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해양생태계의 주요 일차생산자 중 하나인 해조류는 연안 환경을 평가하는 지표가 되며, 고유의 생태계 서비스 기능 뿐만 아니라 자원으로 가치가 높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Duarte et al., 2005;Boubonari et al., 2008;Kang et al., 2008;Vásquez et al., 2014). 해조류 관련 연구에서 정량적 자료는 일반적으로 무게를 기준으로 표현 된다. 대표적으로, 군집의 특성은 조사지역의 단위면적당 총 량인 현존량으로 흔히 설명되며, 실험실의 분석 연구 결과 는 대부분 단위개체의 생체량을 기준으로 나타낸다. 따라서 무게에 의한 정량적 평가는 연안생태계와 다양한 실험실 연 구에서 해조류가 가지는 영향력이나 기여도를 나타내는 가 장 기본적인 척도가 된다(Reed et al., 2008).
구멍갈파래(Ulva australis)와 잎파래(Ulva linza)는 전세계 연안에 분포하며, 우리나라 연안에서도 출현빈도와 우점률 이 매우 높은 녹조류이다. 이들을 포함한 갈파래류는 높은 일차생산력과 영양염 이용능력 때문에 녹조류 대발생(green tide)과 연안의 부영양화 등에 관하여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 고 있다(Fletcher, 1996;Kim et al., 2014b). 홍조류인 김류 (Pyropia/Porphyra spp.)는 세계적인 식량 자원으로서 중요한 해조류이다. 우리나라의 김 생산량은 전 세계의 21 %에 달하 며(FAO, 2018), 우리나라 양식 김 생산량의 대부분은 방사무 늬김(Pyropia yezoensis)이 차지하고 있다(Hwang et al., 2005). 이러한 경제적 가치 때문에 김 관련 연구는 병리학적 연구 와 해수의 영양염과 관련한 생리학적 연구가 수행되어 왔으 며, 최근에는 부영양화 완화를 위한 생태통합양식(Integrated multi-trophic aquaculture)에 적용하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Kim et al., 2014a;Kang et al., 2014). 개도박(Pachymeniopsis lanceolata)은 갈파래류나 김류와 같이 주목받는 해조류는 아 니지만, 추출물의 잠재적 가치 때문에 다양한 활용방안이 연구되고 있는 홍조류이다(Jeon et al., 2012;Seo et al., 2013).
해조류 연구분야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이러한 해조류들 은 현장 보다는 실험실에서 상당히 많은 연구가 수행된다. 실험실에서 수행되는 대부분의 연구는 개체별로 생체량, 특 히 건중량의 정보가 요구되는데, 실험내용과 방법에 따라 건중량을 직접 측정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경 우 건중량을 추정하기 위해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 다. 따라서 간접적으로 건중량 추정 할 수 있는 보편적인 방 법론은 연구자에게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장 연구에서는 채집에 의해 발생하는 해조군집의 훼손과, 시간 및 비용, 노동 집약적인 과정 때문에 쉽고 빠르게 비파괴적 으로 현존량 또는 생체량을 추정하는 방법이 제시되어 왔다 (Robbins and Boese, 2002;Rollon et al., 2003;Gevaert et al., 2008;Ko et al., 2008;Rothman et al., 2010;Kim et al., 2017). 이 러한 연구들은 해조군집의 전체적인 현존량을 파악하는 것 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대형갈조류와 같이 형태적 특 징과 독립된 개체의 구분이 명확한 일부 종들을 제외하면 해조류 단위개체들의 생체량을 추정하는 방법은 잘 알려지 지 않았다(Gevaert et al., 2008;Ko et al., 2008;Kim et al., 2017).
이번 연구는 해양환경 변화에 관하여 실험실 연구에 많이 사용되는 엽상형 해조류(sheet form) 구멍갈파래(U. australis), 잎파래(U. linza), 방사무늬김(Py. yezoensis) 그리고 개도박(Pa. lanceolata) 네 종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단위 개체 별 생체량 추정방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먼저 이론적 타 당성 검증을 위해 네 종의 길이-생체량의 상대성장 비 (allometric scaling)를 평가하였으며,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표면적과 건중량, 그리고 습중량과 건중량의 관계식을 구하 였다.
2. 재료 및 방법
2.1 시료의 채칩과 측정
시료는 2017년 2월부터 2018년 8월 까지 남해안 6곳에서 총 319개체가 채집되었다(Table 1). 이번 연구에 사용된 엽상 형 해조류 네 종의 생물계절 특성을 고려하여 성장이 활발 한 시기에 다양한 크기의 개체들을 채집하였다. 채집된 시 료는 실험실에서 깨끗이 씻어낸 후 흰색 아크릴판에 펴고 길이(기부에서 정단부까지의 수직거리)를 측정하였으며, 삼 각대를 이용하여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다음 Image J 프로 그램을 이용해 표면적을 계산하였다. 사진촬영이 끝난 시료 는 2 ~ 3회 물기를 닦아내고 습중량을 측정한 후(Sartorius BP221S, readability 0.1 mg, Germany) 건조기(60℃)에서 무게가 일정해 질 때 까지 건조한 후에 건중량을 측정하였다.
