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선박의 기국(Flag state)이 자국 선박에 대하여 행정적, 기 술적 및 사회적 문제에 대한 권한을 갖는 것은 국제관습이 며, 유엔해양법협약 제94조에도 명시되어 있다. 1912년 발생 한 타이타닉호 사고를 계기로 1914년 첫 번째 국제해상안전 인명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Safety of Life at Sea, 이하 “SOLAS”라 한다)이 채택되었다. 그리고 Torrey Canyon 호 사고로 인하여 해양오염방지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Prevention of Pollution from Ships 1973, 이하 “MARPOL” 이라 한다)이 1973년에 채택되었다.
뒤이어 발생한 Amoco Cadiz호 사고로 1978년 선원 교육훈련, 자격증명 및 당직근무에 관한 국제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Standards of Training, Certification and Watchkeeping for Seafarers, 이하 “STCW”라 한다)이 채택되었다. 이 협약은 연 안국과 항만국에 외국선박에 대한 규제권한을 부여하고 있 으며, 그 외 국제만재흘수선 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Load Lines), 국제총톤수협약 및 상선최저협약(Merchant Shipping (Minimum Standards) Convention, 이하 “ILO 제147호 협약”이라 한다) 등도 이러한 항만국통제 시행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1919년 설립된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는 1920년 선원의 최저연령 등 선원의 근로 환경에 관한 국제협약을 채택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왔지 만, 협약이 발효되지 못하거나 비준한 국가도 많지 않아 국 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가 채택한 협약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그 동안 국제 노동기구가 채택한 협약과 권고 등을 망라한 통합 해사노동 협약(Maritime Labor Convention, 이하 “MLC”라 한다)이 2006 년 채택되었다. 이 협약은 2013년 8월 20일 발효되었고, 선원 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로서 SOLAS, MARPOL, STCW 등과 함께 해사분야의 주요 4대 협약 중 하나로 부상하였다 (Durler, 2010;Lavelle, 2014).
그 동안 MLC협약 이행을 위한 당사국의 의무와 역할, MLC 협약이 해운업계에 미칠 영향분석 및 MLC 협약에 대 한 항만국통제 이행차원에서의 국내법적 미비점 등에 연구 가 주로 이루어왔지만, 실제 이 협약 발효에 따른 효과를 분 석하는 연구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Bo, 2006;Veganaden, 2007;Jeon, 2016).
MLC 협약이 발효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협약이 얼마나 잘 이행되고 있으며 어떤 분야가 취약한지를 분석해 보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를 통하여 선 원 근로환경과 근로조건이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를 파악 할 수 있는 좋은 지표로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분 석을 위하여 선원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항만국통제라는 객관적인 점검자료를 활용하고자 한다.
항만국통제(Port State Control)는 자국 항만에 입항한 외국 선박이 국제협약에 정한 각종 안전, 환경, 자격기준 및 선원 근로환경 등을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한 후 결함사항에 대하 여 시정조치를 취하는 항만당국의 권한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선원근로환경과 관련된 유력한 항만국통제 법원은 MLC 협약이지만, ILO 제147호 협약에 비준·가입한 후 아직 MLC 협약을 비준·가입하지 않은 항만국에게는 ILO 제147호 협약이 아직도 유효한 법원이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MLC 협약과 ILO 제147호 협약에 대한 결함사항을 함께 분 석하였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활동 중인 9개의 항만국통 제 지역협력체 중 가장 역사가 깊고 활동이 왕성한 곳은 유 럽지역 항만국통제 협력체(Paris Memorandum of Understanding on Port State Control, 이하 “Paris MOU”라 한다)와 아태지역 항만국통제 협력체(Memorandum of Understanding on Port State Control in the Asia-Pacific region, 이하 “Tokyo MOU”라 한다) 라 할 수 있으므로 이 두 지역협력체가 식별한 선원근로 관 련 결함사항에 대한 통계를 분석하였다.
