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해양사고는 사람이 해양에서 선박을 목적에 맞도록 운항 하면서 항로, 선박, 해상상태, 운항자 등의 영역에 존재하는 위험을 인지하고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허용 리스크를 초 과하여 발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Lee, 2014), 국제사회 에서는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 를 중심으로 안전한 해상운송을 위해 다양한 해상안전대책 이 수립되어 시행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해양사고로부터 인명의 안전, 선박 및 적하의 안전 그리고 자국의 항만과 해양환경 보호를 위하여 다양한 대응방안을 모색하였는데(Chung, 2003), 그 중 하나가 항만국통제(Port State Control: PSC) 제도1)이다.
우리나라는 이 항만국통제 제도에 더하여 2014년에 해사 안전감독관(이하 ‘감독관’) 제도를 추가로 도입하였다. 이는 같은 해 4월 16일 인천을 출발하여 제주도로 향하던 청해진 해운 소속의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인근해상에서 침몰되는 해양사고가 발생하였는데, 이를 계기로 내항선 분 야에서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었기 때문 이다.
당시의 이 사고로 인해 수학여행 중인 학생을 포함한 탑 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구조되고 300여명의 인명이 안타깝게 희생되었다(Choi, 2014).
이 제도의 도입으로 탄생한 감독관은 전국의 지방해양수 산청에 배치되어 국적내항선박에 대한 정기적인 지도·감독 을 수행한다. 이들은 지도·감독 중 선박의 시설 분야에서 감 항성2)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면 이 시설의 보완이나 대체가 완료될 때까지 해당선박에 대하여 항행정 지명령을 내림으로써 해양사고 예방활동을 하고 있다.
선박의 안전과 해양환경보호를 위한 감독관에 의한 내항 선박의 지도·감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아 니할 것이다. 그러나 각 지방해양수산청의 선박에 대한 규 제의 정도는 이를 집행하는 사람에 따라 다소의 개인차가 있을 수 있으며, 집행과정에서 개인의 고의 또는 과실이 발 생할 수가 있다.
감독관에 의한 항행정지명령은 선박의 입장에서는 운항 지체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행정지명령에 대하여 이의 신청과 같은 불복의 절차를 「해사안전법」에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하여 개인의 과실 또는 고의에 의한 부당 한 항행정지처분에 대해서는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 심판 청구나 「행정소송법」에 따른 행정소송에 의하지 아 니하고는 선박소유자의 권리구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논문은 선박소유자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유사 이의신 청 제도로서 항만국통제관의 출항정지에 대한 이의신청 제 도를 고찰하여 감독관의 항행정지명령 처분에 대한 이의신 청 제도의 개선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2. 항행정지명령의 의의와 기준
2.1 항행정지명령의 의의
「해사안전법」상의 항행정지3)란 어떤 사유로 인해 당해 선박이 정상적인 항해를 하지 않도록 항만에 정박시키거나, 항만의 안벽 등 계류시설에 매어 놓은 상태에 있도록 하는 것이다(제2조 제22호). 이 법은 해양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해사안전관리의 적정한 시행여부를 확인하기 위하 여 해양수산부에 해사안전감독관을 두고(제58조 제2항), 정 기 또는 수시로 선박이나 사업장에 출입하여 관계서류를 검 사하게 하거나 해사안전관리 상태를 확인·조사 및 점검하는 지도·감독을 하도록 하고 있다(제58조 제1항).
또한 이들 감독관으로 하여금 지도·감독 결과 해양사고의 발생빈도와 경중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감 독대상인 선박의 소유자 및 그 밖의 관계인에게 ① 선박 시 설의 보완이나 대체, ② 소속임직원에 대한 교육·훈련의 실 시, ③ 소속 직원의 근무시간 등 근무환경의 개선, ④ 그 밖 에 해사안전관리에 관한 업무의 개선 등과 같은 4가지 분야 에 대하여 개선명령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제59조 제1항). 또한 이들 개선명령 중 상기 ①과 관련한 것은 이 시설의 보 완이나 대체가 완료될 때까지 선박의 항행정지를 함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제59조 제2항) 해사안전관리의 철저를 통 한 해양사고 예방활동을 하고 있다.
