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제2조는 동 협약 전반에 적용되 는 책임(responsibility)에 관한 조항이다. 따라서 해양사고 발 생 원인에 대한 관련자의 책임이 어느 정도인지 질문할 때 자주 인용되는 용어가 실려 있는 조항이며 ‘선원의 상무 (ordinary practice of seaman)’, ‘태만 또는 부주의(negligence)’ 등 이 대표적인 표현이다.
선원의 상무나 부주의는 주의의무 위반과 관련이 있다. 주의의무는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제2조의 면책규정과 함 께 원인분석에 자주 언급되지만 실제 사용된 재결서를 분석 해 보면 정확한 개념으로 사용되었는지 검토가 필요한 사례 가 더러 있어 적용에 혼선을 유발하기도 한다.
일례로 “조업 중임을 표시하는 등화를 켜지 않은 어선과 일반 동력선의 충돌사고에 있어서, 일반동력선 측에서 잘 살펴보았더라면 상대선이 조업 중인 어선이라고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일반화물선 측에 선원의 상무 위반을 적용 함으로써 일 반동력선 주의의무 위반인 과실을 추정하는 경 향이 있다. 이는 등화게시 의무라는 명문 규정을 위반한 어 선에 대해서는 거의 무과실 혹은 극히 적은 과실비율만을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선의 등화게시 규 정 자체가 강행규정이 아니라 권고적 규정에 불과하다는 결 론이 도출된다고 하여도 틀리지 않다(Lim, 2020).
비록 경우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명 문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있는데 선원의 상무라는 주의의무 위반을 들어 재결하는 경우가 빈번해 진다면 항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결국 사고 재발 방지에 기여하기지 못하게 된다 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선박운용술(good seamanship)을 ‘선원도’로 해 석하면서 그 의미가 선원의 상무(ordinary practice of seaman) 와 같지만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연구도 있다(Park, 2015). 이러한 주장은 선원으로서 직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였 는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은 선원의 상무에 대한 해석이 학자에 따라 상이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사료된다.
주의의무 위반은 과실을 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주의 를 다하였는지에 대한 판단은 과실 책임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주의의무 위반은 민사법, 형사법, 행정법에서 모두 인용하고 있으나 적용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민법에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의무 또는 선관의무)’ 위반이 과실이다1). 이에 따라 위임계약에서 수임 인의 의무인 채무의 내용을 확정하고 선관주의의무를 적용 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수임인이 그 의무의 이행함에 있어 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할 경우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게 된 다(Jung and Kim, 2018).
형법에서 처벌의 원칙은 고의범을 처벌하고 과실범은 법 률에 과실범을 처벌하는 명문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처 벌한다는 것이다. 다만 명문규정 해석상 과실범도 벌할 뜻 이 명확한 경우에는 명문규정 없이도 처벌할 수 있다는 판 례도 있으나 특별한 경우로 보아야 한다(Shin, 2011).
주의의무는 행정형법을 적용하여 처벌할 때도 기준이 되 는데 고의와 과실을 구분하지 않고 모호하게 규정된 경우에 는 판례의 해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도 생긴다. 사 회의 각종 위험관리 수단으로 개별 법률을 제정할 때 위험 한 결과를 예방하겠다는 목적이 앞서서 주의의무 위반에 너 무 높은 형벌이 부과되어 있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Chung, 2018).
이상과 같이 주의의무가 민사적, 형사적, 행정적 법률에서 과실 여부, 즉 책임관계의 존부를 결정할 때 사용되고 있으 므로 이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협약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적 인 주의의무가 ‘선원의 상무’이다. 그러나 선원의 상무에 따 르지 않아 어떠한 잘못된 행위를 하였다고 한다면 그러한 잘못을 설명하는 합리적인 근거를 필요로 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잘못인지를 부연하지 않고 잘못했다 는 경우에 쓰이게 된다면 유사 사고 재발방지에 대한 기여 도 또한 높지 않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015년에 해양안전심판원에서 개최한 제12회 재결평석회 의에서 ‘정박선과 항해선간 충돌 발생 시 선원의 상무를 적 용함에 있어 그 근거를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제2조 (a)항으 로 할 것인지 해사안전법 제96조로 대체 가능한 것인지 여 부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이는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의 조 문 중에 선원의 상무라는 표현이 해사안전법에 포함되어 있 지 않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선박의 항법 해석에 있어서 권 위자인 심판관들에게도 선원의 상무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석을 통일하기 위한 시도라고 도 볼 수 있는 사례이다.
