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 론

쇄파대(surf zone)는 조석과 파도, 얕은 수심 등의 영향으로 물리적 환경변화가 심한 지역이지만 자치어 단계 어류의 먹 이원이 되는 동물플랑크톤이 풍부하고, 얕은 수심과 높은 탁도로 인해 포식자가 적어(Lasiak, 1986), 이 환경에 적응한 주거종 및 인접해역의 어류들이 어린시기를 보내는 보육장 으로 이용된다(Im and Lee, 1990; Lee et al., 1997; Lee et al., 2014). 따라서 쇄파대 어류 군집은 대부분 치어 단계의 소수 어종들이 우점하는 경향을 보인다(Blaber and Blaber, 1980; Lasiak, 1984; Whitfield, 1996). 또한, 많은 연구들은 쇄파대 지 역에서 담수어류에서 해양어류까지 상당히 많은 어류 출현 종수와 높은 현존량을 보인다고 보고하고 있다(e.g. Gibson et al., 1993; Ayvazian and Hyndes, 1995; Clark et al., 1996).

누치(Hemibarbus labeo)는 잉어목(Cypriniformes) 잉어과 (Cyprinidae) 모래무지아과(Gobioninae)에 속하는 어류로서, 우리나라에서는 동해로 흐르는 하천을 제외한 전 하천에서 출현하며, 전장 약 45 cm까지 성장하는 큰 크기의 담수성 어종이다(Kim et al., 2005). 낙동강 수계에서 수행된 다양한 어류군집 연구에서 누치의 분포가 확인되었다(Kang et al., 2004; Chae et al., 2014). 낙동강 하구둑의 내측에서는 큰납지 리(Acanthorhodeus macropterus)에 이어 우점종으로 출현하였 다(Yang et al., 2001).

지금까지 국내에서 연구된 누치의 생태학적 연구는 없었 었다. 그러나 잉어과에 속하는 어류 중 돌상어(Gobiobotia brevibarba), 꾸구리(Gobiobotia macrocephala), 금강모치(Phoxinus kumgangensis)의 식성 연구가 있었고(Choi et al., 2001; 2004; 2006), 본 연구해역에서는 끄리(Opsariichthys uncirostris amurensis) 유 어의 식성 연구가 수행 된 바 있다(Baeck et al., 2014). 앞서 언급한 연구들에서 소형 잉어과 어류는 주로 수서곤충을 섭 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끄리와 같이 강하구역에 출현하 는 담수어류는 수서곤충 외에 해양성 먹이도 섭식한 것으로 미루어 누치도 이와 유사한 식성을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누치는 담수 생태계 먹이망에서 상위 포식자이며 식용으 로 많이 이용되지는 않으나 경기 북부나 강원도 지역에서는 식용으로 이용되며, 최근 낚시 대상종으로 인기가 높은 어 류이다(Lee, 2012). 담수어류인 누치의 초기 생활사 동안 하 구역에서 생존 및 성장 기작을 밝히기 위한 섭식생태 연구 는 중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여름철 낙동강 하구역 해빈 쇄파대에서 누치 유어의 출현양상, 위내용물 조성, 체장과 주야간 위내용물 조성의 차이를 조사하여 이들의 하구역에 서 초기 생존 기작에 대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2.재료 및 방법

본 연구에 사용된 누치 시료는 2004년 1월부터 12월까지 대조기의 간조시 주간과 야간에 낙동강 하구역 해빈 쇄파대 의 2개 정점에서 지인망(beach seine)을 이용하여 채집하였다 (Fig. 1). 채집에 사용된 지인망은 그물길이 10 m, 그물폭 1.5 m, 망목 10 mm이고, 해안선부터 20 m 떨어진 곳에 투망하여 해 안선까지 같은 장소가 반복 예인되지 않도록 일정 거리를 두고 3회 예인하였고, 조사해역의 수온과 염분 측정을 위해 휴대용 수온염분계(Thermo scientific, Orion 3star)를 이용하였 다. 채집된 시료는 10 % 중성 포르말린에 보관하여 실험실로 운반하여 각 개체의 체장(0.1 cm)과 체중(0.1 g)을 측정하였다. 비록 본 연구는 1년간 시료를 채집하였으나, 누치는 8월에만 출현하여 이 시기에 채집된 누치의 위내용물을 분석하였다. 이후 실험실에서 해부현미경(Olympus SZ-40)을 이용하여 각 개체의 위를 분리한 뒤 위내용물을 분석하였다. 위내용물 중 발견된 먹이생물을 종류별로 계수하였으며, 전자저울을 이용하여 습중량을 측정하였다.

위내용물 조사를 위한 충분한 표본크기를 결정하기 위하 여 누적먹이곡선(cumulative prey curve)을 사용하였다(Ferry and Cailliet, 1996). 분석된 위내용물은 갯지렁이류(Polychaeta), 단각류(Amphipoda), 새우류(Caridea), 어류(Teleostei)로 구분하 여 위의 순서를 100번 무작위화 한 뒤, 평균과 표준편차를 그래프상에 나타내었다. 이때 곡선의 점근선은 위내용물 분 석을 위한 최소 표본크기를 나타낸다.