항행정지명령은 내항선박의 안전관리에 있어서 감독관이 행사하는 가장 강력한 규제행위의 일종이다. 이러한 항행정 지명령은 적법성의 요건이 명백하고 중대한 하자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외부에 표현함으로써 효력을 발행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를 구속한다.
따라서 선박의 소유자는 이러한 명령을 지킬 공법상의 의 무가 생기며, 항행정지명령을 내린 감독관도 이를 철회하거 나 취소하지 않는 한 이 명령에 구속된다(Park, 2007). 만약 선박의 소유자가 항행정지명령을 위반하여 임의로 출항할 경우에 해양수산부장관은 행정상 직접강제4)로 선박의 출항 을 저지하거나 출항한 선박에 대하여 벌칙을 가할 수도 있 다.5)
항행정지로 인하여 선박의 운항이 중단되면 결함에 대한 시정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운항손실이 발생하므로 선박소 유자 뿐만 아니라 선박소유자와 계약을 맺은 용선주 및 화 주 등 선박운항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사법상의 다 툼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
즉 화물운송계약은 선박의 정상적인 운항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선박의 매매계약을 체 결한 후, 선박을 인도하는 항구에서 선박의 항행이 정지되 면 선박소유자로부터 선박을 매수한 이해관계자는 선박을 바로 사용할 수가 없어 이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6) 게다가 해당선박의 선원들은 선박의 유지보수 미흡 등의 사 유로 회사로부터 책임추궁을 당할 수도 있다.7)
2.2 항행정지의 기준
감독관의 지도·감독에 의한 항행정지의 기준은 국내법인 「해사안전법」에서 선박 시설의 보완이나 대체가 필요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즉 선체, 기관, 돛대, 통신설비, 배수 설비, 조타설비, 계선설비, 양묘설비, 구명설비, 소방설비, 거 주설비, 위생설비, 항해설비, 화물의 적부설비, 하역설비, 전 기설비, 컨테이너설비, 승강설비, 냉동, 냉장설비 등에서 보 완이나 대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하 여 선박의 안전운항을 저해할 경우 항행정지가 되도록 하고 있다.
반면에 항만국통제에 의한 출항정지의 기준은 국내법적 으로는 「선박안전법」및 「해사안전법」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국제해사기구에서 일종의 지침으로서 항만국통제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국제해사기구 총회결의 (IMO Res.) A.1052(27)에서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선박안 전법」에서는 항만국통제 결과 선박의 구조·설비 및 선원의 선박에 대한 운항지식 등과 관련된 결함으로 인하여 당해 선박 및 승선자에게 현저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때(제68조 제4항)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해사안전법」은 보다 구체적으로 당해 선박의 크 기·종류·상태 및 항행기간을 고려할 때 항행을 계속하는 것 이 인명이나 재산에 위험을 불러일으키거나 해양환경 보전 에 장애를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제55조 제2항).
한편 국제해사기구 총회결의(IMO Res.) A.1052(27)에 따르 면 선박에서 식별된 결함이 출항정지 처분을 할 만큼 충분 하고 심각한지의 여부를 결정할 경우에, 항만국통제관은 선 박이 적절하고 유효한 증서를 가지고 있는지, 최소승무원정 원증서에서 요구하고 있는 선원이 승선하고 있는지의 여부 를 평가해야 한다.