해상충돌예방규칙협약을 국내에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선 원의 상무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에 봉착하여 국내법에 포함되지 아니한 개념이기 때문에(Park, 2015), 추 후 관련법 개정 시에 이를 국내법에 포함시킴으로써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선원의 상무라는 표현의 근원인 국제 해상충돌예방규칙 제2조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이에 따라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정확한 활용을 도모하고 향후 있을 관련 법 개정 시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 하였다.
2. 조문의 분석
2.1 국제협약과 국내법규의 구성 비교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협약을 국내에 도입한 법률인 해사 안전법과 각 조문이 일대일 대응이 되지만 제2조 책임에 대 해서만 Table 1과 같이 직접 대응이 되지 않게 구성되어 있 다. 이를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선원의 상무를 의도적으로 배척하고 있으므로 조약과 국내법 규정이 충돌할 경우 기본 적으로는 국회의 의사를 존중하여 국내법이 적용되어야 한 다는 주장이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협약의 당사국이므로 해사안전법 제93조제3항에서 선원의 상무가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한다는 연구도 있다(Park, 2015).
2.2 책임 조항의 국내법으로 도입 경위
선원의 상무에 집중한 여러 연구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은 국회가 선원의 상무를 배제했다고 하기 보다는 의도적으로 포함시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보았다는 것이라는 관점 이다.
그리 주장하는 이유로써 저자는 문제가 되고 있는 해사안 전법 제96조를 입안하여 해양수산부 내부결재, 법제처 협의 를 거쳐 국회를 통과하여 공포․시행되는 전 과정에서 담당 자였기에 법제처의 해석이나 국회의 관심을 충분히 이해하 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6월 15일에 해상교통안전법이 전부개정되어 해사 안전법으로 명칭이 바뀌었다.3) 전부개정이 되는 경우는 모 든 조문에 대한 심사를 법제처와 국회로부터 다시 받게 되 기 때문에 신법을 제정하는 것과 같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해사안전법 전부개정을 위한 해양수산부 초안에는 국제해 상충돌예방규칙 제2조의 내용이 그대로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법제처 협의과정에서 선원의 상무라는 용어는 빠지 게 되었다.
법제관은 선원의 상무가 들어간 조문에 대하여 일반적인 용어가 아니므로 용어의 정의를 요청하였다. 당시에 선원의 상무란 보통의 해기능력을 갖춘 선원의 관행․지식․경험 에서 보면 당연히 하지 않으면 안 될 임무, 행동규범으로 선 원들에게는 오랜 해상생활을 통하여 이미 터득된 전통적인 관습 등으로 알려져 있었으므로(Kim, 2005), 선박 운용에 대 한 상식이나 선박을 조종하는 관습 같은 것이라고 설명하였 다.4) 그리고 선원의 상무를 적용하는데 대한 여러 학설이 존재한다는 것도 설명하였다.
법제관은 법령으로 항해 관습 등 불문항법이 포괄적으로 인정된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면 법적 안정성을5) 해친다고 보았으며, 벌칙이 필요한 조문이 아니라면 굳이 넣지 않아 도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그러나 저자는 국내법에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제2조만 제외되어 있어 항해 실무에서는 의도적으로 제외된 조문이 므로 사고가 임박한 특별한 상황에서도 국제해상충돌예방 규칙을 경직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제2조의 국내 법 규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국제해상충돌예방규 칙협약이 해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항법관계를 규정하고 있 는 것은 아니며, 특히 충돌이 임박한 상황에서는 당시 상황 에 적절한 어떠한 조치든 취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부여해 야 하므로 동 조문의 법제화를 주장하였다.