이를 위하여 MLC 협약 발효 전후 3년간인 2010 ~ 2012년 및 2014 ~ 2016년 Paris MOU와 Tokyo MOU가 식별한 선원근 로환경 관련 항만국통제 결함사항 88,812개에 대하여 분석을 하였다. 결함사항 분석은 양 MOU가 개발한 Coding 체계(181, 182, 183 및 184 그룹)를 기준으로 분석하였으며, ILO 제147 호 협약 관련 결함사항(091 및 092 그룹)도 포함하여 같이 분석하였다.
또한, MLC 협약이 국제노동기구가 채택한 선원 노동과 관련된 기존 협약의 맹점을 많이 보완하면서 국적에 관계없 이 모든 선박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함으로써 해운시장에서 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지만 태생적인 한계로 인하여 세부적인 규정을 당사국의 국내 법률로 위임하는 재량을 많 이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재량부여는 협약 당사국의 협약 채택 및 이행의 부담을 감소시키는 반면, 항만국통제 검사 관이 관련 기국의 국내규정을 정확히 알기 어렵기 떄문에 항만국통제 점검시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 고자 한다.
2. 국제해사기구와 국제노동기구 소관 협약 비교
2.1 발효요건
협약이 하나의 법규로써 국제적인 집행력을 확보하기 위 해서는 발효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국제해사기구가 채택한 SOLAS나 MARPOL 등의 주요 협약 발효요건은 최소 15개국 이상의 비준·가입과 그 비준·가입국의 합계 선복량이 세계 상선 선복량의 대략 50%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서 국제노동기구가 채택한 선원근로 관련 협약들의 발효요 건은 국제해사기구 소관 협약에 비하여 덜 엄격하다. Table 1 은 국제해사기구의 안전과 환경 분야의 대표적인 협약과 국 제노동기구의 선원근로 관련 협약의 발효요건을 비교하였 다. 국제해사기구 소관 협약은 최소 15개국 이상의 비준·가 입국에 세계 상선 선복량의 50 % 이상 가입을 요구하고 있 는 반면, 국제노동기구는 2 ~ 10개국의 비준·가입국과 그 선 복량은 세계 선복량의 25 % 정도만 요구할 정도로 그 차이 가 있다.
국제노동기구의 선원 근로 관련 41개 협약 중 MLC 협약 에 통합된 37개 협약 중에서 20개 협약이 2개 국가만 비준하 면 발효할 수 있다. 또한, 아직껏 발효요건을 만족하지 못하 는 협약도 8개나 된다.
이러한 현상은 국제해사기구가 채택한 주요 협약이 대부 분 80% 이상 회원국이 비준·가입하거나 비준·가입한 국가의 선복량이 전 세계 상선 선복량의 90 %를 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2.2 동등대우 규정
각 국가의 자유의사에 따라 협약을 비준하거나 가입하고, 이 협약이 발효한 경우 해당 협약을 비준한 당사국만 구속 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으로써 1969년 국제협약에 관한 비 엔나협약 제24조제3항 및 제26조에 잘 나타나 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1914년 SOLAS 협약은 체약국 선박에만 적용하 게 되어 있었다(Ozcayir, 2004). 이 협약 제61조는 당사국의 모든 선박은 다른 당사국의 항만에서 권한이 있는 검사원의 점검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취지는 1974년 SOLAS 협약까지 이어진다. ILO 협약 제147호 협약 전문 제 6.1조 및 ILO 제180호 협약 전문 제18.1조도 “이 협약은 협약 당사국만 구속한다(this Convention shall be binding only upon those Members of the Organization whose ratifications have been registered)”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1930년 채택된 만재흘수선협약 제17조는 협약의 당사국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국적의 선박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No more favorable treatment, 이하 “동동대우 규정”이라 한다)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1966년 만재흘수 선협약 제22조, SOLAS 1978 Protocol 전문 제2조제3항, MARPOL 제5조제4항 및 STCW 제10조제5항 등에도 반영되 어 체약국에 등록된 선박도 체약국 소속 선박과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되었다.
