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 론
최근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의 전복사 고는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면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 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고 해양, 수산, 조선, 해양레저 등의 국내 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 기적으로 운행하던 국내 대형 여객선이 기상 및 해상상태가 매우 양호한 상황에서 소각도 변침 중 급격하게 횡경사하며 전복한 이번 사고에 대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원인 분석 이 필요할 것이다. 본 논문은 출항 직후 인천대교 통과시 및 사고발생 5시간 전에 5° 내지 15°의 갑작스런 횡경사가 발생 하여 선내 쓰레기통 등 고박 되지 않은 물품이 넘어졌다는 생 존자의 증언과 이 상황에서 선원들이 취하였을 조치에 대한 의문 그리고 선박의 횡경사에 대한 고찰에 기반을 두었다.
선박의 횡경사는 발생 원인에 따라 Heel, List, Loll로 구분 된다. Heel은 파도나 바람 등의 외력에 의한 일시적인 횡경 사이며, List는 화물이나 평형수의 불균형한 배치 등으로 인 해 무게중심이 선체의 기하학적인 중심선을 벗어날 때 발생 하는 횡경사이다. Loll은 무게중심이 경심 위에 위치하여 발 생한 음의 복원력(Negative Stability, -GM )에 의한 횡경사 이다(Derrett and Barrass, 2006).
선박에 발생한 횡경사는 선박의 복원성 및 안전에 큰 영 향을 미치므로 횡경사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일부 항해사들 은 횡경사를 발생 원인에 따라 분류하지 못하거나, 특히 음 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Loll)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 다.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는 항해 중에 선원에 의해 적 절히 처리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며, 횡경사의 원인을 오 인하여 잘못된 대응을 할 경우 전복과 같은 대형 사고를 야 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거동 특성을 사전에 파악하여 올바르게 대처해야 한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의 인식확 대를 위해 그 발생과정과 거동특성을 이론적으로 고찰하고, 음의 복원력에서 선박이 전복하지 않고 이론과 같이 횡경사 가 발생함을 확인하기 위한 모형선 실험을 수행하였다. 이 를 통해 음의 복원력의 정도에 따른 횡경사의 크기를 이론 식과 비교 검증하였으며, 이때 다른 횡경사와 구별되어 나 타나는 선박의 이상거동을 재현하였다.
2.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
2.1.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의 발생
선박의 복원력은 무게중심(G), 부심(B ), 경심(M )의 위치로 결정된다. 음의 복원력을 가지는 선박은 Fig. 1(a)와 같이 무게 중심이 직립상태에서의 초기경심(Mi ) 위에 위치한 것으로서 이론상으로는 직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외력이 작용하면 Fig. 1(b)와 같이 중력의 작용선과 부력의 작용선이 분리되고 음의 복원정(-GZ ) 길이에 비례하여 선박을 경사시키는 우력모멘 트가 발생한다. 만약 경심이 초기 위치에 고정되어 있다면 계 속 경사모멘트가 작용하여 선박이 전복할 것이다.
그러나 선박이 횡경사되면 직립상태보다 수선면적이 증 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경심이 상승하면서 선박은 양의 복 원력(Positive Stability, +GM )이 되며, 횡경사 상태에서 중력 과 부력의 작용선이 다시 연직방향이 되어 Fig. 1(c)와 같은 힘의 평형상태에 이르게 된다. 음의 복원력인 선박에서 이 러한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횡경사를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Loll)라 하며, 이때의 경사각을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각(Angle of Loll)이라 한다(Milward, 2006).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각에서는 양의 복원력을 가지 므로 이 이상으로 선박이 횡경사되면 Fig. 1(d)의 양의 복원 정 길이에 비례하여 선박을 복원시키려는 우력모멘트가 발 생한다. 따라서 선박에 외력이 작용하더라도 경사상태에서 횡요하다가 다시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각으로 수렴하 게 된다.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 발생과정 중 경심의 이동은 경심 위치 산정식인 식(1)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경심반경(BM)은 부심과 경심의 거리로서 식(2)로 계산된다. 선박의 배수용적(V)이 일정하면서 횡경사된 경우, 경심반경은 중심선에 대한 수선면의 2차모멘트(I)에 따라 증 감하고 이에 따라 경심의 높이도 함께 변한다. 사각형에서 단면2차모멘트는 식(3)으로 계산되므로 경심은 폭(b) 증가량 의 세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잠수 상태의 잠수함에서는 수선면적이 없어지므로 부심과 경심 이 일치하게 되며(Yim, 1987), 모든 경사각에서 수선면적이 일정한 원기둥은 경심의 위치가 고정되어 있다.