결국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제2조는 선원의 상무라는 표 현을 배제하고 ‘절박한 위험이 있는 특수한 상황’으로 도입 되었다.
법제처에서 국내법에 넣지 않는다고 하여 해당 규정을 배 척한다는 의미는 아니었으며 이미 대한민국이 비준한 국제 해상충돌예방규칙협약에서 규정하고 있으니 굳이 국내 법 률에서 규정하지 않아도 이미 적용되고 있다는 논리였음을 간과하여서는 아니 된다.
해사안전법의 전신인 해상교통안전법은 1986년 12월 31일 에 제정되었다6). 당시에도 입법 초안에는 선원의 상무가 포 함되었으나 법제처 심사과정에서 법제관은 선원의 상무와 같이 불분명한 행위개념은 규정 및 처벌이 곤란하다는 이유 로 삭제되었다. 그러나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을 우선 적용 한다는 별도의 규정이 있었으므로 선원의 상무가 적용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아니하였다 (Park, 2015).
입법 의도 등에 대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차기 개정 시에 선원의 상무라는 정의 조문을 두거나 선원의 상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해당 내용을 조문에서 그 내용을 설 명함으로써 선원의 상무라는 의미가 법률에 포함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선원의 상무가 국제해상충돌예 방규칙 제2조에서 갖는 의미를 전체 문장에서 분석적으로 살펴보아 그 의미와 적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2.3 협약 규칙 제2조 (a)항의 분석
제2조 (a)항은 ‘이 규칙의 어느 규정도 이 규칙의 이행을 태만히 한 결과 또는 선원의 통상적인 업무수행 상이나 특 수한 사정에 의하여 필요로 하는 주의를 태만히 함으로써 생긴 결과에 대하여 어떠한 선박, 선박소유자, 선장 또는 해 원의 책임을 면제하여 주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요 약하면 ‘규정이행을 태만히 하거나 주의를 다하지 않아 사 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한다’는 뜻이며 책임의 주체는 ‘선박, 선박소유자, 선장 또는 해원’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원문을 구분하여 도식화하면 Fig. 1과 같으며, 설명의 편 의상 번호를 붙였다.
첫 문장인 “Nothing in these Rules shall exonerate any vessel, or the owner, master or crew”에서 주어는 Nothing이며 술어는 exonerate이고 목적어는 vessel, owner, master, crew이다.
직역하자면 ‘어느 규정도 선박, 선박소유자, 선장 또는 해 원의 혐의를 벗겨주지 못한다.’는 뜻으로, ‘국제해상충돌예 방규칙협약의 어느 규정(Rules)도7) 이를 준수해야할 자에 대 한 면책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굳이 이렇게 면책 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이유는 면책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규정이 제(b)항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무엇으로부터 면책되지 않는지는 ‘from’ 이하에서 정하고 있는데 ‘from the consequences of neglect’이다. 태만(또는 부주 의)에 따른 결과는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으며 모두 주의의 무 위반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첫째,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협약의 규정에 따르기를(comply with these Rules) 태만히 한 결과를 말한다. 명시적 규정을 위 반한 경우이므로 선원의 상무와는 관련이 없다(Yoon, 2017). 따라서 Fig. 1의 하단 ①은 ‘규정준수의무 위반’이라 제목을 붙일 수 있다. 그리고 이후의 내용에서는 국제해상충돌예방 규칙의 명문 위반은 제외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둘째, Fig. 1의 하단 ②와 ③에서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에 명시적으로 규정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주의사항(any precaution)이든지간에 이를 태만히 한 결과를 말하며, 주의의 무 위반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주의의무를 발생시키는 주 의사항(any precaution)을 다시 두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우선, Fig. 1의 하단 ②와 같이 선원의 일상적인(또는 통상 적인) 업무(ordinary practice of seamen)를 들고 있다. 선원의 상무는 흔히 성문법규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관습적이고 불 문적(不文的)인 내용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필자는 그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본다.