또한 점검 중에 선박과 선원들이 예정된 항해와 관련하여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지, 화물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 는지, 기관실은 안전하게 운용되고 있는지, 주기관, 타기, 소 화설비, 오염방지설비 등이 적절하게 보수 및 정비되고 있 는지, 퇴선은 안전하고 신속하게 할 수 있는지, 복원성은 적 절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조난상황에서 통신설비는 적절하 게 유지되고 있는지 등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평가를 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평가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출 항정지가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항만국통제에 있어서는 국제기준 및 국내법에 서 출항정지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반면에 감독관 의 지도·감독에 있어서는 선박 시설의 보완이나 대체가 필 요한 경우로 항행정지의 기준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3. 유사 이의신청 제도
이의신청이란 위법, 부당한 행정처분이나 부작위로 인해 권리가 침해된 자가 처분한 행정청에 다시금 불복을 제기하 여 권리의 구제를 강구하는 절차이다(Park, 2014). 전통적 행 정법이론에서 행정구제의 대상은 행정행위론을 중심으로 한 권력작용만을 위주로 하였기 때문에 비권력적 행정작용 에 의한 권익침해에 대한 구제는 거의 소외받아 왔다고 해 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고,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하는 근대입헌국가에서는 개인의 권익침해에 대 한 구제수단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요청이며 실 질적 법치국가주의를 뒷받침하는데 절대적인 전제가 됨은 물론이다(Park, 2011).
따라서 개인의 권익침해가 예상되는 행정처분에 대해서 는 법률에 맞게 행해져야 할 뿐만 아니라, 부당한 행정처분 에 대해서는 권리의 구제를 위한 이의신청 제도가 필수적이 라 할 수 있다.
이 절에서는 유사 이의신청 제도로서 항만국통제관의 출 항정지에 대한 국내법적인 이의신청 제도 및 영국의 중재위 원 제도와 아시아·태평양항만국통제협력체의 출항정지재심 위원회 제도에 대하여 고찰하고 감독관의 항행정지명령 처 분에 대한 이의신청 제도의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3.1 우리나라의 이의신청 제도
우리나라는 항만국통제관이 수행한 출항정지에 대하여 「선박안전법」과 「해사안전법」에서 이의신청의 근거와 절차를 마련해 놓고 있다. 즉 「선박안전법」에서는 외국선 박의 소유자가 항만국통제 후 항만당국의 시정조치명령 또 는 출항정지명령에 대하여 불복하는 경우에는 해당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그 불복사유를 기재하여 해양수 산부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제68조 제5항), 또한 「해사안전법」에서도 외국선박 감독에 따른 출항정지명령 또는 국적선박의 특별점검 시행 시에 발견된 결함사항에 대하여 시정·보완명령이나 항행정지명령에 불 복하는 선박소유자는 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해 양수산부장관에게 이의신청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제60 조 제1항).
이와 같은 불복의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해양수산부장관 은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최대 90일 이내에 당해명령의 위법 및 부당여부를 조사한 후 그 결과를 신청인에게 통보 한다(「선박안전법」제68조 제6항 및 「해사안전법」제60 조 제2항). 이러한 불복의 처리절차에 관해서는 「선박안전 법」과 「해사안전법」에서 동일한 절차를 두고 있다.
한편 우리의 「선박안전법」과 「해사안전법」은 위에서 기술한 이의신청과는 별개로 행정청의 부당한 처분으로 인 한 권리침해 및 손해에 대하여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을 통 한 구제방법도 마련되어 있어 선박소유자의 권리구제를 강 화하고 있다. 즉 「선박안전법」은 외국선박의 소유자가 이 의신청에 대한 해양수산부장관의 조사결과에 불복하는 경 우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68조 제7항). 다만 「선박안전법」은 이 경우에도 해양수산부장관 에게 신청하는 불복에 대한 1차적인 이의신청의 절차를 거 치지 아니하고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해사안전법」은 제60조 제1항부터 제3항까 지는 「선박안전법」과 동일하게 이의신청 및 처리절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같은 법 제60조 제4항에서는 이의 신청 여부와는 관계없이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 청구 또는 「행정소송법」에 따른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 도록 하고 있다.8) 뿐만 아니라 「해사안전법」은 외국선박 및 국적선박 소유자 모두에게 행정심판의 청구나 행정소송 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청구자 또는 소송제기자의 범위를 국적선박의 소유자까지 확대하고 있다.