이 조항은 협약의 당사국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항만국통 제 검사관이 국제항해를 하는 모든 선박의 협약 이행상태를 동일한 국제기준으로 점검함으로써 협약의 당사국이 당 사국에 비해 누리던 반사이익이 없어지게 되었고, 해운시장 에서 선적국에 관계없이 공정한 경쟁체제가 형성되는 효과 를 발생시켰다.
또한, 각 국가들이 협약에 가입하도록 조장하는 역할로도 작용하여 국제해사기구의 주요 협약이자 항만국통제의 법 원인 SOLAS, MARPOL 부속서 1과 2, STCW, 만재흘수선협약 및 국제톤수협약 등의 체약국 합계 등록톤수는 전 세계 상 선 총톤수(선복량)의 99 %를 넘고 있다(IMO, 2018).
반면, 국제노동기구가 2005년까지 채택한 선원근로 관련 협약에는 동등대우 규정과 같은 조항이 없었고, 협약 당사 국만 구속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국제해사기구 소관 협 약이 가지는 보편성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국제해사기구와 국제노동기구 소관 협약의 동등 대우 규정 차이는 선박이 국가간을 이동하면서 영업을 하는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즉, 국제해사기구 소관 협약의 규제 대상인 선박과 선원은 국제무역에 종사하기 때문에 국가간 을 이동하지만, 국제노동기구 소관 협약의 보호대상인 근로 자 중 대부분은 자기 거주지와 가까운 지역에서 정착하여 생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해사기구 소관 협약은 국가 간 공정경쟁에 바탕을 둔 동일한 규제를 기본으로 하는 반 면, 국제노동기구 소관 협약은 국가간 정치·문화·사회·경제 적 수준에 따라서 개별 국가가 자국의 실정에 적합한 규제 수준을 정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차이가 있다.
3. 해사노동협약
3.1 MLC 협약의 채택배경 및 특징
국제노동기구가 Minimum Age (Sea) Convention (No. 7) 등 선원근로에 관한 협약을 1920년 처음 채택한 이후 약 41개의 협약을 채택하였으나 일부 협약은 발효되지 못하였거나, 발 효된 협약의 경우에도 그 당사국의 수가 많지 않다. 비근한 예로 국제노동기구 회원국이 , 가장 많은 비준·가입한 협약은 1921년에 채택한 ILO 제16호(젊은 선원에 대한 건강검진) 협 약인데, 현재 82개 국가가 당사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국제노동기구의 187개 회원국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제노동기구 소관의 선원근로 관련 협약은 유엔해 양법협약 제94조 및 제219조의 “generally accepted international regulations” or “applicable international rules and standards”에 적 합한지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더구나 국제노동기구 소관 협약은 당사국만을 구속하며, 비당사국 선박까지 규제 할 수 있는 동등대우 규정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 제해사기구 소관 협약과 같은 보편적인 국제기준으로써 역 할을 하기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국제노동기구는 1990년대 후 반부터 선원의 근로권을 향상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였으 며, 2000년에 Joint Maritime Commission을 구성하여 모든 국제 노동기구 소관 해사협약을 하나의 협약으로 통합하는 작업 을 시작하였다(Durler, 2010).
많은 논의 끝에 2006년 MLC가 채택되었는데, 그동안 선 원근로 분야의 주요 역할을 하던 ILO 제147호 협약까 지도 MLC에 통합됨으로써 선원의 권리를 증진하고 보호할 수 있는 협약으로써 평가되고 있다(Abel, 2014; ILO, 2017a). MLC는 전문 16조와 5개의 Title로 편제되어 있으며, Title 1에 는 최소연령, 의료증명서, 교육/훈련 및 선원채용과 교체에 대한 규정을, Title 2에는 선원채용계약서, 급여, 근로/휴식시 간, 유급휴가, 선박멸실에 따른 보상 등에 대한 규정을, Title 3에는 선원 거주 및 휴식시설 및 음식 등에 대한 규정을, Title 4에는 의료보험, 사고예방/보호 조치, 사회보장보험 등 을 규정을 담고 있다. Title 5에는 Title 1부터 4까지의 규정을 이행하기 위한 검사, 증서발행, 선내 이행절차 및 항만국통 제 규정을 담고 있다. 각 Title에는 Regulation 및 Part A와 B의 Code로 구성되어 있다. Part A는 강행규정이며 후자는 임의 규정이다. 이들 규정들은 수직구조(Title 1, Regulation 1.1, Standard A1.1, Guideline B1.1, Regulation 1.2, Standard A1.2, Guideline B1.2, Regulation 1.3, ------ 순서)를 이루고 있는데, 이 러한 구성체계는 STCW와 유사하다.
