적으로 인구 밀도가 상승하는 구역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4. 결 론
본 연구는 국립목포해양대학교 실습선인 세계로호를 모델링하여 화재 예상 발생 위치를 도출하기 위한 정성적 위험성 평가 PHA를 수행하였다. 정성평가의 결과를 토대로 대피자의 위치 및 사고 발생 시간 별 시나리오를 설정하여 훈련 수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시간에 따른 각 deck의 인구 변화와 탈출구의 인구밀도 변화를 시뮬레이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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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성적 위험성 평가 결과, 주간에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 가장 위험한 deck는 upper deck, main deck, 2nd deck, shelter deck, bottom deck, boat deck, bridge 순으로 나타났으며 upper deck에 위치한 galley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빈도가 가장 높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야간에 대피할 경우 대피자의 위치가 cabin에 밀집되기 때문에 위험성은 main deck, upper deck, 2nd deck, shelter deck, bottom deck, boat deck, bridge로 점차 낮아짐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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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나리오에 따른 각 deck 별 피난 시간을 통해서 마지막 대피자가 탈출하는 시간이 식사 중인 시나리오(S3)에서 지연시간이 1분 짧음에도 불구하고 식당에 밀집된 인구 분포에 의해 501초로 가장 길게 예측되었으며, 대피인구가 정체되는 구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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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체 구간을 확인하기 위하여 탈출구에 ID를 부여하고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모든 시나리오에서 door ID 10 탈출구에서 1.4pers/m^2 이상의 인구 밀도가 예측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해당 탈출구가 가정 조건하에 인구분포가 많은 지역이며, 인접한 탈출구에서 지속적으로 탈출 인구가 유입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피자가 어떤 양상으로 분포하고 있는지가 총 대피시간 및 혼잡도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 결과는 실습선 선체 구조 설계 단계에서 대피안 전성을 도모하고 퇴선 훈련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 자료로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며 향후 다양한 수학적 모델과 실험을 통한 연구의 다각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