다만 「해사안전법」은 이의신청의 근거를 별개의 조항으 로 분리해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박안전법」에 비해 다소 체계화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동일한 의미이지만 항만국통제에 의한 출항정지의 용어 대신에 외국선박감독과 항행정지라는 용어를 새로이 사용하고 있다(Kim, 2014a).
3.2 아시아·태평양항만국통제협력체의 이의신청 제도
이사아·태평양항만국통제협력체(이하 ‘항만국통제협력체’) 의 출항정지재심위원회(Detention Review Panel: DRP) 제도는 출항정지를 명령한 국가의 항만당국이 당해선박의 관련자 로부터 1차적인 이의신청을 수용하지 아니할 경우, 이 항만 국통제협력체의 사무국을 경유하여 관련당사자 소속의 회 원국을 제외한 다른 회원국의 전문가그룹에게 2차적인 심사 를 요청하는 것이다. 즉 항만당국과 선박의 소유자라는 분 쟁당사자 간의 국내적 다툼에서 벗어나 있는 공정한 제3자 에게 재심사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항만국통제협력체의 이러한 제도는 사법절차와는 다른 형태이나 이의신청은 1차적인 구제제도, 출항정지재심위원 회 제도는 일종의 2차적 구제 제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항만국통제협력체의 「아시아지역 항만국통제에 관한 양해 각서(Memorandum of Understnading on PSC in the Asia-Pacific Region)」의 제1-1-3.15조에서는 회사 또는 회사의 대리인이 항만국의 출항정지에 대하여 출항정지재심위원회에 이의신 청(appeal)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을 천명하여 이 제도의 법 적근거를 확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항만국통제협력체의 「항만국통제 매뉴얼 (PSC Manual)」의 제3.1-8조에서는 「출항정지재심위원회지 침(Guidelines for the Detention Review Panel)」을 별도로 제정 하여 이의신청의 상세절차를 두고 있다.
결국 항만국통제협력체의 출항정지재심위원회 제도는 출 항정지와 관련하여 항만당국과 당해선박 관련자와의 분쟁9) 에 대하여 제3자인 다른 회원국으로 구성된 출항정지재심위 원회에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분쟁의 검토를 통하여 이의 신청에 대한 최종적인 결론을 도출하여 당해 항만당국에 권 고의견을 제시하는 절차이다.
위의 항만국통제 매뉴얼에 따르면, 항만당국의 출항정지 결정에 불복하는 선박의 회사, 기국, 선급은 출항정지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120일 이내에 항만국통제협력체 사무국에 전 자우편을 통하여 재심사를 신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10)
이후 사무국에서는 항만당국에 관련된 자료의 제출을 요 구하고 15일 이내에 절차 및 기술적인 측면의 적합성을 고 려하여 30일 이내에 최종요약보고서를 작성한다.
또한 이 보고서를 각 당사자 및 당사자가 속한 국가에 통 보하고 항만국통제협력체의 전 회원국에 회람시키게 된다. 검토 결과 출항정지재심위원회에서 신청자(선박 관련자) 측 의 의견을 지지하면 출항정지 처분을 한 항만당국에 재검토 를 요청하게 된다.
그러나 「항만국통제 매뉴얼」에서도 천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현재의 출항정지재심위원회 제도의 가장 큰 단점은 이 위원회의 최종결론이 구속력이 없으며(not legal binding), 민 사소송에 있어 금전보상청구의 근거로도 사용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제3.1조 제8-12항). 이와 같은 효과의 근본적인 이유 는 양해각서에 기술하고 있는 바와 같이 항만국통제협력체는 법적기속력이 없는 일종의 신사협정(gentleman’s agreement) 정 도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Lee and Lee, 2011).