2.2 상대성장 비(Allometric scaling) 평가
일반적으로 생물들은 생체량(건중량)에 대하여 대사율이 나 성장률, 형태적 특성에 대해 거듭제곱 법칙(power law, 멱 법칙)의 관계(allometric scaling)를 나타낸다(Brown and West, 2000). 광합성을 하는 일차생산자들은 생체량(M)과 몸체의 길이(L) 관계(length-biomass allometry)에 대하여 잘 알려져 있 으며(Niklas and Enquist, 2001), 식은 아래와 같다.
여기서 β는 비례상수이며, α는 상대성장 지수(allometric exponent)를 나타낸다. 미세조류를 포함한 일차생산자들은 0.25(1/4)의 상대성장 지수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iklas and Enquist, 2001). 이 연구에서는 연구에 사용된 엽 상형 해조류 네 종의 길이-생체량의 상대성장 비를 구하고, 기존에 알려진 일차생산자의 상대성장 지수(α)와의 비교를 통해 이번 연구의 이론적 타당성을 검토하였다. 길이와 건 중량은 Niklas and Enquist(2001)의 방법에 따라 로그변환 (log10-transformation)후, RMA-2 회귀모형(reduced major axis regression model II)을 이용해 분석하였다.
2.3 생체량 추정
엽상형 해조류는 구조적으로 매우 단순하지만, 형태가 불 규칙하기 때문에 일정하게 측정할 수 있는 형태적 기준을 설정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매우 얇고 두께가 일정하며, 2차 원적 성장을 하기 때문에 표면적이 개체의 무게를 설명하는 유용한 변수가 될 수 있다(He, 2008). 이번 연구에서는 매개 변수로 엽체의 표면적을 사용하였고, 습중량을 건중량으로 변환 할 수 있는 계수를 분석하였다. 표면적과 습중량 두 변 수와 건중량의 관계는 원점을 지나는 선형회귀분석을 통해 분석하였다. 일반적인 선형회귀분석은 절편이 음의 값일 때 생물계에 존재하지 않는 음수의 생체량이 추정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원점을 지나는 회귀분석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 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결정계수 산출시 잔차의 합이 0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선형회귀분석의 결정 계수와 직접 비교할 수 없고, 0에 가까운 자료가 없을 경우 측정된 가장 작은 값부터 0까지 선형관계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는 문제가 있어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Quinn and Keough, 2002). 이 연구에서는 0에 가까운 많은 값들이 측정 되었고, 원점을 지나는 회귀모형의 잔차의 평균제곱합 (MSresidual)이 절편을 가진 회귀모형의 잔차의 평균제곱합보다 작거나 같으며, 일부 자료는 절편의 P 값이 0.05를 초과하였 다. 따라서 원점을 지나는 회귀분석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 이 충족되므로(Quinn and Keough, 2002), 연구 결과의 실제 활 용성을 고려하여 원점을 지나는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모 든 통계분석은 SPSS (version 20.0)와 R software ‘smatr’ package 를 이용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3.1 상대성장 비(Allometric scaling)
네 종의 길이와 생체량의 관계는 유의한 결과(P < 0.001, r2 = 0.685)를 나타내었으며, 상대성장 지수(α)는 0.280 (± 0.017 C.I.)이었다(Fig. 1). 신뢰구간(C.I.)을 고려하면, 이 상대성장 지수는 Niklas and Enquist(2001)의 연구에서 계산된 α = 0.264 (± 0.019 C.I.)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해조류는 3 차원 구조를 가지는 미세조류나 육상식물과는 달리 평면적 인 2차원 구조를 나타낸다. Scrosati(2006)는 이러한 구조적 차이 때문에 Niklas and Enquist(2001)가 제시한 1/4(0.25) 지수 법칙(1/4-power law)을 모든 일차생산자에 보편적으로 적용하 기 어려우며, 1/2(0.5) 지수법칙(1/2-power law)이 해조류에 더 적합하다고 제시하였다. 해조류는 형태와 생태학적 특성에 따라 몇 가지 기능형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Littler, 1980). Scrosati(2006)의 연구에 사용된 해조류는 분기형(branched form) 또는 성긴 분기형(coarsely branched form)인 반면에, 이번 연 구에서 사용된 해조류는 모두 엽상형(sheet form) 해조류였 다. 길이와 생체량의 상대성장 비(식(1))에서 상대성장 지수 (α)는 길이(L)가 일정하다면 생체량(M)에 반비례한다. 그리고 같은 길이라면 분기형 보다 엽상형 해조류의 면적이 더 크 기 때문에 엽상형 해조류의 생체량이 더 클 것이다. 해조류 의 생체량과 표면적과의 관계에 대한 상대성장 지수(α)는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면적과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비교 할 수는 없으나, 길이가 동일한 조건에서는 이론적으로 분 기형 해조류보다 엽상형의 해조류의 상대성장 지수가 더 작 은 값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해조류에 관한 상대성장 이론 은 해조류의 다양한 형태적 특성을 고려하여 연구가 더 이 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는 연구에 사용된 네 종의 길이와 생체량이 보편적인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며, 따라서 형태적 특성으로 생체량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될 것이다.