MLC 협약은 현존하는 41개의 국제노동기구 소관 해사협 약 중 37개를 수용하였으며, MLC 협약 전문 제10규칙에 따 라 수용된 여러 협약을 개정하는 효과가 있다(International Labour Office, 2015). 예를 들자면, ILO 제147호 협약을 비준 한 국가가 MLC 협약을 비준할 경우, 이 국가는 국제노동기 구 제147호 협약에서 자동 탈퇴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되어 있다. 2018년 9월 현재 ILO 제147호 협약을 비준한 56개국 중 MLC 협약을 비준·가입하지 않은 이집트, 미국, 브라질 같 은 14개국은 여전히 전자 협약의 당사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본, 인도, 라이베리아와 대부분의 유럽지역 항만국 통제 협력체 회원국 같이 MLC 협약을 비준·가입한 국가는 전자 협약에서 자동 탈퇴한 상태가 되어 있다(ILO, 2018a). 또 한, MLC에 통합된 37개 협약에는 새로운 당사국으로 가입할 수 없게 하는 효과도 있다(ILO, 2018a).
3.2 MLC 협약의 적용
전통적으로 선장은 선주의 대리인으로서 선박을 대표하 며 선원에 대한 관리자이지만, 이 협약은 다른 협약과 다르 게 선장도 선원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선장도 선원으로 서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Cartner, 2014).
이 협약은 상업활동에 종사하는 모든 선박에 적용되지만, 전문 제2.4조에 따라 어선, 군함 및 전통적인 방법으로 운항 하는 선박은 적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문 제2.1(i)조에 따 라 각 국가의 규정에 따라 내수, 폐쇄해역 또는 안전한 해역 에 인접한 구역만 운항하는 선박은 적용에서 제외될 수 있 다.
어떤 사람을 선원으로 분류할지는 기국이 결정하지만, 우 리나라의 경우 도선사, 수리기술자, 실습생 등은 선원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ILO, 2018c).
3.3 MLC 협약에 의한 항만국통제
MLC 협약이 국제노동기구 소관 해사협약 측면에서 혁신 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국제해사기구의 항만국통제와 동 등대우 조항을 도입한 것으로 항만국이 비당사국 선박에 대 해서도 이 협약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협약 전문 제5.4조와 규칙 제5.2조가 그 동안 국제노동기 구의 해사노동 관계 협약이 항만국에게 부여하지 않았던 권 한을 항만국에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이 협약을 비준· 가입한 국가에 입항하는 외국선박은 그 기국이 이 협약의 당사국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 협약이 요구하는 요건을 갖 추어야만 항만국통제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고 운항할 수 있게 되었다. 즉, 기국이 협약을 가입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상대적인 이익이 없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 등으로 인하여 동등대우 규정을 수용한 MLC 협약은 국제 노동기구의 선원노동 관련 협약 중 가장 많은 국가(88개, 2018년 9월 현재)가 비준·가입한 협약으로 부상하였다(ILO, 2018d).