3.3 영국의 이의신청 제도
영국의 항만국통제관은 위험할 정도로 안전하지 못한 선 박(dangerously unsafe ship)에 대하여 출항을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상선법(Merchant Shipping Act 1995: MS Act 1995)」 으로부터 부여받고 있다(제95조 제1항).
항만국통제관이 이러한 선박에 대하여 출항을 정지시키 고자 할 경우 그 선박의 선장에게 선박이 위험할 정도로 안 전하지 못하게 되었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하여 설명하고 출항정지 통지서를 교부하도록 하고 있다(제95조 제2항). 이 경우 당해 선박은 정당한 권한이 있는 항만당국에 의해 허 용이 될 때까지 출항이 정지되게 된다.
영국은 이와 같이 항만국통제관에 의해 선박이 출항정지 가 될 경우에 당해 선박의 선장 또는 선박의 소유자가 항만 당국의 출항정지명령에 대항할 수 있는 불복의 절차를 같은 법 제96조에서 마련하고 있다.
즉 항만당국의 출항정지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21일 이내 에 그 명령에 대하여 선박소유자 측과 항만당국 모두가 동 의한 중재위원(arbitrator)에게 재결을 요구할 수 있다. 그렇지 만 재결의 요구가 있을 때 중재위원이 그렇게 하도록 명령 하지 않는 한, 진행 중인 출항정지명령을 중지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제96조 제1항, 제2항).
한편 중재위원은 신청인의 재결요구에 대하여 재결을 할 경우 정당한 근거(valid basis)에 따라 출항정지 통지가 적절 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그 상황에 적합하게 통지서를 수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출항정지를 취소할 수도 있다 (제96조 제4항). 그리고 출항정지 통지와 관련하여 항만국통 제관의 결정에 정당한 근거가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중재위원은 출항정지의 결과로 발생한 제반 손해에 대하여 항만당국이 선박소유자에게 배상하도록 재결할 수 있다(제 97조 제1항).
영국은 이러한 중재위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사안전 분야 및 법조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자만이 중재 위원이 될 수 있도록 그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즉 선장이나 기관장으로서 적절한 자격을 보유하거나 그러한 자격과 동등한 자격의 증서를 가진 자, 조선기술자, 해사·수 산·항만 분야에서 특수한 경험을 보유한 전문경력자 또는 상당한 기간의 법조경력자(제264조 제6항)에 한해 중재위원 의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4. 이의신청 제도의 개선방안
항행정지는 선박의 운항일정에 지체를 불러오기 쉽고, 용 선계약의 해지에 의하여 선박의 소유자에게 심각한 경제적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선박의 소유자가 감독관의 부당한 항 행정지명령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 련을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를 제시하기로 한다. 한편 선박 의 소유자를 너무 두텁게 보호할 경우 지도·감독을 직접 시 행하는 감독관은 업무수행에 있어 다소 위축될 수가 있다. 이에 따라 선박소유자의 보호를 강화할 경우 감독관의 보호 조치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는 바 이에 대해서도 검토하 기로 한다.