어떤 특정한 사건에 관련된 선원이 내린 결정이 다른 일 반적인 선원들이 하는 선택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렇게 선택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특히 그 이유를 관습적⋅불문적 기초에서 제시하려 면 논리칙이나 경험칙으로 충분이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
‘통상적인 업무처리 방식대로 하여야 한다.’라는 말이 성 립하려면 유형 또는 무형의 통일적인 절차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절차가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이 처음으로 제정되던 과거에는 관습적이고 불문적인 내용이었을 수도 있으나 이에 한정될 수는 없다. 현대에는 오히려 국제안전 관리규약(ISM Code)이 시사 하는 바와 같이 관습적이고 불 문적인 내용은 명문 규정에 의하여 정리되었거나 보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통일적이라고 느끼기에는 부족한 규정과 규칙까지도 속속 도입되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명 시적 규정이나 규칙에서 통일적이라고 할 수 있는 통상적인 업무수행 방법을 우선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어떤 선원의 선택이 다른 선원의 선택과 통일성을 갖지 못한 것을 이유로 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그 통일성의 근원 에 대한 근거를 관습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안전항해와 관 련된 규정과 규칙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
여기서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에 명시적으로 규정한 내용 이외에도 항법이라고 할 수 있는 규정은 다수 협약에서 선 박의 안전을 위한 목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 가 있다.
해상충돌을 예방하기 위하여 제정된 각종 규정(rules)의 대 표적인 것으로 ‘선원의 훈련, 자격증명 및 당직근무의 기준 에 관한 국제협약(STCW)’8)과 국제인명안전협약(SOLAS) 제5 장 등을 들 수 있다.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제5조에서 경계 (lookout) 방식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지만 ‘선원의 훈련, 자격 증명 및 당직근무의 기준에 관한 국제협약(STCW)’에서는 더 욱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에서 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만으로 관습적⋅불문적 이유를 들기 전에 다른 협약에 존재하는 성문 규정이나 규칙(rules and regulations)을 준수하라는 뜻이 우선이라고 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이외에도 당직 구성이 나 방식 등을 정하고 있는 여러 성문 규정이 있으며, 공표된 국제협약이나 법규야 말로 일반적인 선원이라면 숙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Fig. 1의 하단 ②는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의 규정 이외의 일반적 상황의 주의의무하고 할 수 있다.
셋째, Fig. 1의 하단 ③에서 특별한 상황(special circumstances of the case)이란 위에서 적시한 상황 이외의 상황이므로 국 제해상충돌예방규칙의 규정이나 그 외의 규정에 따른 항법 이 적용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아야 한다.
일반적인 항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두 척의 선박이 일정 한 침로와 속력을 유지하며 접근하면서 상대선박의 침로와 속력을 파악하여 충돌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와, 적절한 피항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 적, 공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의 항 법은 기본적으로 항행 중인 2척의 선박을 전제로 하고 있는 바, 3척 이상의 선박이 서로 충돌의 위험성을 가지고 접근하 는 경우나 어업지도선이 불법 조업하는 어선을 단속하기 위 해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특별한 상황이라고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적용할 국제협약은 찾기 어렵다.
Fig. 1의 하단 ③은 특별한 상황의 주의의무하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협약 제2조 (a)항에 따 라 선박, 선박소유자, 선장 및 해원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책임을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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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규정을 준수 하지 아니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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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선원의 상무로서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이외에 통상 적으로 준수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태만히 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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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국제협약을 적용하면 오히려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지 는 특수한 상황에서 준수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태만히 한 경우
2.4 협약 규칙 제2조 (b)항의 분석
제2조 (b)항은 ‘이 규칙을 해석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있어 서는 항해 및 충돌상의 모든 위험과 그리고 관계 선박의 성 능의 한계에서 오는 사정도 포함하여 모든 특수한 사정에 대하여 합당한 주의를 하여야 하고, 그러한 위험이나 특수 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절박한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이 규 칙에 따르지 아니할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b)항의 주어는 ‘due regard’9)이므로 물주구문이다. 실질적 주어는 (a)항에서 언급한 ‘any vessel, or the owner, master or crew’이며, 이들이 주의(regard)를10) 하는 주체이다.