또한, 선박이 이 협약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해당 선원은 제5.2.2규칙에 따라 이러한 위반사항을 항만당국에 직접 신 고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신고를 접수한 항만당국은 위반여 부를 확인하기 위한 점검을 실시하도록 항만국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3.4 MLC 협약상 항만국통제 점검의 한계
MLC 협약의 상당 수 규칙이 체약국의 국내규정으로 세부 적인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당사국에게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MLC 협약의 유연성(Flexibility)은 상대적으로 덜 보편화된 국제노동기구 소관 협약을 원만히 수용하기 위 해 여러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타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 으로 볼 수 있다. 즉, 협약의 신속한 채택 및 발효를 위한 절 충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McConnell et al., 2011). 각 회원 국은 이러한 유연성으로 인하여 협약 채택이나 비준으로 인 해 갖게 되는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당사국에 재량을 부여 한 것을 국제기준에 따라 점검을 실시하는 항만국통제측면 에서는 부정적인 효과를 야기시키고 있다.
MLC의 유연성으로 인하여 항만국통제 검사관은 개별 기 국의 국내 규정을 상세히 습득하기도 어렵다. 또한, 선박이 항만에 체류하는 제한된 시간에 점검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해당 기국에 관련 국내 규정을 문의한 후 회신을 받고서 업 무를 처리하기에는 시간적 제약이 많이 있다. 따라서 항만 국통제관은 이렇게 당사국에 위임된 규정에 대하여 점검을 소홀히 하거나 회피할 개연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4. 항만국통제 결함사항 분석
4.1 항만국통제 점검결과 개관
유럽과 아태지역 항만국통제 지역협력체의 선원근로환경 과 관련된 항만국통제 결함건수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 다. Paris MOU의 경우 Table 2에서 보는 것과 같이, MLC 협 약과 ILO 제147호 협약 관련 결함건수는 전체 항만국통제 결함지적 건수와 같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두 협약 관련 결함건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MLC 협약 발 효 전(2010 ~ 2012) 평균 15.17 %에서 발효 후(2014 ~ 2016) 평 균 15.86 %로 상승하였다. Tokyo MOU의 경우에는 결함건수 와 마찬가지로 선원근로환경 관련 결함건수가 항만국통제 전체 결함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협약 발효 전 평균 5.41 % 에서 발효 후 평균 10.87%로 약 2배가량 증가하였다.
하지만, Tokyo MOU에서 선원근로환경 관련 결함이 차지 하는 비율은 Paris MOU보다 여전히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 런 결과가 생긴 원인은 양 지역협력체 회원국의 MLC 협약 과 ILO 제147호 협약 비준을 현황에서 찾을 수 있다. Paris MOU의 28개 회원국 모두가 MLC 협약이 채택된 2006년까지 ILO 제147호 협약을 비준·가입하였고, 2016년까지 모든 회원 국이 MLC 협약의 당사국이 된 반면, Tokyo MOU의 20개 회 원국 중 5개 회원국만이 ILO 제147호 협약의 당사국이며, 2016년까지 MLC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회원국도 4개국이나 된다(Tokyo MOU, 2017;ILO, 2018a)
이러한 현상은 아태지역보다 경제적인 수준이 높은 유럽 지역이 보다 더 선원근로환경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지고 선원 권익보호를 위하여 노력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4.2 선령, 선박크기 및 선종에 따른 결함사항
선령에 따른 결함사항 경향을 살펴보면, Paris MOU에서는 Fig. 1에서 보는 것과 같이 선령 25년까지는 MLC 협약의 발 효 전후 3년간 지적건수에 유의한 변화를 찾기 어렵다. 하지 만 선령 25년 이상 선박군에서는 협약 발효 후지적건수가 발효 전 보다 많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Tokyo MOU에서는 협약 발효 후 결함건수가 선령 25년까지 약 1.5 배 증가하였다. 특히 선령 5-10년 선박군은 협약 발효 전보 다 약 3.4배나 증가하였다.