Fig. 2는 사각기둥에서 좌표를 이용하여 임의의 경사각에 따른 부심과 경심의 위치변화와 경심반경의 길이를 나타낸 그래프이다(Mégel and Kliava, 2010). 그래프에는 양 현으로 45°까지의 경사가 표현되었으며, 경사각이 커질수록 경심이 초기위치로부터 상승함과 동시에 중심선에서도 멀어지면서 V형태의 자취를 보이고 있다.
Fig. 2에는 수선면적이 최대가 되는 경사각(45°)까지만 계 산되어 경심의 상승만이 나타난 반면, Fig. 3에서는 선박의 횡경사에 따른 경심과 부심의 일반적인 움직임을 경사각 90°까지 나타내었다(Milward, 2004). Fig. 3의 그래프는 횡경 사에 따른 화물 이동과 침수 등을 배제하여 작성하였기 때 문에 실선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수선면적이 최대가 되는 경사각(Fig. 3에서는 약 30°) 이후에는 경심이 급격하게 감소하여 초기경심보다 더 낮아짐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선박의 방형비척계수는 원기둥보다는 사각기둥 에 더 근접하기 때문에 사각기둥과 유사하게 경심이 이동할 것이며, 현단몰입각(angle of deck edge immersion)이나 선저만 곡부(bilge)가 부상하는 경사각 이상에서는 수선면적이 감소 하여 경심이 낮아질 것이다. 음의 복원력에서 선박이 전복 하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수선면적의 증가로 인한 경심의 상승이므로, 수선면적이 감소하는 경사각 이후부터는 복원 력 회복의 기회 없이 경심이 지속적으로 하강하여 결국 복 원력 상실과 함께 선박이 전복하게 된다.
이에 더하여 선박에 발생하는 횡경사 중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에서만 나타나는 중요한 거동특성은 양 현에서 동일한 크기의 횡경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외력에 의한 횡 경사는 외력이 작용하는 방향으로만 발생되고 무게중심의 편향에 의한 횡경사는 편심된 방향으로만 형성되기 때문에 이 특징은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Rawson and Tupper, 2001).
2.2.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각 산정식
복원력은 배수량과 복원정의 곱으로 나타낸다. 복원정 산 정식은 소각도 경사에서만 적용되는 초기복원력식(4식)과 대각도 경사까지 복원정을 구할 수 있는 연직현측공식(5식) 이 있다. 소각도 경사와 대각도 경사는 경심의 이동으로 구 분되며 정확한 범위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에 견해의 차이가 있으나 선형이나 적재상태 등에 따라 작게는 5°에서 크게는 15°까지가 소각도에 해당될 수 있다(Milward, 2004).(4)(5)
초기복원력식에서는 초기경심을 기준으로 한 경심높이에 삼각법을 적용하여 복원정을 계산하기 때문에, 이동한 경심 을 더 이상 초기경심으로 여길 수 없는 경사각부터는 복원 정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초기복원력식 은 횡경사 범위 전체의 복원정을 나타내지 못하고 소각도 경사에서의 초기복원력에만 적용될 수 있다.
연직현측공식은 Fig. 4와 같이 선박의 양 현측이 직립하여 횡경사로 인해 침하하고 부상하는 두 면적이 동일하다는 조 건에서 성립하는 복원정 산정식이다. 선박이 현단몰입각 이 상으로 횡경사되거나 선저만곡부가 수면위로 부상하게 되 면 두 면적이 더 이상 동일하지 않으므로 연직현측공식이 성립하지 않게 된다(Derrett and Barrass, 2006).
