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항공기 운항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항공안전 의무 및 자율보고제도를 도입하여 사고 예방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처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Shin, 2016).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항공에 관련된 기관에서는 사고에 관한 자료를 다양하게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분류기준이 상이하게 나타나는 문제가 발생하여 CICTT(CAST-ICAO Common Taxonomy Team)를 통해 다양한 표준을 제정하게 되었다(Choi et al., 2013).
CICTT는 사고 발생유형을 34개로 범주로 분류하였으며 그 중 하나가 연료관련 결함이다. 연료 결함은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동력 장치가 연료 고갈, 연료 부족 및 연료관리 실패, 연료 오염, 잘못된 연료 주입, 기화기 또는 흡기 계통의 결빙 등으로 출력이 감소하거나 출력이 나오지 않는 사건이 발생한 경우로 정의할 수 있다(Shin, 2016).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 항공기 사망사고 발생유형에서도 연료 결함은 34개 범주 중 상위 13위를 차지할 만큼 사고원인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Choi et al., 2013).
국내에서도 항공기 연료로 사용되는 항공유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논의가 이뤄졌으나 2022년까지 국내에서 생산·유통되는 수송 연료 중 항공유는 품질 검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규칙」을 2023년 3월 개정하며 품질검사 대상에 항공유를 추가하였으며 「석유제품의 품질기준과 검사방법 및 검사수수료에 관한 고시」에 품질검사 기준을 명시하였다.
항공유(Jet A-1)는 등유(Kerosene)를 기반으로 다양한 첨가제(산화 방지제, 부식 방지제, 빙결 방지제, 정전기 방지제, 윤활성 향상제)를 추가하여 만들어지며 성분은 75-85% 파라핀계와 아로마계 성분으로 구성된다(Baek et al., 2018). 이에 항공유는 고공의 저온·저압에서도 결빙되지 않고 증발성이 좋아 기포를 형성하므로 증기폐쇄 현상을 일으키지 않고 연소량과 발열량이 좋은 것이 장점이다(Kim, 1997). 하지만 이런 고품질의 항공유도 유통과정, 보관방법 및 보관기간에 따른 영향이 발생될 수 있다(Maloney et al., 2019). 빗물 유입, 탱크나 운송차량의 청소 작업, 습한 공기의 응축, 저온에서 용해된 물의 침전이 발생될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 (Baena-Zambrana et al., 2013). 이러한 수분과 오염물질에 의해 항공기 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인명구조·수색 등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해양경찰, 군, 소방 등의 항공기에서 여러 요인들에 의해 수분과 오염물질의 혼입은 더욱 문제가 되며 항공기 작동에 직접 또는 간접적인 영향을 미쳐 비행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항공유의 품질관리의 중요성을 확인하기 위해 항공유를 채취하여 보관기간에 따른 품질을 확인하였다. 또한 현재 항공유 품질관리를 대한 실태와 국내 법령 및 국내외 표준을 비교 분석하여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2. 실 험
2.1 시험방법
항공유 시료는 해양경찰청 항공대의 항공유 저장탱크에서 채취하였다. 금속캔에 채취한 시료는 실온의 냉암소에서 6개월 동안 보관하였으며 미국재료시험협회(American Society for Testing and Materials, ASTM) ASTM D1655와 유럽 중심의 영국표준(Defence Standard, DEF STAN) DEF STAN 91-091의 시험방법에 따라 수분 분리지수, 인화점, 밀도 등 9개 항목을 측정하였다..
2.2 시험항목
2.2.1 수분 분리지수(Water separation)
STANHOPE-SETA의 SA9000-0을 이용하여 항공유가 수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방출하는지 측정하였으며 항공기에서는 주유 전 여러 단계의 필터를 거쳐 수분을 제거한다 (Kim et al., 2016).
2.2.2 입자분포(Particle counts)
STANHOPE-SETA의 SA1100-0을 이용하여 항공유 내 입자 크기별 분포도를 측정하였으며 항공유 오염도 수준을 결정 한다(DEF STAN 91-091, 2019;Dickerson et al., 2014).
2.2.3 외관검사(Visual appearance)
수분, 부유물 및 침전물 등의 발생유무를 시각으로 확인하는 정성적인 평가로 오염도를 평가하는 지표이다(Kim et al., 2016).
2.2.4 황 함량(Sulfur contents)
HORIBA의 SLFA-2800을 이용하여 측정하였으며 황산화물(SOx)은 터빈 금속부의 부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내벽의 주성분인 구리(Cu)와 반응하여 침착물을 생성하는 코킹 현상을 발생시킨다(Doe et al., 2018).
2.2.5 증류성상(Distillation)
PAC의 OPTIDIST를 이용하여 비점 범위를 측정하였으며 연료의 휘발성과 오염도 수준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다 (Naqvi et al., 2023). 유출온도 10%는 초기의 시동성과 연관되며 90%는 연소에 의한 발열량과 연료 소비량에 영향을 미친다. 종말점은 증발하기 어려운 고비점 유분과 관련이 있다 (Doe et al., 2018).
2.2.6 인화점(Flash point)
TANAKA의 APM-7을 이용하여 측정하였으며 항공유의 취급 및 저장성과 관련된 항목으로 휘발성 및 연소성에 영향을 미치며 화재 위험성을 나타내는 지표이다(Doe et al., 2018;Edwards, 2017).
2.2.7 밀도(Density)
KEM의 DA-640B를 이용하여 측정하였으며 밀도 변화는 연료 충전 무게와 충전 가능량을 결정하는 인자이다(Doe et al., 2018).
2.2.8 동판부식(Copper strip)
SCAVINI의 AD0130-300을 이용하여 산화에 의해 부식성 산이 생성되어 동 재질의 금속 표면을 부식시키게 되는데 이를 평가하는 척도이다(Kim et al., 2016).