주의해야 할 대상으로는 위험(danger)을 들고 있으며, 위험 의 정도를 표시하는 ‘Risk’라는 용어가 아닌 현실화된 위험 을 뜻하는 ‘Danger’를 쓰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제7조에서 충돌의 위험성(Risk of collision)에 관한 조문을 두고 있는데, 충돌의 위험성(Risk)과 충돌의 위험(Danger of collision)은 유사하지만 구분되는 개념 이다. 위험성(Risk)11)은 확률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어서 위험 도가 낮다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며, 위험도가 높다면 사고로 이어질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위험도 (Risk) 중에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경우만을 위험 (Danger)12)하다고 표현한다.13)
위험(danger)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합당한 주의 (due regard)를 기울여야 하는데 그 위험을 Fig. 2와 같이 구분 하고 있다.
첫째, 항해와 충돌의 위험에 상응하는 합당한 주의(due regard)란 Fig. 2의 ①과 같이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또는 그 외 규정에서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항해하여야 하는지, 어떻 게 충돌을 피하여야 하는지 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규 정에 대해 유념(due regard)하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로, Fig. 2의 ②와 같이 어떤 특별한 상황(any special circumstances)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합당한 주의(due regard) 를 하라는 것을 전단과 구분하여 따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부가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제2조 (a)항에서 사 용한 특별한 상황과 같은 표현이 나타난다. 다만 (a)항의 특 별한 상황은 어떤 사건의 특별한 상황(special circumstances of the case)이며, 같은 조 (b)항의 특별한 상황은 (a)항의 특 별한 상황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특별한 상황(any special circumstances)으로서 ‘관련 선박의 조종성능(including limitation of the vessels)’과 같은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
당시의 특별한 상황에 상응하는 합당한 주의를 기울여 살 핀 결과 이후를 나타내는 ‘which’ 이하를 직역하면 ‘절박한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필요하다면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의 규정(Rules)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급하 면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적절하지 않은 해석이라 할 수 없다.
절박한 위험(immediate danger)이란, 본 규정이 충돌방지 규 정이므로 충돌이나 좌초로 이어지는 시간적으로 긴박한 상 황이라고 할 수 있다. 충돌이나 좌초를 피하기 위한 가장 적 절한 방법은 절박한 위험에 직면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에 따라 사전에 조치를 취했어야 하 지만 이미 적용시기를 놓쳤다면 실기한 규정(these Rules)에 연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상황을 모면하라는 규정으로 보 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에서는 지켜야할 규정이 없거나 지키 면 오히려 사고가 나는 개별적인 경우라고 보아야 한다. 그 렇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가장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그 조치로 인한 책임은 주의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며, 다른 표현으로는 면책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하였으나 면책을 주장하려면 규정에 따른 사전조치를 하기 어려웠던 불의의 상황이어야 하고, 그러한 절박한 위험에서도 주의를 다하였다는 입증을 필요 로 한다.
2.5 협약 규칙 제2조 (a)항과 (b)항의 차이 분석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은 충돌이나 좌초 등 선박이 해저 등 어떠한 것과도 부딪히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을 가진 규 정임을 상기하면서 제2조 각 항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제2조 (a)항에서는 특수한 상황(special circumstances of the case)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한(neglect of any precaution) 경우 그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b)항에서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국제해상충돌예방 규칙의 규정에서 벗어난 조치를 취해도 책임을 면할 수 있 다. 다만 (b)항에 따른 면책을 주장하려면 당시의 ①상황이 특별해야 하고(the circumstance be special), ②위험이 절박해야 한다(the danger be immediate)는 조건에 부합하다는 사실을 입 증하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협약 제2조 (b)항에 의 거하여 선박, 선박소유자, 선장 및 해원이 취한 조치에 대해 서는 주의의무 위반 책임을 묻지 아니할 수 있는데 절박한 위험이 있는 특수한 상황의 경우이다. 따라서 (b)항의 절박 한 위험이 있는 특수한 상황은 일반적인 항행 상황으로 규 정될 수 없는 경우 또는 사전에 대비할 수 없는 경우에 한정 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제2조 책임 규정에서 책임의 근원과 면책 조건을 도식화 하면 Fig. 3과 같다(Kim and Jung, 2020).