연직현측공식의 1/2BM tan2θ항은 경심의 이동을 나타낸다. 이 항은 소각도 경사시에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 기이지만, 경심반경의 변화에 따라 크기가 증감하여 초기복 원력식으로 계산된 복원정과 분명한 차이를 발생시킨다. 그 렇기 때문에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각 계산식은 경심이 고정된 초기복원력식이 아닌 경심의 이동이 반영된 연직현 측공식으로 유도할 수 있다(Milward, 2004).
음의 복원력을 가지는 선박의 정적복원력곡선을 나타낸 Fig. 5에서는 초기에 형성된 음의 복원정이 경사각에 따라 증가하여 양의 복원정이 됨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로서 힘 의 평형으로 복원정이 0이 되는 지점이 직립상태와 음의 복 원력에 의한 횡경사각(θloll) 두 곳이 된다. 이를 연직현측공 식에 적용하면 sinθ = 0인 경우에는 경사각이 0인 직립상태 에 해당되고, GM + 1/2BM tan2θ = 0을 만족하는 각도가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각이 된다. 이를 θ에 대하여 정리하면 식(6)과 같다(Derrett and Barrass, 2006).
정적복원력곡선에서 접선의 기울기가 경심높이임을 이용 하여 연직현측공식을 미분하면,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 각에서의 경심높이가 식(7)로 산정된다(Rawson and Tupper, 2001).
식(6)과 식(7)의 경심높이와 경심반경은 직립상태에서의 값이므로 음의 경심높이를 대입하면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 경사각과 이때의 경심높이가 최종적으로 양의 값을 가지게 된다. Fig. 5의 정적복원력곡선에서도 직립상태에서의 접선은 음의 기울기인 반면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각에서의 접 선은 양의 복원력을 나타내는 기울기임을 확인할 수 있다.
3.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 실험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 이론을 바탕으로 그 발생을 검증하기 위한 모형선 실험을 수행하였다. 모형선은 연직현 측공식의 성립조건에 부합하도록 상자 모양으로 제작하였 고, 통상적인 상선의 B/T를 반영하여 배수량을 조정하였다. 실험은 외력이 없는 장소에 수조를 두고, 횡경사시 모형선 의 흘수 증가량을 고려하여 충분한 깊이의 물을 채움으로써 모형선의 횡경사에 다른 외력이 작용하지 않도록 하였다.
실험에서 관측된 모든 횡경사각은 정밀한 경사계를 이용 하여 실시간 측정 후 수렴값을 사용하였다. 모형선 및 실험 장비의 명세는 Fig. 6 및 Table 1과 같다.
실험은 먼저 경사시험으로 모형선의 초기 무게중심을 산 정한 후 모멘트 계산법에 의해 음의 경심높이를 구현하여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각을 측정하였다. 실험상세 및 실험결과는 다음과 같다.
3.1.무게중심 산정을 위한 경사시험
모형선의 초기 무게중심 산정을 위한 경사시험은 비손상 복원력에 관한 국제협약(IS Code, 2008)을 준수하였으며, 모 형선의 양 현측 끝단으로 무게추를 이동하여 경사모멘트를 형성하였다. Fig. 7과 같이 경사시험 그래프가 직선으로 작성 됨에 따라 의도한 경사모멘트 외에 추가적인 모멘트가 작용 하지 않았음을 확인하였다. 경사시험은 배수량을 달리 하여 두 번 수행하였으며 그 결과는 Table 2와 같다.
첫 번째 경사시험(Test 1)에서의 무게중심을 기초로 배수량 변화 후의 무게중심을 모멘트 계산법으로 산정하였다(KGC = 12.269 cm, GMC = 0.407 cm). 이를 두 번째 경사시험(Test 2) 으로 검증한 결과 미소한 차이가 있었으나 이는 모형선의 형 상계수 정밀도에서 기인한 차이로 추정되며, 이를 통해 모멘 트 계산법만으로도 충분한 정밀도가 확보됨을 확인하였다.