결함사항 건수를 선박 크기(총톤수)에 따른 변화를 살펴 보면, Paris MOU에서는 Fig.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MLC 협약 발효 후 결함건수가 협약 발효 전보다 감소하였고, 총톤수 500 ~ 20,000톤 선박군은 최소 20% 이상 감소하였다. 이와 대 조적으로 Tokyo MOU에서는 협약 발효 후 결함건수가 많이 증가하며, 특히 총톤수 5백톤 미만 및 총톤수 5만톤 이상의 선박군에서는 결함건수가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주요 선종별 결함사항 건수는 Paris MOU의 경우 벌크선, 유조선 및 가스운반선에서 MLC 협약 발효 후 지적건수가 협약 발효 전보다 약 20% 범위 내에서 약간 증가한 반면 다 른 선종에서는 감소하였다. 이와 반대로 Tokyo MOU에서는 Fig. 3과 같이 모든 선종에서 결함건수가 증가하였고, RO-RO 화물선(자동차운반선 포함), 냉동운반선, 유조선, RO-RO 여 객선 및 가스운반선의 결함건수는 MLC 협약 발효 전 보다 2배 이상 증가하였다.
4.3 결함성질에 따른 결함사항
유럽지역과 아태지역에서 많이 지적되는 결함사항은 상 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두 지역의 상위 15개 결함사항이 각 지역의 선원근로 관련 전체 결함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 을 나타낸 Table 3을 살펴보면, 각 결함성질별 순위(점유율) 에서도 차이가 많지만, 상위 15개 중 두 지역에서 같은 결함 사항은 8개에 불과할 정도로 해당되는 결함성질도 제법 다 르다.
두 항만국통제 지역협력체의 상위 15개 결함사항에 포함 된 8개 결함사항에는 기관실 청결(코드 9232), 전기설비(코드 9209, 18408), 로우프와 와이어(코드 9227), 사고예방과 관련 된 기타사항(코드 9298), 작업공간의 조명(코드 9203), 현측 사다리(갱웨이 등, 코드 9223), 계선설비 관련 기타사항(코드 9299)이 포함된다. 반면, 위생설비(코드 9106), 개인보호장비 (코드 18412), 장애물과 미끄러짐 등(코드 9207), 의료장비(코 드 9112), 선박과 육상간 안전한 연결통로(코드 9205), 기관실 청결(코드 18420) 및 작업환경 관련 기타사항(코드 9297)은 Paris MOU에서만 상위 15개 결함사항에 포함되는 결함들이 다. 반면에, 상위 15개 결함사항 중 Tokyo MOU에서만 인지 된 결함은 휴식 기록관리(코드 1308), 파이프와 전선의 절연 조치(코드 9219), 선원채용계약서(코드 1220), 당직자 근무시 간표 (코드 1306), 안전한 접근로(코드 9204), 투묘설비(닻, 코 드 9228)들이다.
ILO 제147호 협약이 MLC 협약에 수용되었기에 때문에 MLC 협약 발효 후 ILO 제147호 협약 관련 결함이 일반적으 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MLC 협약 관련 결함은 증가하고 있 을 알 수 있다. 특히, ILO 제147호 협약 보다 MLC 협약을 더 많이 비준한 아태지역에서 이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선원 휴 식기록(코드 1308) 관련 결함은 협약 발효 전보다 발효 후에 약 3배나 증가하면서 가장 빈번히 지적되는 결함사항이 되 었다. 그리고 선원채용계약서(코드 1220)는 협약 발효 후 3년 간 두 번째 지적이 많이 되는 결함사항으로 부상하였다.