4.1 선박소유자의 이의신청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 마련
이의신청이란 위법이나 부당한 행정작용으로 인해 권리 가 침해된 자가 그 처분을 한 행정기관에 대하여 당해 행위 의 취소를 구하는 절차임은 전술한 바 있다. 「행정심판 법」은 행정심판을 개괄적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 법에서 이의신청을 규정하지 아니하는 한 이의신청은 인정 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의신청의 대상인 처분청이 자기가 수행한 행 위에 대하여 재심사하도록 하는 일반법은 없기 때문이다 (Hong, 2014). 그러나 감독관의 지도·감독에 대한 이의신청은 관련 법규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서론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선박의 항행정지는 선박소유 자의 입장에서는 운항지체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 생할 수 있는 중대한 사항이다. 이 경우 선박의 소유자는 대 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항만국통제에 있어서 국제사회는 통상 선박의 소유자에게 이의신청의 기회를 주어 항만국통 제관의 출항정지조치가 정당했는지에 대하여 재검토를 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당한 출항정지로 인한 선박의 지체에 대해 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 다. 예컨대 해사안전 및 오염방지 협약의 대부분은 항만국 통제의 근거를 마련하면서 동시에 부당한 처분에 대한 구제 제도의 필요성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즉 「해상인명안전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Safety of Life at Sea: SOLAS)」에서는 항만국통제를 행하는 경우 선박이 부당하게 억류되거나 지체되지 아니하도록 가 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부당하게 억류 되거나 지체되는 경우에는 피해를 입은 손실 및 손상에 대 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천명하고 있다(제1장 제19-f 규칙). 또한 「해양오염방지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Prevention of Pollution Ships: MARPOL)」에서도 유사한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제7조).
이와 같이 선박의 소유자에게 이의신청의 기회를 부여하 여 행정조치의 적합성 여부를 재검토 하는 것은 사회정의에 부합될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행 정이 법과 원칙에 따라 운영되게 함으로써 행정의 일관성 확보와 행정서비스의 품질향상을 가져오게 한다(Park, 2007).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자유로운 오늘날에 있어서는 법적 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아니하면 거래의 안전을 확보할 수 가 없다. 이에 따라 주요 해운 국가인 영국에서는 앞에서 기 술한 바와 같이 부당한 항행정지에 대하여 선박소유자의 권 리보호를 보장하기 위한 공정한 절차로서 이의신청 등과 같 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선박의 안전과 해양환경 보호를 위하여 감독관에 의한 지 도·감독의 중요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도·감독에 의 한 규제의 정도는 이를 수행하는 사람에 따라 다소의 개인 차가 존재할 수 있으며, 수행과정에서 개인의 고의 또는 과 실이 발생할 수 있다. 감독관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부당한 항행정지명령은 선박의 운항일정에 지체를 불러오기 쉽고, 용선계약의 해지에 의하여 선박의 소유자에게 심각한 경제 적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관에 의한 항행정지명령에 대하 여는 이의신청과 같은 선박소유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불복 의 절차를 관련법에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감독관의 내린 항행정지명령에 대해서도 선박소 유자 등의 신속한 권리의 구제를 위하여 구체적인 절차가 포함된 이의신청의 근거를 「해사안전법」상에 마련하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4.2 항행정지재심위원회 제도의 도입
선박의 소유자는 감독관의 지도·감독에 따른 항행정지명 령이 위법하거나 부당할 경우에 대하여 해양수산부장관에 게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예컨대 행정심판의 심판청구 기간은 천재 지변 등의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행정처분이 있음을 안 날 로부터 90일 이내 또는 처분이 있었던 날로부터 180일 이내 이다(「행정심판법」제27조).
뿐만 아니라 재결이나 소송을 담당하는 심판위원이나 판 사가 선박운항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므로 재결이나 판결에 정확성과 타당성에 의문이 생길 우려가 높다. 이러한 사유 로 인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은 선박소유자에게는 실질 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측면이 많다.
따라서 감독관이 내린 항행정지명령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신속한 권리의 구제를 위하여 이의신청 절차의 구체적인 개 선방안으로서 항행정지재심위원회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즉 전술한 국제적인 재심절차인 항만국통제협력체의 출 항정지재심위원회 제도와 주요해운국인 영국의 중재위원 제도 및 우리의 내항여객선의 운항관리규정을 심사하는 운 항관리규정심사위원회와 같이 각 지방해양수산청에 독립적 인 항행정지재심위원회를 설치하는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 져야 한다.