3.2 생체량 추정
이번 연구에 사용된 엽상형 해조류 네 종 각각의 엽체의 표면적과 건중량, 그리고 습중량과 건중량은 모두 유의한 선형관계를 나타내었으며, 건중량의 94 ~ 99 %가 엽체의 표 면적과 습중량 두 변수로 설명될 수 있었다(Table 2, Fig. 2). 엽체의 표면적과 건중량의 관계에서 기울기(a)는 방사무늬 김이 가장 낮고 잎파래와 구멍갈파래, 개도박 순으로 증가 하였다(Table 2). 이러한 경향은 엽체의 두께와 구조적 차이 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방사무늬김은 세포가 단층으로 배 열된 단순한 구조를 가진다. 잎파래와 구멍갈파래는 세포배 열이 두 층으로 되어 있으며, 구멍갈파래 엽체의 두께가 잎 파래 엽체의 두께보다 3 ~ 4배 두껍다(Kim et al., 1991;Kim, 1999). 개도박은 피층에 광합성 세포가 배열하며 내층은 수 조직이 발달해 있어 연구에 사용된 네 종 중에서 가장 두껍 고 구조가 복잡하다. 따라서 2차원 변수인 표면적이 무게로 표현 될 때, 두껍고 내부 조직이 복잡할수록 기울기가 더 크 게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습중량과 건중량의 회귀공식에서 기울기(a)는 습중량을 건중량으로 변환하는 계수로 사용되며(Table 2), 엽체의 습중 량에서 수분함량을 뺀 유기물의 비율에 상응하는 값으로 해 석된다. 이번 연구에서 네 종의 평균 수분함량을 고려하면 (구멍갈파래 84 %, 잎파래 82 %, 개도박 81 %, 방사무늬김 85 %), 회귀공식의 기울기는 실제 유기물 함량 비율을 나타내는 타 당한 값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회귀공식들은 형태적 변 수와 관계없이 습중량에 대한 건중량 변환계수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3.3 활용을 위한 제언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생체량 추정 방법은 건중량을 직접 측정할 수 없을 때, 연구의 목적과 방법에 맞게 연구자의 전 문적인 판단에 따라 사용한다면,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엽체의 표면적은 실험실에 서 사진촬영으로 간단하게 구할 수 있다. 시료의 수가 많은 경우에는 한 장의 사진으로 여러 개체의 면적을 한번에 구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노동력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배양을 하면서 성장률을 주기적으로 측정해야 할 때, 표면적을 촬영하면 쉽고 빠르게 건중량을 파악할 수 있 을 뿐만 아니라 사진 그 자체를 자료로서 사용할 수도 있다. 방사무늬김의 광합성 색소 분석은 실험 과정상 건중량 측정 이 불가능하다. 김의 광합성 색소 분석에는 보통 습중량으 로 120 mg 이하의 양이 사용되는데, 이 때 필요한 양의 엽체 조각을 배열해 놓고, 사진을 촬영해 두면 실험 결과를 건중 량 기준으로 제시할 수 있다. 외부 스트레스에 민감한 실험 인 경우에는 방수하우징과 투명 아크릴 판을 이용해 시료를 채집하는 현장에서 면적을 구하는 것도 가능하며, 실험조건 외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약 엽체를 일정한 면적으로 절취해서 사용하는 실 험이라면, 알고 있는 면적을 직접 적용할 수 도 있을 것이 다. 이 때 시료 각각의 건중량이 동일한 조건이 되기 때문에 개체별 변이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에는 습중량을 건중량으 로 변환하는 방법이 더 적절 할 것이다. 규모가 큰 실험라면 개체별로 추정하는 것 보다는 실험 단위의 습중량으로 건중 량을 추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며, 여기서 제시된 건중 량 변환계수(기울기)는 현장 연구에서 현존량을 파악하는데 도 적용될 수 있다. 이 연구는 다양한 크기와 시·공간적 범 위를 포함하도록 노력 하였다. 그러나 연구자의 시료가 이 번 연구의 측정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 외삽(extrapolation)에 의한 추정은 예비실험을 통해 타당성을 확보한 후에 적용하 는 것이 바람직하며, 가능한 내삽(interpolation)의 범위에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