같은 결함임에도 불구하고 적용되는 협약에 따라서 결함 코드가 다르게 분류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자 면, 전기설비 결함일지라도 MLC 협약을 적용하는 항만국에 서는 결함코드를 18408로 부여하지만, ILO 제147호 협약을 적용하는 항만국에서는 코드 9209로 기록한다. 이러한 문제 점은 지역협력체의 모든 회원국이 MLC 협약을 비준·가입하 거나 다른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 지역협력체의 코드체계에는 MLC 협약 Title 2의 선원 휴가, 교대, 선박멸실에 따른 보상 및 사회보장 등과 관련된 규정에 대한 독립적인 결함코드가 마련되지 않고 코 드 18299(고용조건에 관한 기타사항)로 함께 분류하여야 하 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4.4 당사국에 위임한 규정에 대한 결함사항
3.4에서 언급한 MLC 협약 규정 중 세부 내용을 각 협약 당사국에 위임한 규정을 살펴보면, Table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27개(Standard A4.5와 같이 당사국의 권한행사와 관련된 규정은 제외함)의 규정이 이에 해당된다. 이 27개 규정과 관 련된 유럽지역협력체의 항만국통제 결함사항(2014 ~ 2016년)을 다른 규정의 결함사항과 비교해보면, 전체 결함코드에 대한 결함건수는 15,593건으로써 각 결함코드 당 평균 205.17개 결 함건수가 지적되었다. 하지만, 이 27개 규정에 대한 결함건 수는 2,492건으로써 평균 결함건수는 178.00개로 나타났다.
한편, 아태지역 협력체에서는 3년간 전체 16,546개의 결함 건수가 지적되었고 이는 결함코드 당 평균 201.78개에 해당 되는 수치이다. 당사국에 위임된 규정과 관련하여 살펴보면, 4,737건이 지적되어 결함코드 당 평균 263.17건이 되어 전체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여러 규정을 하 나의 동일 결함코드로 묶어 처리하는 체계를 감안하여 (Standard A.2.6.2, A3.1.1, A4.1.1(a), A4.1.1(b), A4.1.1(c) 및 A4.1.1(d) 규정은 같은 결함코드(182999)로 편성됨), 각 규정 당 평균으로 환산을 해보면 175.44로 대폭 낮아진다.
즉 협약이 당사국에게 , MLC 세부내용을 정하도록 위임한 협약 규정에 대한 결함건수가 상대적으로 다른 규정의 결함 건수보다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각 규정 당 결함건수를 환 산한 수치를 적용할 경우 유럽지역협력체에서는 약 44.8 %, 아태지역에서는 약 13.05%나 지적되는 결함건수가 적게 나 타난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항만국통제관이 당사국에 위임된 협약 규정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점검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설사, 항만국통제관이 적극적으로 점검을 한다고 하더라도, 각 당사국이 자국의 세부규정에 대한 정 보를 항만국에 적절히 제공하지 않거나 지연하여 제공할 경 우 항만국통제관이 선박의 출항시간 내에 점검을 완료하기 가 곤란하다. 즉, 항만국통제관이 여러 가지 항만국통제 관 련 협약 규정에 추가하여 각 당사국에 위임된 세부적인 국 내 규정까지 알기 어렵고, 점검과정에서 합리적인 의심이 있을 경우, 선박의 부당한 지연이 발생하지 않을 적정한 시 간 내에, 이에 대한 확인(회신)을 해주어야 하는 각 당사국 의 협조를 받을 가능성이 많지 않다. 특히, 항만국과 기국간 의 시차, 컨테이너선과 같은 짧은 항만 체류시간 등을 감안 하면 항만국통제관이 기다릴 수 있는 당사국의 회신 시간은 길지 않다.
이러한 배경이 완벽한 상관관계를 나타내지는 않겠지만, 항만국통제관이 당사국에 위임된 MLC 협약 규정에 대하여 점검을 기피하게 된다는 것을 설명하는 데에는 충분한 근거 로써 부족함이 없다고 볼 수 있다.
5. 결 론
MLC 협약은 기존의 국제노동기구 소관 해사협약들이 갖 고 있지 않았던 동등대우 규정과 항만국통제 제도를 수용하 고 있다. 이 규정으로 인하여 MLC 협약의 비당사국 소속 선 박도 당사국의 항만에서는 국적에 관계없이 동일한 국제기 준을 준수하여야 하게 되었다. 이것은 기존의 국제노동기구 소관 협약과는 다르게, 협약의 비당사국이 가질 수 있었던 이점이 없어지게 되었고, 오히려 당사국은 모든 외국선박에 대해 항만국통제를 실시할 수 있는 장점을 갖게 됨으로써 많은 국제노동기구 회원국이 이 협약을 비준하게 만드는 효 과를 발생시켰다.