2.2.9 전기전도도(Electrical conductivity)
EMCEE의 1152를 이용하여 측정하였으며 정전기의 발생과 소멸은 항공유 취급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ASTM D-1655 22a, 2022).
3. 결과 및 고찰
3.1 항공기 사고사례
항공유는 수분, 입자, 미생물 등에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오염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항공기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Table 1에 항공유 오염 중 주요 요인인 수분으로 인한 사고 사례를 정리하였다.
3.2 해양경찰 항공유 관리 문제점
항공유로 인한 항공기 사고는 수분의 유입과 오염물질로 인한 연료필터의 폐쇄현상 및 연료 공급의 불안정에서 기인하며 대부분 항공유의 보관방법에 영향을 받는다. 해외에서도 항공유의 오염물질로 인한 항공기 사고 우려로 관리 방법에 대한 매뉴얼이 많이 보급되어 있다. 연료유 공급 전후의 연료 저장탱크에서의 검사는 필수적으로 보고 있으며 수분, 색, 퇴적물 등의 검사항목이 표기되어 있다. 그 외에도 연료유 분석의 필요성, 전문 시험인력의 필요성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 2012;United states department of the interior, 1849).
해양경찰은 원거리 도서지역과 해상에서 장시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대형함정에 항공유를 상시 보관하고 있다. 함정에 보관된 항공유는 저장탱크의 부식, 기관실의 내외부 온도 차이에 의한 환경요인 등 여러 변수에 의해 수분과 오염물질 등의 유입이 발생될 수 있으며 선박에서 항공기로 항공유 급유 중 오염물질 유입 가능성이 있다. 또한 선박에서의 해상급유는 육상급유에 비해 수요가 적어 치환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장기간 보관될 확률이 높다.
3.3 항공유 물성변화 실험
항공유의 보관방법과 기간에 따라 품질저하 현상이 발생 할 수 있어 장기보관 된 항공유에 대하여 증류성상, 인화점 등 9개 항목을 측정하였다. 시료는 해양경찰청 항공대에서 2023년 4월에 금속제 캔에서 채취한 시료로 해양경찰 대형 함정의 경우 소진되지 않은 항공유의 치환주기가 6개월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실험조건을 설정하였다. Sample 1은 2023년 4월 시료 채취 당일에 측정하였으며, Sample 2는 2023년 7 월, Sample 3은 2023년 10월에 측정하였다. 결과는 Table 2에 나타난 것과 같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인화점을 제외한 항목에서 미세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나 6개월 전과 후의 측정값에 큰 차이 없이 재현성 이내로 품질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유사한 연구 결과가 한국석유관리원에서 보고되었다. 가압탱크에 장기간 보관 중인 항공유의 주기적 분석을 통해 물성변화를 확인하였다. 그 결과 증류성상, 전산값의 변화는 거의 확인되지 않았고, 밀도, 인화점, 어는점, 동점도, 방향족 탄화수소 등은 미세한 변화는 있었지만 재현성 이내로 나타났다(Jeon et al., 2021). 또 다른 실험은 1년 동안 분기별 보관 중인 항공유에 대하여 6개 항목(방향족 탄화수소, 황함량, 증류성상, 인화점, 밀도, 석출점)에 대한 물성 변화를 확인한 결과, 모든 항목이 품질기준에 부합하였으며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Doe et al., 2018).
이처럼 안정하게 보관된 항공유는 시간이 지나도 물성의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고 본 실험 결과에서도 보관된 항공유의 품질문제는 없었다. 항공유 보관 시 여러 환경적 요인이 발생하지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보다 안정하게 연료유가 보관될 수 있을 것이다.
3.4 항공유 품질관리 제도 문제점
엄격한 품질관리를 위해 항공유의 품질기준은 대표적으로 미국의 ASTM D1655와 영국의 DEF STAN 91-091이 있으며 국가 고유 특성을 반영한 캐나다표준(Canadian General Standards Board, CGSB)과 러시아표준(Gosstandart of Russia, GOST) 등이 있다. 국내는 한국산업표준(Korean Industrial Standards, KS)의 KS M 2608과 「석유제품의 품질기준과 검사방법 및 검사수수료에 관한 고시」에 명시되어 있다.
Table 3은 품질기준에 대한 분석항목을 나타낸 것으로 국내의 법령과 표준보다 국외의 표준이 분석항목이 더 많으며 엄격히 관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국내의 민간과 정부 기관에서도 항공유를 구매 시 ASTM D1655와 DEF STAN 91-091의 품질기준을 준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의 법령과 표준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법령과 표준을 국외 표준에 준하여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획일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4. 결 론
항공유의 품질관리를 통한 항공기 안전사고 예방은 필수적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항공유의 물성변화 실험과 국내법령과 국내외 표준을 비교하였다.
항공유의 물성변화 실험결과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안정하게 장기 보관된 항공유는 모든 품질기준을 만족하는 재현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항공유를 항공기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은 상시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자체적인 수분검사와 주기적인 분석을 통한 안전성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항공기 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외부로부터 유입된 수분과 오염물질의 혼입이다. 품질기준은 유입된 수분에 대한 분석이 불가한 실정이기 때문에 용존 수분함량에 대한 품질기준의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오염물질의 경우도 영국표준에는 명시되어 있지만 미국표준에는 생략되어 있다는 점에서 두 가지 표준을 포괄하는 기준의 마련과 국내법령 및 표준의 재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추후 보관된 항공유의 수분 분리지수와 입자분포도 분석을 통한 오염도 뿐만 아니라 실제 용존 수분함량이 다른 분석항목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추가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