위내용물 분석 결과는 각 먹이생물의 출현빈도(%F), 개체 수비(%N), 중량비(%W)로 나타내었으며, 다음 식을 이용하여 구하였다.(1)(2)(3)

여기서, Ai는 위내용물 중 해당 먹이생물이 발견된 누치 의 개체수이고, N은 먹이를 섭식한 누치의 총 개체수, Ni (Wi)는 해당 먹이생물의 개체수(중량), N_Total(W_Total)은 전체 먹 이개체수(중량)이다.

먹이생물의 상대중요성지수(Index of Relative Importance) 는 Pinkas et al.(1971)의 식을 이용하여 구하였다.(4)

상대중요성지수는 백분율로 환산하여 상대중요성지수비 (%IRI)로 나타내었다.

성장 및 주야에 따른 누치의 먹이생물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서 채집된 시료를 3개의 체장군(Small: 5.1~6.4 cm, n=15; Medium: 6.5~7.2 cm, n=35; Large: 7.3~9.7 cm, n=17), 주간과 야 간(Day, n=46; Night, n=21)으로 나눠 위내용물 조성을 조사하 였으며, 주야간 섭식율 차이는 stomach fullness index를 이용 하여 비교하였다(Hureau, 1969). 한편 체장군과 주야간 위내 용물 조성의 통계적 차이를 분석하기 위하여 two-way crossed ANOSIM test를 실시하였으며, 자료의 분석을 위해 PRIMER v.5를 이용하였고(Clarke and Gorley, 2006), 통계적 유의성은 0.05를 적용하였다.

3.결 과

3.1.환경요인(수온과 염분)과 누치의 출현양상

본 조사가 수행된 8월의 조사해역 평균 수온은, 주간은 26.0~26.8℃, 야간은 21.6~22.1℃의 범위였고, 염분은 주간에 0.7~2.1, 야간은 0.4~1.3으로 매우 낮았다(Table 1). 조사지역은 담수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낙동강 하구역에 위치해 있어 여름철에 강우의 영향으로 염분은 5 이하로 매우 낮았다.

조사기간 동안 누치는 총 67개체가 채집되었고, 5.1~9.7 (7.0±0.8) cm의 체장(standard length, SL) 범위를 보였다. 정점 별 주야간별 채집된 개체의 개체수와 평균체장은 정점 1의 낮에 가장 많은 38개체가 채집되었고, 6.9±0.5 cm였으며, 밤 에는 21개체가 채집되었고, 6.5±0.7 cm였다. 정점 2에서는 낮 에만 12개체가 채집되었으며 7.3±1.1 cm를 보였다(Table 1).

3.2.위내용물 조성

총 67개체의 누치의 위내용물을 분석한 결과, 위내용물이 없었던 개체는 36개체로 53.7 %의 공위율을 보였다. 위내용 물이 발견된 31개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누적먹이곡선은 25 개체에서 점근선에 도달하여 최소표본크기는 25개체로 확인 되었다(Fig. 2).

먹이를 섭식한 31개체의 위내용물을 분석한 결과(Table 2), 누치 미성어의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은 출현빈도 67.7 %, 개 체수비 77.8 %, 중량비 55.7 %, 상대중요성지수비는 91.2 %를 나타낸 단각류(Amphipoda)였다. 섭식된 단각류는 모두 옆새 우류(Gammaridae)였는데, Pontogeneia sp.가 가장 많이 발견되었 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먹이생물은 출현빈도 16.1 %, 개체수비 9.3 %, 중량비 35.1 %, 상대중요성지수비 7.2 %를 나타낸 어류 (Teleostei)였다. 섭식된 어류 중 작은 크기의 끄리(Opsariichthys uncirostris amurensis)와 날개망둑(Favonigobius gymnauchen)이 위내용물 중 발견되었다. 그 외 갯지렁이류(Polychaeta)와 새 우류(Caridea)가 위내용물 중 발견되었으나 상대중요성지수 비 1 % 이하로 소량 섭식되었다.

3.3체장군별, 주야간 위내용물 조성 차이

누치의 성장에 따른 위내용물 조성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Fig. 3), 체장군에 따른 먹이조성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 를 보였다(global R: 0.452, P<0.05). 단각류는 작은 체장군에서 중량비 83.6 %, 중간 체장군에서 68.8 %, 큰 체장군에서 6.5 % 를 나타내어 체장 증가에 따라 섭식율이 급격히 감소하였 다. 갯지렁이류는 작은 체장군에서 중량비 16.4 %로 비교적 많이 섭식되었으나, 중간 체장군에서는 섭식되지 않았고, 큰 체장군에서 4.6 %를 나타내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어류 의 경우 작은 체장군에서는섭식하지 않았지만 중간 체장군 에서 31.2 %, 큰 체장군에서 83.4 %를 나타내어 체장 증가에 따라 섭식율이 크게 증가하였다. 새우류는 큰 체장군에서만 5.5 %로 소량 섭식되었다.