3.2.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각 측정
경사시험으로 무게중심 및 경심높이가 검증된 상태에서 음의 경심높이의 정도를 다르게 구현하여 음의 복원력에 의 한 횡경사각을 측정하였다. 두 번째 경사시험과 동일한 배 수량에서 모형선의 무게중심만을 상승시킴으로써 음의 경 심높이(Case 1)를 형성하고, 이후 모형선 상단에 무게를 추가 하여 더 큰 정도의 음의 경심높이(Case 2)를 형성하였다. 음 의 경심높이에서는 경사시험을 수행할 수 없으므로 모멘트 계산법으로 경심높이를 산정하였다.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 경사각 측정결과는 Table 3과 같다.
두 번의 실험에서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각 실험값은 이론식에 의한 계산값과 잘 일치하였으며 Fig. 8과 Fig. 9의 그래프에 나타난 바와 같이 좌현과 우현에서 동일한 크기의 횡경사각이 형성되는 특징도 명확하게 확인되었다. 또한 이 론식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각은 음의 경심높이의 정도가 증가함에 따라 그 값도 함께 증가 하였다. 이는 항해경과에 따라 연료소모 등으로 인해 무게 중심이 상승하는 실선에서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가 발 생할 경우 그 정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나타낸다.
4.결 론
선박에 발생하는 횡경사 중 음의 복원력에 의해 발생하는 횡경사는 발생 원인을 오인하여 잘못 대응할 시 더 큰 횡경 사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 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의 실제 발생여부와 이때의 위험성 및 대응방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였다. 이에 음의 복원력 에 의한 횡경사를 이론적으로 고찰하고 이를 토대로 모형선 실험을 수행한 본 연구에서는 음의 복원력 상태인 모형선이 전복하지 않고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를 형성하는 것과 이론식으로 예측한 횡경사각과 실험에서 측정된 값이 잘 일 치함을 검증하였으며,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각의 특징 으로서 좌현과 우현에서 동일하게 횡경사각이 발생함을 확 인하였다.
계산값과 실험값의 비교에서 1°미만으로 발생한 근소한 차이는 실험장비의 중량 또는 치수 측정의 정밀도 차이 및 미소한 종·횡경사로 인한 수선면적의 차이로 판단된다. 이를 보다 정밀하게 측정하여 계산에 반영한다면 계산값과 실험 값의 차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연직현측공식 에서 전제로 하는 직사각형 선형이 아닌 실선에서도 그 선 형을 정확히 반영한 복원정 산정식으로부터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각 산정식을 도출한다면 이론식에 의한 값과 실 제값이 일치할 수 있을 것이다.
실험에서 확인된 음의 복원력 정도에 따른 횡경사각의 증 가와 양 현에서 동일하게 발생하는 횡경사는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를 구별할 수 있는 중요한 특성이다. 만약 특별 한 외력이나 무게중심의 편향이 없음에도 양 현에서 횡경사 가 발생하고, 시간경과에 따라 경사각이 증가한다면 항해사 는 이를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각으로 판단하고 즉시 무게중심을 낮추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 실험에서 최종적으로 수 렴한 횡경사각은 계산값과 근접한 약 10.6° 및 15.8°이었으나 횡요시 최대 경사각은 약 16° 및 21°로 관측되었다. 이는 반대 현으로 경사될 때 횡요모멘트가 부가된 것으로서, 실선에서 바람, 파도 등의 외력이나 선내 탱크의 자유표면효과가 더해 질 경우 횡요모멘트와 함께 예측 이상의 과다한 횡경사가 발 생하여 선박이 전복의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기술한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의 발생과 그 특성에 대한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이에 대한 인식 확대 와 함께 명확한 원인을 찾아낼 수 없었던 과거 전복사고의 원인분석에 참조가 되기를 기대하며, 예비 항해사 및 현직 항해사를 대상으로 한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 교육에 본 연구결과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본 연구 를 바탕으로 실선에서의 조건을 반영한 연구 및 부적절한 횡경사 대응의 위험성에 대한 후속연구와 사례연구가 필요 할 것으로 보이며, 음의 복원력에 의한 횡경사에서의 경심 높이를 이용하여 이때의 복원성, 외방경사 등의 조종성능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