결론적으로, 사고 책임은 아래와 같은 세 가지 경우에 발생하며, 면책은 네 번째 경우에 주장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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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규칙을 준수하지 아니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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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선원의 상무로서 준수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태만히 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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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특수한 상황에서 준수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태만히 한 경우에 발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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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절박한 위험이 있는 특수한 상황의 경우에는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에 대해서는 선박, 선박소유자, 선장 및 해원이 취한 조치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아니한다.
3. 주의의무
3.1 과실과 주의의무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은 선박, 부유물, 해저 등 어떤 것과 도 충돌을 하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따라서 충 돌이나 좌초가 발생한다면 상황을 불문하고 항법을 위반한 것으로 추정된다(Kim and Jung, 2020).14)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제2조는 ‘태만히 한 결과에 대한 책임’ 규정하고 있다. 원문은 ‘Consequences of any neglect’이 며, neglect는 ‘과실’ 또는 ‘부주의’를 뜻하는 법률용어인 negligence와 같이 쓸 수 있다.15) 따라서 원문을 번역할 때 ‘태만히 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과실로 인한 결과에 대한 책임’ 또는 ‘부주의로 인한 결과에 대한 책임’이라고 해도 같은 번역이다.
과실은 어떠한 사정이 있을 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일을 하지 아니하였거나, 하 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을 한 경우를 말하며 그 작위 (作爲) 또는 부작위(不作爲)를 과실이라 한다. 법률 용어로는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제2조에서 법령위반을 제외한 규정은 주의의무 위반에 관한 내용이다.
과실은 민사법과 형사법에서 일정한 법률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선원의 상무’를 위반한 결과는 곧 주의의무 위반이 라는 과실이므로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3.2 법적 책임의 범위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제2조에서 법적 책임의 범위를 주 로 해기면허 정지 등과 같은 행정법적 책임으로 한정하여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에 손해배상 등 민사법적 책임과 책 임자 인신구속과 같은 형벌을 부과하는 형사법적 책임을 포 괄하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Cheong, 2014).
우선,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제2조 책임이 행정법적 책임 을 뜻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으며 해양안전심판원의 재결을 통해 해기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하는 등이 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해양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므로 민사법적 책임에 관해서도 이견이 많 지 않다. 민법 제750조는 불법행위의 내용에 관한 조문이며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책임의 주체에 있어서 선박, 선장, 선박소유자 또는 해원 을 들고 있는데 이 중에 선박은 사람이 아니므로 형사법적 책임의 주체는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박이 책임 의 주체를 예시되어 있는 이유는 민사법적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미법상 대물소송제도(action in rem)16)가 해사소송절차에서 사용되므로 선박도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또한 형사법적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 문에 행정법적, 형사법적, 민사법적 책임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검토함으로써 책임의 주체, 책임의 특징, 책임발생의 요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3.3 형사법적 책임
형사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는 위법한 행위를 하여야 한다. 즉 법률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 유형과 일치하는 행위 가 있어야 한다는 ‘구성요건 해당성’이 있어야 하며, 구성요 건 해당성이 있으면 ‘위법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구성요건 에 해당하는 행위가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는 예외적으로 책임을 묻지 아니한다.
법질서 전체의 입장과 객관적으로 모순, 충돌하는 성질을 뜻하는 위법성 조각사유는 정당방위, 긴급피난, 자구행위, 피해자의 승낙, 정당행위가 있다.
마지막으로 책임조각사유가 있다면 역시 책임을 묻지 못 하는데 만 14세 미만자는 형사미성년자로 책임능력이 없으 며, 심신상실자의 경우에도 책임능력이 없는 것으로 본다. 또한 상대방으로부터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협박에 의하 여 강요된 행위 역시 책임이 조각되는 사유에 해당한다.
주의의무와 관련하여서는 형법 제14조는 과실(過失)에 대 하여 규정하고 있으며 ‘정상의 주의를 태만함으로 인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 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4 과실
단순과실, 중과실, 업무상 과실은 모두 주의의무를 태만히 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실은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어 야만 처벌이 가능하다.