누치의 주야간 위내용물 조성의 변화 역시 통계적으로 유 의한 차이를 보였다(global R: 0.617, P<0.05). 주간에는 단각류 가 중량비 86.6 %, 갯지렁이류가 10.2 %로 위내용물 중 대부 분을 차지하였던 반면, 야간에는 어류가 60.8 %, 단각류가 37.2 %, 갯지렁이류가 1.9 %로 어류가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 이었다(Fig. 4).

한편 주야간 누치의 평균 stomach fullness 조사 결과(Fig. 5), 주간에 0.18(±0.32)로 야간의 0.33(±0.28)보다 낮은 값을 보 여, 야간에 더 활발한 섭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4.고 찰

조사기간 동안 본 연구 지역에서 누치는 1년 중 여름철(8 월)에만 출현하였다. 누치는 담수성 어종이며, Yang et al. (2001)은 낙동강 하구둑 안쪽(담수역)에서 우점종으로 보고 하였다. 그러나 하구역의 해양 환경에서 누치가 출현하였다 는 보고는 거의 없다(Hwang et al., 2005). 그러나 본 연구 지 역에서 8월에 작은 체장(9.1 cm 이하)의 누치가 출현하였으 며, 이 시기에 연구 지역은 5 이하의 낮은 염분을 보였다. 또 한 누치의 산란기는 봄철(Kim et al., 2005)이고, 낙동강 하구 둑 상부에서 누치가 우점하는 결과를 종합해보면(Yang et al., 2001), 봄철 낙동강 하구둑 상부에서 부화한 누치 유어가 여 름철 많은 강우에 의해 담수의 일시적 확장으로 하구역에서 출현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에서 단각류는 누치 유어의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 이었다. 단각류는 연안해역 저층 저질위에서 출현하는 표재 성 저서생물(epiphytic benthos)로 해빈 쇄파대 지역에서 우점 하는 대형저서생물 중 하나이다. 또한 그들은 크기가 작아 치어시기 어류들이 쉽게 섭식할 수 있다. 일본 후쿠오카 연 안의 해빈 쇄파대에 출현하는 많은 어종의유어들 또한 단각 류가 중요한 먹이생물 이었으며(Inoue et al., 2004), 일본 규슈 의 Fukiagehama 해빈에서 출현한 많은 어종의 유어들도 단각 류를 많이 섭식하였다(Nakane et al., 2011). 또한 본 연구와 동 일한 해역에서 채집된 끄리도 단각류를 주로 섭식하여 누치 와 유사한 먹이조성을 보였다(Baeck et al., 2014). 누치는 담 수성 어종이기 때문에 해양성 먹이원을 섭식할 가능성은 없 지만, 여름철 강우에 의해 낙동강 하구역 하부에 출현하면 서 해양성인 단각류를 섭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에서 누치 유어는 작은 체장군에서 단각류와 갯지 렁이류를 주로 섭식하였고 체장 증가에 따라 어류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러시아 Amur 강에서 채집된 누치 의 먹이생물을 살펴보면, 어류 보다는 대형저서동물이나 곤 충을 많이 섭식하여(Pikuleva, 1952), 본 연구에서 어류를 많 이 섭식한 결과는 연구 해역이나 시기의 특이성에 의한 결 과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담수성 어종인 누치가 어린 시기에 해양성 단각류를 주로 섭식하였다는 결과는 특이한 결과로 판단되며, 향후 담수지역에 출현하는 누치 유어의 위내용물 조사를 통하여 어떤 먹이생물을 섭식하는지 확인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누치는 주간에 단각류와 갯지렁이류를 주로 섭식하였지 만, 야간에는 이 두 먹이생물의 섭식율이 크게 감소하였고, 대신 어류가 많이 섭식되었다. 대부분 어류들은 일차적으로 시야에 의존한 섭식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주야에 따라 위 내용물 조성이 변하기도 한다(Okun et al., 2005). 한편 동일한 해역에서 채집된 끄리 유어도 주간과 야간의 위내용물 조성 이 달랐으나, 야간에 섭식된 먹이생물의 소화가 더욱 진행 되어 대부분 주간에 섭식했던 먹이가 소화되지 않고 남아있 는 상태였다(Baeck et al., 2014).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주간 과 야간에 섭식된 먹이생물의 소화정도가 큰 차이가 없었 고, stomach fullness 역시 야간에 더 높은 값을 보여 야간에도 활발한 섭식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는 해양환경에 가까운 낙동강 하구역 하부에 위치 한 해빈 쇄파대에 출현하는 누치 유어만을 대상으로 섭식생 태를 연구하여 누치의 생활사 단계별 분포양상이나 생태에 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향후 낙동강 유역에 출현하는 누치의 유어부터 성어까지 생활사 단계별 분포나 생태적 특성에 관한 후속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 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