감독관의 결정에는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포함될 수 있으 므로 다양하고 공정한 시각에서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 요가 있는 바, 이 항행정지재심위원회가 감독관이 처분한 항행정지명령의 적정성 확인을 위한 심사를 하도록 법제화 할 필요가 있다. 재심 과정에서 재심위원회는 감독관과 선 박소유자의 입장을 모두 청취한 후 항행정지명령의 타당성 에 대해 조사하고, 필요시 명령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최 종결론을 내리게 되며, 감독관은 이 의견에 따라 집행하도 록 한다.11)
이 경우 재심은 임의적 절차로 하여 추후 시법심사가 가 능하도록 하여야 하며, 만약 당사자가 재심의 판정에 승복 할 경우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제3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당사자 간의 분쟁해결에도 불구하고 문제되는 사안에 관해서는 제소권 등의 사법적인 쟁송수단을 빠뜨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즉 당사자 간의 분쟁해결은 민사소송에서의 소송상 화해 와 달리 당사자 사이에서만 합의와 모순되는 주장을 더 이 상 할 수 없는 것으로(Kim, 2001) 이해하여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 간의 합의라 하더라도 강행법규에 위반되면 그 합의 사항은 무효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이의신청의 처리에 대한 재심위원회의 공정성을 확보하 려면 재심위원회는 이를 조사 또는 판정하는 조직은 감독관 과는 전혀 별개인 다른 독립된 조직이어야 한다. 예컨대 내 항여객선의 안전관리체제인 「운항관리규정」은 선박운항 관리자, 선박검사기관의 선박검사원 등으로 구성된 독립적 인 운항관리규정심사원회가 심사를 하도록 「해운법」에서 규정하고 있다(제21조의5).12)
뿐만 아니라 재심위원은 선박 운항에 대한 지식 및 법적 지식을 갖춘 자로서 구체적인 자격을 대통령령이나 부령 등 하위규정에서 정하도록 하여 재심위원회의 신뢰성과 전문 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선박은 고도의 자본집약적 시설물로서 잠시만 운항이 지 체되어도 큰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항행정지재심위원회 에 재심을 청구할 경우에는 지도·감독의 장소가 국내의 항 만임을 고려하여 항행정지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 에 할 수 있도록13) 하되, 청구에 대한 재심위원회에 의한 심 사의 결과는 30일 이내에 통보하여 신속한 권리의 구제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14)
이는 항만국통제에 따른 출항정지명령 또는 시정보완명 령의 불복에 대한 이의신청의 결과를 90일 이내로 통보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신속한 구제절차라 할 수 있다.15) 그러나 이러한 사후적인 권리의 구제절차는 최후적 수단으 로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며(Park, 1999), 행정기관이 먼저 스스로 행정절차를 엄격히 준수하려는 자세의 정립이 매우 중요하다.
4.3 해사안전감독관 보호 제도의 근거 마련
위에서는 위법하거나 부당한 감독관의 항행정지명령에 대하여 선박소유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이의신청 제도의 개 선방안을 검토하였다. 즉 감독관의 항행정지명령에 불복하 는 선박소유자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해사안전법」상에 이의신청 제도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과 신속한 구제를 위한 이의신청의 제도의 구체적인 개선방안으로서 항행정지재심 위원회 제도의 도입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분쟁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감독관이 내 린 항행정지명령이 과연 타당한 가에 대한 가치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감독관이 항행정지명령을 내릴 경우에는 예정된 항해일정 등을 감안하여 제반 법령 및 행정규칙 등 을 참고하여 전문가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해사안전감독 관 핸드북」제4.7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관의 판단에도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가 있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선박소유자 등 이해관계 자들의 불복도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하겠다. 선박 소유자의 불복이 성공하여 감독관의 항행정지명령이 취소 되거나 부당한 지체에 따른 국가배상이 이루어지면 감독관 은 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즉 감독 관의 직무 수행 중 중대한 과실 또는 고의가 있었을 경우 직 무위반 또는 태만으로 징계처분을 받을 수 있다(「국가공무 원법」제78조).