법제처의 법령안 심사기준에 따르면 “과실이란 사회생활 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하거나 게을리 함으로써 구 성요건적 결과 발생을 예견하지 못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경 우를 말한다. 과실범은 고의범과 달리 부주의에 의해 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고의범보다 처벌이 가벼워야 하는 것이 원 칙이며, 특별한 규정, 즉 과실범을 처벌한다는 규정이 없으 면 처벌할 수 없다. 과실범의 처벌 규정에서는 과실을 ‘과 실’, ‘중대한 과실’, ‘업무상과실’ 등으로 구분하여 표시한다. 업무상 과실은 주의의무는 동일하지만 더 높은 예견의무가 요구되므로 책임이 가중되며, 중과실은 현저히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경우로서 극히 작은 주의만 기울였다면 결과 발생 을 방지할 수 있었던 경우의 과실을 말한다. 과실범의 법정 형은 고의범에 비하여 가볍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MOLEG, 2021a).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제2조에서 ① 국제해상충돌예방규 칙 규정 위반, ② 선원의 상무로서 주의의무 위반, ③ 위험 한 특수한 상황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할 경우에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선원의 상무나 특수한 상황에서 도 사고가 발생하면 형사상 과실범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 고 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5 법원 판례
행정법적 책임에 대한 판단은 면허를 발급한 해양수산부 와 항법 적용의 적부에 관하여 재결하는 해양안전심판원에 서 이루어진다. 해양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해기사는 면허를 발급받은 자이므로 책임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며 직무상 주 의의무를 갖는다고 보고 징계를 하게 된다.
반면에 형사법적 책임과 민사법적 책임은 주의의무를 태 만히 한 데 대하여 과실이 있었는가의 여부에 따른 문제가 발생한다.
업무상 과실을 살펴보기 위해 전문직업인 의료인을 예로 들자면, 의료인의 과실은 의료인이 마땅히 지켰어야 할 주 의의무를 위반한 경우 인정된다(Supreme, 2003;2006).
의료인의 주의의무 위반은 두 가지 경우에 인정된다. 첫 째, 의료인이 진단ㆍ검사ㆍ치료방법의 선택ㆍ치료행위ㆍ수 술 후 관리 및 지도 등 각각의 행위가 환자의 생명ㆍ신체에 위험 또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 었음에도 부주의해 그러지 못한 경우는 ‘결과예견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둘째, 여러 수단을 통한 의료행위 중 가장 적절한 방법을 택해 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피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경우는 ‘결과회피의무’를 위반 한 것이다(MOLEG, 2021b).
법원에서 사용하는 ‘주의의무’란 “어떠한 결정이 결과론 적ㆍ사후적 관점에서 최선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사고 당시 를 기준으로 전혀 합리성이 없다거나 평균인이 통상 갖추어 야 할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한 잘못이 있다고 쉽게 단정할 수 는 없다’면 면책한다.”17)는 것이다. 이는 불법어로 단속 중에 도주하던 어선에서 선장이 바다로 추락하여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유족이 국가에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가 패소가 확정될 때 주의의무 위반으로 보지 아니하는 이유로 설명한 바 있다.
해양사고와 관련한 사례로써 법원 1심은 ‘해상수색을 즉 시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였으나 2심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사고의 내용을 보도한 기사를 인용하면 “어업지도선의 감 독공무원들이 박씨에게 중대한 위험이 발생한 긴급 상황임 에도 수색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속정을 사고 현장에 서 이탈하게 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형적 익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대체로 5~8분 정도인데 박씨는 술 에 취한 상태였고 작업복과 털 장화 등 복장의 제약으로 더 단시간이었을 것이라며 단속정으로 즉시 해상수색에 착수 했더라도 생존가능 시간 내 박씨를 발견해 구조할 수 있었 다고 보기 어려워 직무상 과실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1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New1, 2021).