MLC 협약이 발효된 지 3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이 협약이 해운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하기 위하여 MLC 협약 발효 전 3년과 발효 후 3년간의 유럽지역 과 아태지역의 항만국통제 결함사항 88,812개 대한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 분석결과, MLC 협약이 발효된 후 선원근로환경에 대 한 점검이 많이 증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아태 지역에서는 이 협약과 관련된 결함건수가 협약 발효 전보다 약 2배가량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협약 발효 후, 총톤수 5백톤 미만 선박군과 5만톤 이상 선박군에서 결함건 수가 증가하였고, RO-RO화물선과 냉동운반선 등의 선종에 서 결함건수가 협약 발효 전보다 약 2배 이상 증가하는 추 세를 보였다. 아태지역과 유럽지역에서 많이 지적된 상위 15 개 결함사항의 순위나 내용도 두 지역에서 다르게 나타났 다. 그리고 아태지역에서 휴식 기록관리(코드 1308)에 대한 결함건수가 전체의 12.73%나 차지하며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결함사항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아태지역의 경우 회 원국 중 ILO 제147호 협약의 비준한 국가가 5개국에 불과하 던 것이 MLC 협약 발효 후 이 협약 비준국이 16개국으로 증 가함으로써 이 분야에 대한 점검이 활발해진 결과로 보여진 다. 이러한 항만국통제 활동의 변화로 인하여 국제기준에 미흡한 선원근로 환경이 개선되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MLC 협약의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MLC 협 약의 취지가 십분 발휘되려면 앞에서 언급된 몇 가지 문제 점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아태지역의 선원근로환경 분야에 대한 점검을 보다 더 강화하여야 한다. 아태지역에 서 MLC협약 당사국이 많이 늘어났고 이 협약 분야에 대한 점검이 강화되었지만, 유럽지역의 전체 항만국통제 결함건 수 대비 MLC협약 관련 결함지적율인 15.86%에 비하여 아태 지역은 약 2/3 수준인 10.87%에 머물고 있다.
두 번째는 이 협약이 당사국의 국내 세부규칙으로 정하도 록 위임한 여러 규정에 대한 통일지침을 마련하여야 한다. 3.4절에서 설명한 것처럼, 당사국에게 MLC 협약의 세부규정 을 많이 위임한 것은 항만국통제관이 이 규정들에 대하여 점검을 꺼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 기 위해서는 국제노동기구가 국제해사기구의 Guideline과 통 일해석(Unified Interpretation)과 같은 최소기준(지침)을 제공하 여야 한다. 이러한 국제적인 최저기준을 통하여 공정경쟁을 유도하고 선원의 근로조건도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ILO 제147호 협약 관련 결함코드를 없애고 MLC 협약 관련 결함코드만 운영할 필요가 있다. 비록 ILO 제147 호 협약이 엄연히 존재하고 아직 유효하지만, 이 협약은 MLC 협약에 흡수된 형태로써 후자의 협약 관련 결함사항이 코드 번호만 다를 뿐 전자 협약의 결함사항을 포함하고 있 기 때문이다. 이렇게 코드 체계를 단일화한다면 선장, 선사, 항만국통제관 및 이해관계자가 혼돈하지 않으며, 보다 명확 한 통계자료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MLC 협약과 관련된 규정 중 선원 휴가, 교 대, 선박멸실에 따른 보상 및 사회보장 등과 관련된 독립적 인 항만국통제 결함코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 규정들 에 대한 결함건수가 적게 지적되었다고 할지라도 선원 복지 를 위해 새롭게 도입된 규정인 만큼 이들 규정에 대한 독립 적인 통계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이 연구는 해운업계가 MLC 협약을 실제 어떻게 이행하고 있으며,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항만국통제 점검결과 분석 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확인한 성과를 가지면서도 또한 그 한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선원에 대한 설문조사 등 더 다양 하고 심층적인 후속연구를 통하여 해운업계가 MLC 협약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으며, 실제 선원의 근로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