행정적인 책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제적 손실이 큰 변상책임이다. 「국가배상법」에 의한 국가의 대위책임 후 국가의 구상권 행사에 따라 감독관에게 변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국가배상법」제2조).16) 이에 따라 경제력 이 약한 감독관은 업무 수행에 큰 부담을 안을 수 있으며, 이러한 부담은 감독관의 소극적인 업무 수행으로 연결될 수 도 있다. 그러나 「해사안전법」에서는 감독관의 경제적 보 호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감독관의 공적업무 수행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의 해소를 위해 위험분산의 방법으로 감독관의 책임을 제한하 는 제도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감독관의 책임을 제 한하는 방법으로는 「국가배상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구상권 행사에 대한 책임을 일정한도액으로 제한하 는 것이다.
선박의 크기에 따라 항행정지에 따른 선박소유자를 포함 한 이해관계자들의 손해액도 커지는 점을 감안할 때 「상 법」에 의한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제도(제769조)와 같이 선박의 총톤수에 일정한 금액을 곱하여 계산된 금액을 책임 의 한도액으로 정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인 감독관의 위치를 고려할 때 감독관이 부담 하는 책임제한의 액수는 선박을 소유하고 기업을 운영하는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액수17)의 1할 이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공무원의 급여수준, 국민소득, 공무원의 행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등에 따라 책임제한의 액수를 변경해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금액은 대통령령이나 부령으로 위 임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5. 결 론
지금까지 항행정지의 의의와 항행정지의 기준, 항만국통 제에 의한 유사한 이의신청 제도 및 해사안전감독관이 내린 항행정지명령에 대하여 선박소유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이 의신청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고찰하였다.
감독관의 지도·감독은 해양안전의 확보 및 해양오염방지 의 수단으로서 국적내항선박에 대하여 가장 강력한 해사안 전관리의 수단으로 인정되고 있다. 감독관의 지도·감독의 확 대에 따라 감독관에 의한 내항선박의 항행정지 건수는 연간 50여 건씩 발생하고 있다.
선박이 항행정지가 될 경우 선박의 소유자는 정박료, 선 박검사기관의 검사료, 선박의 수리비, 용선계약의 해지, 금 융비용 등 기타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 밖에 비금전적 손해로서는 기업 이미지의 실 추에 따른 영업적인 손실의 발생과 해당선박이 관리주의 대 상선박으로의 등록으로 인하여 향후 감독관의 집중관리에 따른 항행정지의 위험성이 증가될 수 있다.
이와 같이 감독관의 항행정지명령은 선박의 입장에서는 운항의 지체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행정지명령에 대하 여 이의신청과 같은 불복의 절차를 관련법에서 규정하지 않 고 있어 선박소유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 한 실정이다.
따라서 과실이나 고의에 의한 감독관의 부당한 항행정지 명령의 처분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이의 신청의 근거를 「해사안전법」상에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감독관의 항행정지명령에 대한 선박소유자로부터 의 이의신청 절차의 진행을 위하여 항행정지재심위원회 등 과 같은 독립적이고 공정한 별도의 기관을 각 지방해양수산 청에 설치하여 이의신청에 대한 신속한 심사가 이루어지도 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한편 감독관의 항행정지명령에 대하여 선박소유자가 지 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소송으로 대항할 경우 감독관 은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부담으로 인한 감독관의 소극적인 업무 수행 의 예방과 공적업무 수행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의 해소를 위해 감독관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개선 이 필요하다.
이러한 선박소유자의 이의신청을 통한 권리의 보호와 감 독관의 보호에 관한 법제의 정비는 부당한 항행정지명령과 같은 흠결이 있는 규제행정에 대하여 실효적 구제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은 물론 규제자와 피규제자 간에 상호 균형을 이루어 행정객체인 선박의 권리보호에 보다 더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