대법원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였는데 이유는 조금 달랐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공무원들이 박씨의 추락 위치를 몰라 사 고선박 주변에서부터 수색범위를 점차 넓혀갈 수밖에 없었 고 당시 단속정 워터제트 흡입구에 이물질이 끼어 2차 사고 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며 단속팀장은 이 같은 상황을 종 합해 제한된 인원과 장비로 무리하게 수색하기보다 본부에 단속정을 보내 지원을 요청하고 이물질을 제거한 후 수색하 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단속정을 본부에 보내지 않고 무선으로 상황을 보고하는 것 이 당시 더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결정 이 결과론적·사후적 관점에서 최선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사 고 당시를 기준으로 전혀 합리성이 없다거나 평균인이 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한 잘못이 있다고 쉽게 단 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결 이유 중 부 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 지 않은 결론은 정당하다”며 판결을 확정했다(New1, 2021).
주의의무 준수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보여준 판례로서 ‘결과예견의무’와 ‘결과회피의무’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되는 선원의 상무에 대한 적용을 엄밀 히 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양사고관련자가 자신의 조치가 환 경․선박․인명․신체 등에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살피는 ‘결과예견의무’를 다했는지 검토하여야 한다. 그리고 나쁜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당시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방 법을 선택했는지 ‘결과회피의무’를 검토하여야 한다. 다만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하여 사후적 관점에서도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적절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으며, 결과론적 관점에서 최선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사고 당시를 기준으로 전혀 합리성이 없다거나 평균적인 항해자가 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잘못이 없다면 주의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4. 결 론
선원의 상무는 ‘선박조종술(good seamanship)’과 혼동하여 사용되기도 하며, 해양사고 관련자에게 근거를 제시하지 아 니하고 책임을 물을 때 사용되기도 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따라 해양사고의 책임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국제해 상충돌예방규칙 제2조를 엄밀하게 분석한 결과, 책임의 근 원이 되는 의무 위반을 세 가지로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으 며, 면책 사유를 한 가지 들고 있다.
첫째, 해당 협약인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을 준수하여 어 떠한 물체와도 충돌을 피하여야 한다는 협약준수의무이다.
둘째,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이외의 선박의 안전을 목적 으로 제정된 STCW, SOLAS 등과 같이 선원이라면 알고 있는 항법에 준하는 내용을 준수하여 충돌을 피하여야 한다는 일 반적인 상황에서 직무상 주의의무이다.
셋째, 기존의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의 항법 및 선박안전 과 관련된 협약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특별한 상황 또는 규정대로 하는 경우에 사고를 피할 수 없는 당시 상황에 적 합한 어떠한 조치라도 취하여 충돌을 피하여야 한다는 특별 한 상황에서 직무상 주의의무이다.
해기사 면허를 가진 자가 해양사고를 야기하는 경우에는 법령을 위반하였거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 에 해당된다고 본다. 이에 따라 행정적, 민사적, 형사적 책임 에 직면하게 된다.
비록 해양사고가 발생하였으나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으 며, 주의의무 또한 다하였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상황이 특별했고(the circumstance be special), 위험이 절박했다 (the danger be immediate)는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
주의의무에 해당하는 선원의 상무를 명확히 하고자 민사 법적, 형사법적, 행정법적 의미를 살펴본 결과, 선원의 상무 에 따른 주의의무 위반의 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①국제해상 충돌예방규칙에 규정되어 있는 항법을 위반하지 않았어야 하며, ②STCW나 SOLAS 같은 다른 협약이나 법률 또는 사 규에서라도 관련된 규정이나 규칙이 존재하거나, 논리칙이 나 경험칙으로 충분이 설명될 수 있는 명백히 일반화된 항 행 관습이 있어야 한다.
끝으로, 절박한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는 선원의 상무보다 는 일반적 직무상 주의의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이 경우에는 면책이 되는지에 대한 판단도 아울러 검토하여야 하다.
다음 연구로는 사고의 원인으로 선원의 상무 위반을 언급 한 재결서를 분석하여 그러한 판단이 적절했었는지 검토함 으로써 해양사고관련자에게 주의의무를 적절한 수준에서 묻도록 유도하고, 사고원인에 대한 재결이 적절한 안전조치 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